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뽀로로야…네 고향은 남극이니? 북극이니?
① 20주년에 알아본 출생의 비밀
안녕하세요? 스페셜콘텐츠부 기후변화팀에서 일하는 남종영 기자입니다. 어린이날을 맞아 여러분께 뽀로로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해요. 왜 뽀로로냐고요? 저희 아들이 <뽀롱뽀롱 뽀로로>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아들은 시즌 7까지 나온 이 작품을 100번은 봤고, 저는 10번은 본 거 같아요. 지난 겨울에 나온 극장판 <바이러스를 없애줘!>는 극장에 가서 직관했답니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뽀로로 마을에 살아요. ‘뽀롱뽀롱섬’이라고도 불리죠. 그런데, 기후변화팀 기자인 저는 뽀로로를 보면서 항상 궁금했어요. 뽀로로 마을은 남극인가요? 북극인가요?
맨 처음 저는 주인공 ‘뽀로로’와 ‘패티’가 펭귄이니까, 당근 남극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북극곰 ‘포비’가 나오잖아요. 어떻게 펭귄과 북극곰이 한 자리에 있을 수 있죠?
뽀로로가 펭귄이 아니라면 가능한 얘기!
그래서, 제가 세운 이론은 말입니다. 뽀로로 마을이 북극이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뽀로로가 펭귄이 아니라 큰바다쇠오리이기 때문이죠.
펭귄의 원조인 큰바다쇠오리는 원래 북극에 살았어요. 지금은 이름도 생각 안 나는 북유럽의 어느 박물관에서 저도 이 새의 박제를 본 적이 있었는데, 작은 펭귄과 비슷했어요. 70~80㎝ 되는 몸집이었고, 안내문에는 수십 미터까지 잠수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죠. 안타깝게도 큰 바다쇠오리는 유럽과 미국 선원들의 무차별적인 사냥으로 1800년대 중반 멸종했어요. ‘펭귄’이라는 이름만 남극에 사는 애들에게 넘겨주고 사라진 거죠. 큰바다쇠오리의 학명은 ‘핑귀누스 임페니스’(P.impennis)입니다.
그런데, 제 아들이 묻네요. 루피는 뭐냐고요? 아, 루피는 비버군요. 북아메리카 습지에 사는… 또, 묻네요. 발명가 ‘에디’는 뭐냐고요? 사막여우는…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사는군요. 음… 입에서 불이 나오는 드래곤 ‘통통이’도 있네요. 갈수록 태산이군요. 등장인물의 서식지로 뽀로로 마을의 위치를 추적하는 작업은 포기해야겠어요.
지도는 남극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함께 뽀로로를 보다가 중요한 걸 발견했어요.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었는데, 바로 지구 아래에 남극으로 보이는 지도가 보였거든요.
그런데요. 뽀로로 마을의 식생을 보면 북극에 가까워요. 놀이터 뒤를 보면 눈 덮인 침엽수가 펼쳐져 있죠. 뽀로로와 친구들은 가끔 소풍을 가는데, 한참 동안 가면 울창한 숲 속을 거닐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남극이 아니라 북극일 가능성이 커요!
왜냐고요? 남극에는 나무가 살지 않기 때문이죠. 남극은 나머지 대륙과 분리된 거대한 섬입니다. 남극대륙 전체는 빙상으로 덮여 있어서, 육상에 사는 포유류도 없어요.
남극은 북극과 달리 고립된 곳이에요. 북극에서는 북극곰, 북극여우 같은 동물이 북극의 얼음바다를 중심으로 그린란드, 아시아, 아메리카 고위도 지역을 오가요. 반면, 남극대륙과 다른 대륙을 오가는 이들은 바닷속 혹등고래나 하늘 위 몇몇 철새 말고는 없죠. 남극대륙을 뱅뱅 돌며 흐르는 사나운 남극순환류가 동물이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이 되기 때문이에요. 제가 십여년 전 남극을 배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이 해류를 건너다가 조난할 뻔 했어요. 선실 탁자가 넘어지고, 저는 토하고, 난리가 아니었죠.
잠깐, 퀴즈를 내볼게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극이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질까요? 남극이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질까요?
정답은 남극이에요. 북극은 그린란드를 제외하곤 얼음바다예요. 물잔에 담긴 얼음을 생각해보세요. 얼음이 녹으면 물잔이 넘치나요? 아니죠. 바다가 아닌 육상에 있는 빙하가 녹을 때 해수면이 높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북극은 ‘빙하’라고 하지 않고 ‘바다얼음’이라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에요. 북극의 빙하는 그린란드나 스발바르 같은 섬에만 있어요. 북극의 섬들과 함께 알프스, 파타고니아의 빙하, 남극의 빙상이 녹을 때 해수면이 올라가는 거죠.
일반적으로 남극의 빙하가 다 녹으면 해수면이 58m 상승하고, 그린란드가 다 녹으면 7m 상승한다고 하죠. 물론 여러분 생애에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빙하가 가진 물이 바다에 들어가면 해수면을 높이고 해류가 변하면서 기후변화를 더 강화한다는 점에서 과학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죠.(어려운 말로 ‘양의 되먹임’이라고 합니다. 원인과 결과가 꼬리를 물면서 강화되는 현상을 말하죠.) 남극이나 그린란드는 거대한 빙상으로 덮여 있는데, 그중에 취약한 지점이 있어요. 그곳이 한 번에 무너지면 해수면과 해류, 기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쳐요.
뽀로로 마을의 비밀
다시 뽀로로 마을로 돌아가 보죠. 저는 안 되겠다 싶어서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에 전화를 걸었어요. 마침 ‘뽀로로 탄생 20주년’으로 바빠 보였어요. 성은경 제작팀장님이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요.
“20년 전 기획할 때부터 캐릭터와 공간을 같이 고민했어요. 뽀로로가 펭귄이니까 눈 덮인 마을을 만들기로 했죠. 그리고 여러 동물이 나와 어울릴 만한 공간을 하나씩 만든 거죠.”
맞아요. 뽀로로와 친구들이 사는 곳은 우리 마음 속이에요. 어린이 마음 속에 누구나 하나쯤 있는 눈 덮인 하얀 마을이요.
뽀로로 20주년 특집으로 <교육방송>(EBS)에서 어린이날인 5일 오전 9시20분에 스페셜 영상 <출동! 리나왕국 대작전>을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뽀로로를 보며 자란 어른들도 모두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비 와도 놀아야 어린이날이지…놀이공원 오픈런, 암표도 기승
- 1kg로 쪼그라든 발가락 12개 미숙아…그 생의 끝에 선 의사
- ‘단역배우 자매 사망’ 가해자, 드라마 참여 논란…MBC “계약 해지”
- 박광온 “대통령, 야당 대표 먼저 만나는 것이 순리이고 순서”
- 윤 대통령 지지율 33%…방미 평가 긍정·부정 42% ‘팽팽’ [갤럽]
- 김남국 60억 코인 보유 의혹 “투명한 거래…은닉 보도는 허위”
- 어린이날, 하루종일 꾸물꾸물…내일 오후까진 비온대
- 제주공항 운항 점차 재개…예정 편도 절반 가까이는 결항
- “오늘만 주검 5구 봤다…멘탈 버텨주려나” 어느 소방관의 고백
- 러 “‘크레믈 드론 공격’ 배후는 미국”…미 “명백한 거짓말”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