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위 당국자들 잇따라 사우디行…중국 견제 위해 ‘관계 회복’ 속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4일(현지시간) 이번 주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에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다음달 사우디를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최근 중동 지역의 ‘중재자’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미국도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극동정책 인스티튜트’가 주최한 강연에서 오는 6일 사우디를 찾아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설리번 보좌관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면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또 사우디에서 인도,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관리들과도 만나 “이란, 걸프와 미국 및 나머지 지역과의 새로운 협력 분야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공급망 다변화, 항만·철도·광물을 포함한 전략적 인프라 사업 투자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에 이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다음달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 퇴치를 위한 글로벌 연합 회의 참석차 사우디를 방문한다.
미국 외교안보 고위 인사들의 연쇄 사우디 방문은 고유가 속 사우디의 감산 결정,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인권 문제 비판 등으로 경색된 미·사우디 관계가 해빙 무드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이 지난 3월 중동의 라이벌 이란과 사우디 간 국교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역내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와 중국 견제 등을 위해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지난달 11일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를 하고 이란의 위협과 예멘 내전 종식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한편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미국이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은 여전히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 핵 보유에 따른 비용과 결과에 대해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면서 “우리는 동시에 이란 핵 프로그램을 봉인할 수 있는 외교적으로 중개된 결과물이 가능할 지를 놓고 계속 탐색할 것”이라고도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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