[오상민의 사진지문] 딸아이의 손
별처럼 반짝이기를
#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표정과 액션이 중요합니다. 기쁜 얼굴인지, 슬픈 얼굴인지, 기대와 환희에 찬 표정인지에 따라 사진이 전하는 주제가 달라집니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강아지, 코끼리, 사자, 개구리, 바다표범 등도 똑같습니다. 얼굴이 있고 행동을 취하는 모든 생명체는 자신들의 몸짓과 표정으로 속내를 전달하니까요.
# 우리는 인물 사진을 생각할 때 얼굴을 먼저 떠올립니다. 기념 사진을 찍을 때도, 셀카를 찍을 때도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얼굴입니다. 생김새, 머리 모양, 표정 등 얼굴에 많은 이야기와 분위기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물 사진에서 얼굴은 늘 주인공입니다.
# 하지만 주인공보다 조연이 빛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게 마련입니다. 주인공에 비해 분량도, 등장 횟수도 적지만 강한 인상을 남길 때가 있습니다. 우린 그들을 '신스틸러(scene stealer)'라고 부릅니다.
# 인물 사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손, 발, 등, 어깨 등이 때론 주인공인 얼굴보다 빛날 때가 있습니다. 훈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 사진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군요. 그녀의 시간, 눈물, 땀, 고통, 그리고 환희를 얼굴 대신 보여줬기 때문일 겁니다.
# 12살 여자아이, 이제 막 클라이밍을 시작한 딸아이의 손입니다. 제 눈엔 아직도 말랑말랑한 아기 손 같은데 사진으로 보니 제법 컸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초크도 발라보고 손바닥도 까져보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딸아이는 '더 많이 까져서 굳은살이 빨리 박였으면 좋겠다'면서 연신 배시시 웃습니다. 뭐가 그리 좋을까 싶기도 하다가 우리 부모님도 나 같은 마음이셨을까 싶습니다.
# 아빠로서 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곁에서 응원해주고 가끔은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나머진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믿어주는 일뿐이겠지요. 어린이는 반짝이는 별이라고 합니다. 제 딸아이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기를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기원합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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