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없는 어린이날…" 영도 스쿨존 사고 가족의 커지는 그리움

부산CBS 김혜민 기자 2023. 5. 5. 12:3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참변을 당한 故 황예서(10) 양.

막내딸을 잃은 황 양의 가족은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을 보내게 됐다며 애끊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서 양의 아버지는 CBS취재진을 만나 어린이날이 되자 더욱 커지는 그리움과 사고 이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으로 예서 없는 어린이날을 맞이한 아버지 황 씨는 "사실 어린이날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인데, 부모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에 화물 덮치며 무너진 故 황예서 양 가족의 삶
아버지 "어린이날인줄도 몰랐다…종일 CCTV 영상 찾는 게 일상"
"빈자리 너무 그리워, 모든 순간에 예서가 있다" 절망
지난해 10월 예서 양 가족들이 부산 영도구 국립해양박물관을 갔던 모습. 아버지 황 씨는 가족끼리 자주 바람 쐬고 운동하러 갔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가족 제공

"선물을 받은 예서가 '이'하고 활짝 웃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어린이날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지난달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앞 도로에서 참변을 당한 故 황예서(10) 양. 막내딸을 잃은 황 양의 가족은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을 보내게 됐다며 애끊는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이날인 5일. 가족이 모여 즐거운 추억을 쌓아야 할 날이지만, 한순간에 사랑하는 딸을 허무하게 잃은 가족에게는 더없이 슬픈 날이다. 예서 양의 아버지는 CBS취재진을 만나 어린이날이 되자 더욱 커지는 그리움과 사고 이후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 엄마를 너무 좋아했던 예서가 엄마와 집 앞 산책에 나서 환하게 웃고 있다. 유가족 제공

지난달 28일 아침, 평소처럼 "엄마 항상 사랑해"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섰던 예서는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다가 갑자기 굴러내려 온 대형 화물에 목숨을 잃었다. 예서 양 가족의 시간은 그날에 멈췄다. 평범했던 일상도 무너져 내렸다.

사고 이후 거실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던 예서의 목소리가 사라지고 적막만 남았다. 처음으로 예서 없는 어린이날을 맞이한 아버지 황 씨는 "사실 어린이날이 다가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인데, 부모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며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황 씨는 "평소 같으면 '이'하고 웃은 예서의 모습이 좋아서 여행도 가고 선물도 준비했을 텐데, 지금은 아무 계획이 없다"며 "생일도 이번 달이라 평소 좋아하던 조립 장난감을 한 달 전부터 준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평소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좋아했던 예서 양이 특히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 김혜민 기자

황 씨는 당시 사고 영상을 보는 게 고통스럽지만, 아이의 마지막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싶어 온종일 CCTV 영상을 찾으러 다니는 게 일상이 됐다고 전했다.

황 씨는 "주변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안전펜스에 맞았다는 얘기가 나와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고 싶어서 종일 CCTV를 구하러 다녔다"며 "새로 찾은 영상에서는 아이가 사고를 겪기 몇 분 전 등굣길 안전을 지도하는 할아버지께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마냥 착했던 아이 모습이 생각나서 아내와 한참 울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날벼락 같은 현실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는다며, 벌써 아이의 빈자리가 그립다고 전했다. 황 씨는 함께 시간을 보낸 영상과 그동안 아이가 써준 편지, 공부한 흔적들, 태권도 사진을 보여주며 착하고 예뻤던 예서의 모습을 회고했다.

황 씨는 "모든 순간에 예서가 있다. 식사 전에 숟가락 건네주던 모습부터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면 씹기도 전에 '최고로 맛있다'며 감탄하던 모습까지 생생하다"며 "나중에 효도하겠다고 쓴 편지도 아직 그대로고, 베란다에서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화분 정리를 도왔던 기억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 등굣길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 사고가 난 자리에 시민들이 두고 간 국화꽃과 편지, 과자 등이 놓여 있다. 김혜민 기자

그러면서 "예서가 떠난 후 전혀 몰랐던 아이의 모습도 새롭게 알게 된다. 예사가 교문 지킴이 선생님도 많이 안아줬다는데 우리 부부는 그걸 가르친 적 없다"며 "어떻게 이런 애가 우리한테 왔지 싶을 정도로 착한 딸이다. 아빠는 우리 예서밖에 없다고, 예서가 최고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황 씨는 막내딸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더 이상 같은 사고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애써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황 씨는 "사고가 난 등굣길은 그동안 계속 위험이 제기됐던 곳이지만 별다른 안전 조치가 없었고, 결국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며 "이번에는 일회성 대책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철저하게 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디.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부산CBS 김혜민 기자 min@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