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서 생활 속 시를 쓰는 박영식 시인, 시집 냈다
‘굽신굽신 얼굴도장
엘리베이터족이 싫고,
이 꼴 저 꼴 이놈 저놈
걸리적거림이 싫어,
외롭고 고된
계단족(階段族)이 되었네’
박영식 시인이 쓴 시 ‘계단족’의 일부다. 코로나19 사태로 모두가 떨어져서 외롭게 살던 시기, 우리네 삶의 팍팍함을 보여준다. 박 시인은 코로나19의 절박한 시기에 하루 1편씩 시를 썼다. 그렇게 쓴 시를 모아 최근 <하루하루 행복 시작(詩作) 365>(이든북)라는 시집을 냈다.
그의 시에 대해 장광팔 시인은 “박영식 시인의 시는 미나리”라고 표현하면서, “끈질긴 생명력으로 아무 데서나 잘 자라고, 잘라내도 또 자라는 미나리”라고 평가했다.
대전시 공무원 출신인 박 시인은 이른바 ‘생활시’를 쓴다. 그는 “생활 속에서 시를 쓰면서 이른바 ‘생활시’라는 영역을 개척해 왔다”고 말했다. 그의 시집은 무려 453쪽에 이른다. 이렇게 두꺼운 시집을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여기에 365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핸드폰의 내장음까지 들릴 만큼 고요 속의 외로움,
생을 약간 비켜서 익숙한 세상과 단전하고픈 외로움,
일상의 예측은 가차 없이 빗나가고
보편의 희망은 이내 실망으로 겹쳐지는 외로움
형식적 대화는 차디찬 헤어짐으로 나타나는 외로움’
그는 시 ‘외로움에 대한 고찰’에서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을 보여줬다. 홍경석 작가는 그의 시집에 대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철저하게 파괴했을 때 부침의 인생 언어를 시처럼 낭송해주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예와 서각을 하는 이종수씨는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은근살짝 다시 읽고 싶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2권의 시집을 포함해 6권의 책을 낸 그는 요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 사람과 대화하는 방식의 시를 쓰는 것이다. 그는 이번 시집에 돌아가신 어머니와 가상공간에서 나눈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시 ‘이사 갔던 엄마가 돌아오다’ 등의 시도 공개했다. 그는 이 시를 ‘메타버스 포엠’, 즉 ‘가상공간 시’라고 칭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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