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기린은 먹이 앞에서 ‘확률게임’을 한다

최정석 기자 2023. 5. 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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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화이트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이 섞여있는 그릇 두 개가 있다.

한눈에 봐도 왼쪽 그릇에는 화이트 초콜릿이, 오른쪽 그릇에는 밀크 초콜릿이 더 많이 들어있다.

어떤 그릇을 골라야 밀크 초콜릿을 집을 확률이 더 높을까? 당연히 오른쪽 그릇일 것이다.

연구 결과 기린은 적게는 65%(20번 중 13번), 많게는 90%(20번 중 18번) 확률로 당근이 많이 든 용기에서 꺼낸 채소 쪽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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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카 아미차 바르셀로나대 교수 연구팀
높은 확률로 당근 많은 용기서 고른 채소 골라
체중 대비 뇌 무게와 통계적 사고력 무관할 수도
기린이 투명 플라스틱 용기 속 내용물을 보고 자신이 더 좋아하는 먹이(당근)일 확률이 더 높은 쪽을 고르고 있다. /유튜브 캡쳐

눈 앞에 화이트 초콜릿과 밀크 초콜릿이 섞여있는 그릇 두 개가 있다. 한눈에 봐도 왼쪽 그릇에는 화이트 초콜릿이, 오른쪽 그릇에는 밀크 초콜릿이 더 많이 들어있다. 밀크 초콜릿을 더 좋아하는 당신은 이제 눈을 가리고 그릇 하나를 골라 초콜릿을 집어내야 한다. 어떤 그릇을 골라야 밀크 초콜릿을 집을 확률이 더 높을까? 당연히 오른쪽 그릇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확률 게임’을 인간이나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 케아 앵무새처럼 뇌가 상대적으로 큰 동물들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런 통념에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스페인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기린이다.

페데리카 아미차 바르셀로나대 임상심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4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기린은 통계적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바르셀로나 동물원에서 보호 중인 수컷 기린 2마리, 암컷 기린 2마리와 함께 실험을 진행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 2개에 길게 썬 가지와 당근을 섞어서 준비했다. 용기 하나에는 가지를, 다른 하나에는 당근을 더 많이 넣었다. 당근은 동물원에 사는 기린들에게 사육사들이 주로 먹이는 음식이다.

연구팀은 기린에게 두 용기를 약 5초간 보여줬다. 그 다음 각 용기에서 아무 채소나 하나씩 꺼낸 뒤 주먹으로 움켜쥔 채로 기린에게 내밀었다. 연구팀 양손에 각각 어떤 채소가 들었는지 기린이 볼 수 없게끔 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기린이 20번씩 먹이를 선택할 기회를 줬다.

연구팀이 실험 과정에서 사용한 플라스틱 용기와 가지, 당근. 실험 때마다 가지와 당근 비율을 다르게 해서 용기에 넣었다.

연구 결과 기린은 적게는 65%(20번 중 13번), 많게는 90%(20번 중 18번) 확률로 당근이 많이 든 용기에서 꺼낸 채소 쪽을 골랐다. 기린이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당근이 얼마나 들었는가에 대한 시각 정보를 기반으로 확률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기린은 몸무게가 최소 700㎏에서 많게는 2000㎏에 가깝지만 뇌는 0.68㎏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뇌 무게가 전체 몸무게의 0.1%도 안 된다. 반면 인간의 뇌 무게는 1.3~1.4㎏ 정도다. 때문에 기린과 같은 여러 동물들이 확률적 사고를 하지 못할 것이란 통념이 있었으나 이에 반하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몸집에 비해 뇌가 작고 가벼운 동물들도 단순한 통계적 계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몸집에 비해 뇌가 무거운 편에 속한다는 점이 확률적 사고의 전제 조건이라는 기존 가설이 틀렸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참고자료

Scientific Reports,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3-326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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