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소은행 ‘다음 타자’는 팩웨스트?···끝나지 않은 불안의 도미노
미국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위기가 수습되자마자 이번엔 팩웨스트 뱅코프가 시장의 다음 희생양으로 낙점된 모양새다. 팩웨스트 뱅코프가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공매도 세력이 가세하면서 이 은행 주가가 50% 이상 폭락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는 전장 대비 50.62% 급락한 3.1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 주가는 38.45%, 자이언즈 뱅코프도 12.05% 각각 내렸다.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팩웨스트 뱅코프는 전날 ‘은행이 매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게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팩웨스트 뱅코프는 SVB 사태 여파로 지난 1분기 예금 잔액이 50억달러 이상 빠져나가는 손해를 입었다.
팩웨스트 뱅코프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24일 사이에 예금이 7억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지만 재무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다.
미국 금융당국의 급한불 끄기에도 중소은행들의 불안이 잦아들지 않고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상통화 거래 은행인 실버게이트, 지역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까지 연이어 파산한 상태다.
헤지펀드계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미국 지역은행 시스템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면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당국이 지역은행 보호 체계를 새롭게 정비하지 않아 더 많은 파산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그는 “시스템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큰 대가를 치르며 파산의 도미노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금융기관의 신뢰는 수십 년에 걸쳐 구축되고 수일 만에 무너지기도 한다”며 도미노가 무너지듯 가장 취약한 은행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은행 재무구조의 부실 여부를 떠나서 시장이 해당 은행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주가 급락이 다시 은행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예금 인출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문업체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크리스토퍼 마리나크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은행주 급락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분노의 발작”이라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은행시스템 불안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하길 기대했으나 지난 3일 연준이 되레 0.25%포인트를 인상하자 은행주에 화풀이했다는 것이다.
트루이스트증권의 브랜던 킹 연구원도 최근 지역은행 주식의 매도세가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소은행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면서 캐나다에 기반을 둔 토론토 도미니언 은행은 미국 퍼스트 호라이즌 은행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퍼스트 호라이즌 주가는 33.16% 하락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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