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의 나폴리, 마라도나의 영광을 되살리다

박강수 2023. 5. 5. 14: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라도나의 영광'이 재림했다.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프로축구 왕좌를 탈환했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아무도 우리를 믿지 않았지만, 김민재와 흐비차는 올 시즌 유럽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라고 평했다.

후방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전통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에 반해 저돌적이고 지배적인 빌드업 축구를 추구하는 나폴리의 '반 이탈리아 축구' 기조는 리그 최다 득점(69골) 최소 실점(23골) 팀을 만들어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리그 5경기 남겨두고 세리에A 우승 확정
김민재, 이탈리아 데뷔 시즌 트로피 쾌거
나폴리의 김민재가 5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라울리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 칼초 방문경기 무승부 뒤 인파에 둘러 쌓여 리그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우디네/신화 연합뉴스

‘마라도나의 영광’이 재림했다.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프로축구 왕좌를 탈환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의 SSC나폴리는 5일(한국시각) 이탈리아 우디네의 스타디오 프라울리에서 열린 2022∼2023 세리에A 33라운드 우디네세 칼초 방문경기를 1-1로 비겼다. 이 무승부로 나폴리는 리그 승점 80점(25승5무3패)을 달성, 2위 라치오(승점 64점)와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위를 확정 지었다. 시즌 종료에 다섯 경기 앞서 우승을 결정한 것은 이탈리아 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마지막 우승 기억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탈리아 남부의 가난한 항구 도시에 구단 역사상 최초의 리그 우승컵(1987년)을 선물한 지 세 시즌 만에 두번째 ‘스쿠데토’(세리에A 트로피)를 안긴 해다. 마라도나가 떠난 뒤 나폴리는 세 번의 강등과 네 번의 준우승을 겪었다. 타이틀 탈환까지 걸린 시간은 33년, 나폴리보다 오래 걸린 구단은 지난 세기 AS로마(1942∼83)뿐이다.

나폴리의 우승을 축하하는 포스터 이미지. 세리에A 트위터 갈무리

압도적이고 기적같은 시즌이었다. 구단의 베테랑 주전들을 상당수 떠나보내면서 리빌딩 보강을 한 듯 보였던 나폴리는 ‘윈 나우’(당장 우승)의 바람을 탔다. 이날 우디네세전에서 동점골을 터뜨리며 우승을 결정지은 빅터 오시멘(리그 22골)은 세리에 역사상 최고의 아프리카 출신 공격수로 돋움 했고, 조지아의 ‘듣도 보도 못한’ 유망주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는 신풍을 일으키며 ‘크바라도나’라는 칭호를 얻었다.

한국의 김민재 역시 데뷔시즌 나폴리의 역사에 일조한 승리의 파랑새가 됐다. ‘나폴리의 왕’이라고까지 불렸던 수비수 칼리두 쿨리발리(현 첼시)의 빈자리를 넘겨 받은 김민재는 팬들이 작별의 여운을 느낄 새도 없이 백포 수비의 핵으로 자리 잡았다. 아우렐리오 데라우렌티스 나폴리 회장은 “아무도 우리를 믿지 않았지만, 김민재와 흐비차는 올 시즌 유럽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라고 평했다.

나폴리의 빅터 오시멘이 우디네세전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우디네/AFP 연합뉴스
나폴리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가운데)가 우디네세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우디네/EPA 연합뉴스

여기에 백전노장 사령탑 스팔레티의 노련한 축구가 접목되며 나폴리는 유럽 최강의 팀 중 하나가 됐다. 후방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전통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에 반해 저돌적이고 지배적인 빌드업 축구를 추구하는 나폴리의 ‘반 이탈리아 축구’ 기조는 리그 최다 득점(69골) 최소 실점(23골) 팀을 만들어냈다. 첫 리그 우승컵을 든 스팔레티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고령 챔피언(64살58일) 감독이기도 하다.

과거 아르헨티나 출신 슈퍼스타가 남기고 간 유산을 다시 꽃피운 건 나이지리아, 조지아, 한국 등에서 뭉친 유럽축구의 되바라진 신성들이었다. 스팔레티 감독은 팬들에게 트로피를 바치면서 “이 팬들은 위대한 감독들이 팀에 왔다 (우승 없이)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마라도나의 플레이를 봤고 오늘 그의 가호가 함께했다고 느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나폴리 감독이 우디네세전 종료 뒤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우디네/로이터 연합뉴스
나폴리 팬들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우승을 축하하는 밤샘 파티를 벌이고 있다. 나폴리/EPA 연합뉴스
1987년 5월10일 나폴리에 구단 역사상 최초의 리그 우승을 일군 뒤 기뻐하는 당시의 디에고 마라도나. AP 연합뉴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