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아내가 불륜으로 낳은 아이… 法 "남편에 양육 책임없어"

생물학적 아버지의 무관심으로 방치됐던 신생아에게 곧 주민등록번호가 생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사망한 아내가 불륜으로 낳은 아기를 키우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40대 남성의 승소했다. 생물학적 아버지로부터 외면받아 출생신고에 어려움을 겪던 신생아는 조만간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예정이다.

5일 뉴시스에 따르면 청주지법 가사단독 조경진 판사는 숨진 아내가 불륜으로 낳은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한 40대 A씨의 친생자 부인 소송에서 "혼인 기간에 태어났지만, 유전자 검사 결과 등에 의하면 아버지가 아님이 명백하다"며 "친생자 부인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28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한 산부인과에서 '아버지가 신생아를 데려가지 않는다'며 신고를 당했다. A씨는 그동안 "친자식이 아니다"라며 출생 신고를 거부했다.

아이의 생모는 출산 이후 세상을 떠났다. 친모에게는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 없었고 생부의 행방도 묘연했다. 아이 생모와 이혼 소송 중이던 A씨는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는 민법 844조에 따라 태어난 아이의 법적 보호자 신분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성의 가출 신고 이력과 이혼 신청 및 결정, 의료 진료 기록, 아이와의 '친자 불일치'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이유로 지난 3월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했다.

법원 판단에 따라 이 아이는 관할 지자체인 충북 청주시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길이 열렸다. 곧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청주시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지역 내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 아이를 직권으로 출생 신고할 방침이다.

출생신고가 이뤄지면 주민등록번호가 나오고 가족관계등록부가 생성된다. 부모가 없더라도 법적 지원 근거가 생겨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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