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사태 투자자 “빚 독촉 막아달라”…금융위 “개입 부적절”
금융위 “증권사·사인간 거래에 개입 부적절”
檢 “철저히 색출”, 주가조작단 사무실 압색
11일 정무위 대책 논의, 김주현 위원장 참석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가 일부 투자자들이 증권사들의 채권 추심을 유예하고 관련 이자를 면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고 투자했다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로 채권 추심을 받는 것은 사적 거래에서 발생한 사안인데, 이자 면제까지 공적인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일부 투자자들이 ‘SG발(發) 증권사태 진정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채권 추심 결정은 증권사와 사인 간에 거래에 의해서 결정된 것”이라며 “금융위가 개입할 이슈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SG증권 사태 피해자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대건은 지난 4일 “금융위에 증권사들을 상대로 피해자들의 차액결제거래(CFD) 채권 추심을 3개월간 유예하고 해당 기간 이자를 면제하도록 권고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이 진정서에서 지목한 증권사는 최근까지 CFD를 판매한 교보증권(030610), 키움증권(039490), DB금융투자(016610), 유진투자증권(001200), 유안타증권(003470),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001510), KB증권, NH투자증권(005940), 메리츠증권(008560), 삼성증권(016360) 등 13곳이다.
법무법인은 이날 진정서에서 “극소수를 제외한 대다수 사람은 ‘저평가된 우량주’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금을 건넸다”며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 일당의) 사기 및 배임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본 범죄 피해자에 해당하는 만큼 최소한의 경제적 구조 조치를 권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CFD 계좌로 인해 감당 이상의 채무를 부담할 수 있다는 내용이 피해자들에게 고지 및 설명됐는지도 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들 13곳의 증권사가 CFD 계좌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주장한 것이다.
이번에 주가조작 통로로 악용된 CFD는 주식이 없어도 증권사를 통해 레버리지 투자(빚투)를 할 수 있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다. 2015년 교보증권을 시작으로 도입된 CFD는 최근까지 13개 증권사가 판매, 거래 금액만 70조1000억원(2021년 기준)에 달한다. 최대 250% 수익률을 얻을 수 있지만, 투자금 이상의 마이너스 손실 위험도 있어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가수 임창정은 CFD를 통해 30억원을 투자했다가 주가 급락으로 60억원 손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진정서를 낸 투자자들은 자신들은 일부 고액 투자자들과 달리 사전에 빚을 내서 거래하는 것을 모르는 등 주가조작단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투자 당시 불법 정황을 인식했던 일부 투자자는 로펌 등에 형사처벌 가능성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창정은 “회사를 키우고자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됐다”며 “누구에게도 금전적 피해를 입힌 일 없고 잘못된 이득을 취한 적 또한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라 대표 주최 행사에 여러번 참석한 정황에 대해선 “초대 가수로 참여한 것 뿐이며, 투자 권유 발언은 안 했다”고 해명했다.
서울남부지검·금융위원회 합동수사팀은 지난 3일 저녁부터 서울 송파구 시그니엘에 있는 라 대표의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주식·금융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투자 수익금을 빼돌리는 데 조력한 것으로 알려진 지인 손모 씨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고, 연루자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지난 2일 금융위와 만나 주가조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최근 금융시장 현안, 금융당국의 리스크 대응을 논의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면담은 한국 정부가 특정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 신속했는지, 정부의 대응 체계가 적절했는지 등을 점검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는 올해 발표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반영된다.(참조 이데일리 5월2일자 <[단독]금융위-국제신평사 만났다…“주가조작·PF 긴급점검”>)
키움증권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지난 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회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대규모 하한가 사태를 예견하고 미리 주식을 팔아 605억원을 현금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주식 매각대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여야는 오는 11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 제도개선 방안을 공론화할 예정이다. 오는 16일에는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내부자 주식거래 사전공시제도 등 구체적인 법안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참조 이데일리 4월30일자 <[단독]‘8조 증발’ 쇼크…‘주가조작 통로’ CFD 손본다>), 이데일리 5월3일자 <[단독]주가조작에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주가조작 가담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CFD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철저하게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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