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소음으로 앵무새 떼죽음... 대법원 “건설사 책임”
건설공사 소음·진동 속에 앵무새가 집단 폐사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건설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앵무새 사육사 A씨가 건설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2년부터 안양시에서 앵무새 사육·판매장을 운영해왔다. 문제는 2017년 1월부터 바로 옆 부지에 지하 4층, 지상 15층짜리 건물 신규 건축공사가 시작되면서 불거졌다. 이상증세를 보이다 죽는 앵무새들이 나타난 것이다. A씨는 공사 소음과 진동 때문에 앵무새 427마리가 폐사했다며 건설사에 항의하고 시청에 민원도 제기했다가 결국 이듬해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제기한 민원에 따라 안양시청이 해당 공사장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모두 생활소음규제기준인 70dB 이하였으며,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사장 소음과 진동이 앵무새를 폐사시켰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A씨는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라 건설사들이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선 가축피해 인정기준을 60dB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공사현장 소음이 60dB를 넘기는 했지만 건설사들이 생활소음규제기준을 준수해 공사를 진행했고 방음벽 설치 등 노력을 했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가축피해가 발생한 환경 분쟁 사건에선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생활소음규제기준 못지않게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가축피해 인정기준은 가축의 폐사·유산·사산 등에 대해선 최대소음 70dB, 성장지연·생산성 저하 등은 60dB를 피해를 인정할 수 있는 소음으로 정하고 있는데 해당 건물공사로 A씨의 판매장에 발생한 소음은 이러한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도달했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소음으로 관상조류 폐사 피해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와 감정 내용을 보면 신축공사 소음이 앵무새 폐사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라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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