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롯데 팬들이 이 봄을 필사적으로 즐기는 이유
필자는 대학 진학 때문에 상경하기 전까지 생후 18년을 부산 경남 일대에서 살았다. 그래서 주위에 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이 매우 많다. 그래서 기가 막힌 사연들도 많다.
32년 전 마산구장에 밀반입한 소주를 친구들과 나눠 즐기다 만난(역시 얼굴이 벌게진) 학교 선생님, 몇십 년 동안 롯데의 세 번째 우승을 고대하다 세상을 떠나신 선배의 부모님, 야구장에서 만난 처음 보는 여성과 결혼한 후배, 유럽 여행을 가서 명사들의 인형을 만들어주는 샵에 들러 최동원 인형을 제작해 온 변호사, 롯데가 왜 이렇게 꾸준히 못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세이버메트릭스를 공부하게 된 야구 기자 등등.
그리고 그들은 지금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진짜 하는기가?”
롯데가 선두 경쟁을 벌이면서, 롯데 팬들의 민심은 그야말로 들끓고 있다. KIA 타이거즈와 벌인 주중 3연전 첫 경기에서 초유의 ‘포털 광클 응원 전쟁’을 벌여 참가 건수가 대한민국 인구의 두 배에 가까운 9천만 건을 넘었다. SBS스포츠에서 중계한 그 경기의 시청률은 2.245%. 2000년 7월 22일 KIA 대 한화의 2.355% 이후 3년 만에 최고치였다.
OTT와 유튜브 등 다른 콘텐츠 플랫폼들의 약진으로 TV 시청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어제는 경기가 없는 사직구장에 1천5백 명의 팬들이 몰려 월드컵에나 보던 ‘원격 응원’을 펼쳤다.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롯데의 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이번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롯데의 선두 질주가 너무나 희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원년 참가팀 중 유일하게 정규시즌 우승이 없는 팀이다. 2등조차 한 번(2011년) 밖에 못했다. 지난 3일 사상 최초로 통산 2700패의 기록도 세웠다. 당연히 시즌 중에라도 선두를 오래 지킨 시간이 극히 드물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롯데가 단일리그 체제에서 가장 오래 선두에 머무른 시간은 정확히 ‘10일’이다.
위 사례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즌 극초반이라는 점이다. 2020년을 제외하면 모두 4월에 ‘일등춘몽’이 끝났다. 2020년은 코로나 시국 첫 해라 5월 5일에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시즌 시작 한 달이 지난 뒤로는, 일주일 넘게 선두를 지켜본 적이 41년 동안 없는 것이다.
시즌 20경기를 경과한 시점으로 따지면, 롯데가 가장 오래 선두를 지킨 시간은 ‘5일 천하’였다. 2012년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1위를 지킨 게 ‘최장 선두 유지’였던 것이다. 롯데는 지난 4월 30일 키움을 누르고 1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어제(4일) KIA전이 우천 취소되고 SSG가 승리하면서 선두에서 내려왔다. 이번에도 '4일 천하'. 지난해 개막일부터 190일 동안 선두를 지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SSG 같은 사례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게다가 롯데의 전력은 선두권 팀 치고는 불안하다. 롯데의 현재 승률은 0.625. 하지만 실제 승률보다 향후 성적과 관련이 높다고 평가되는 ‘피타고라스 승률 : (득점의 제곱)/(득점의 제곱)+(실점의 제곱)’은 0.488에 불과하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OPS 리그 19위까지 롯데 타자들은 없다. 팀 수비력을 나타내는 DER(수비 효율 :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는 비율)은 64.4%로 지난해에 이어 최하위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담장 때문에 수비가 불가능한 타구가 많은 사직구장의 특성을 감안해도, 여전히 수비력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그 정상급의 선발투수는 나균안뿐이다. 외국인 투수 2명은 승리기여도 마이너스 값을 찍고 있다.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의 힘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위태로워 보일 지경이다.
물론 희망도 있다.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향후 반등 혹은 교체로 전력이 급상승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겨울 동안 ‘폭풍 영입’으로 대단히 두터워진 선수층은, 장기 레이스가 진행될수록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현재 +6인 승패 마진이다.
남은 경기에서 승률 5할만 기록해도, 즉 +6의 승패 마진만 지켜도 포스트시즌에 오를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그래서 때문에 롯데 팬들의 마음은 지금 절박함과 희망이 반반씩 섞인 상황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위에 적은 이유들 때문에, 두 감정 모두 강도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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