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협회장 “간호사와 우리 사이에 신분제 있다”…커지는 의료계 신경전
간호사 “尹 약속 지켜라…공적 가치 이바지할 것”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따라 갈림길에 놓인 의사·간호조무사 등 보건의료 직역들과 간호사들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의사·간호조무사들은 부분파업에 나서는 등 간호법 통과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이어가는 반면 간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상임이사, 16개 시도의사회장과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보건복지의료연대 소속 13개 단체장들은 전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긴급 의료현안 논의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는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오는 9일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앞두고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건의료단체들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내는 데 초점을 맞췄을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상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자격이 ‘특성화고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 ‘학원의 간호조무사 교습과정 이수자’로 규정돼 있어 학력을 제한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간호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간호조무사들이 더 전문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고졸’이라는 학력 상한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지난 3일 “현장에서 간호사들은 간무사들을 무시하고 차별해 왔다. 우리는 간호계에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가 있다고 본다”며 “간무사가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배워 더 좋은 간호인력이 되겠다는데 간호사가 무슨 권한으로 안 된다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무협은 응시자격을 ‘특성화고 간호 관련학과 졸업 이상’으로 바꾸어 전문대를 졸업한 후 학원을 굳이 다니지 않아도 간호조무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간협은 협회 공식 유튜브에 ‘국민의힘이 약속한 간호법 제정’이란 제목의 영상을 통해 국민의힘이 대선과 총선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한 내용의 영상과 간호법 발의에 동참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46명의 이름을 함께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국민의힘 소속 강기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는 “의료법 안에서는 (간호사의) 능동적인 활동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1월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해 “간호사의 헌신과 희생을 잘 알고 있다”며 “간호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간협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간호법 제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간호협회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간호협회의 (간호법) 숙원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로 오게 되면 공정과 상식에 맞게 합당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간협은 “대통령이 후보 시절 온라인 공약플랫폼인 대선공약위키에 간호법 제정을 포함시켰다”며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권과 사회적 돌봄의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 간 공방이 이어지자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간호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중요한 건 건의 여부 결정 기준”이라며 “의료현장 혼란을 최소화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충실히 지킬 방안이 어떤 것인지 고민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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