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 어린이가 안 보는 어린이 TV 프로그램
[어린이날 특집 (04)] 종편, 가산점 받는 오전 7시에 편성… 지상파는 등원·등교 시간대 편성
종편 어린이 프로그램, 4-9세 시청률 0% 다수...누굴 위한 편성인가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어린이들이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이 방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종편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다른 방송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며, 4-9세 아동 시청률이 0%인 프로그램도 있었다. 아동의 주 TV 시청시간인 오후가 아니라 오전 7시, 등원·등교 시간대에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종합편성채널 어린이 프로그램의 방영 시간대는 오전 7시에 집중된다. TV조선 <토닥토닥 꼬모>, 채널A <반짝이는 프리채널>, JTBC <슈퍼윙스> 등이 평일 오전 7시에 방영된다. 이는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규제 때문이다. 지상파·종편은 전체 방송시간 1% 이상을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평가에서 오전 7시부터 밤 10시 사이 방영된 어린이 프로그램만 인정한다. 애니메이션을 평일 7시~9시, 17시~20시에 편성할 경우 1.5배 가산점을 준다. 이에 방송사들은 주요 방송시간대인 오후가 아니라 아침 일찍 애니메이션을 편성했다.
지상파의 주 어린이 프로그램 편성시간은 아침 시간 이후였다. KBS의 경우 평일 오후 2시 이후 <구르곰 구르닭>, <TV유치원>, <상상꾸러기 꾸다> 등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MBC는 평일 오전 10시 45분부터 <뽀뽀뽀 좋아좋아>와 애니메이션을, SBS는 오전 11시부터 <꾸러기 탐구생활> 등 어린이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알기 쉬운 방송프로그램 편성비율 길라잡이> 보고서를 작성한 중앙전파관리소는 오전 7시~9시를 “어린이가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라고 칭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종편은 적합한 편성을 했다. 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0 어린이 미디어 이용조사>에 따르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TV를 본다”는 어린이는 21.4%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어린이(47.3%)가 “하원·하교 직후 TV를 본다”고 답했으며, “집에서 식사를 할 때 TV를 본다”는 어린이는 31.6%였다. 등원·등교 시간대인 오전 10시~11시에 어린이들이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을 볼 가능성도 낮다.
어린이 프로그램 시청률은 낮은 편에 속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개한 가장 최근 고정형TV 시청기록 기초데이터(2022년 11월)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 프로그램의 4-9세 시청률은 0.429%다. 같은 기간 지상파 어린이 프로그램 4-9세 시청률은 전체 평균보다 낮은 0.231%다.
종편의 상황은 더 부정적이다. 종편 어린이 프로그램 4-9세 시청률은 0.056%였다. 오전시간대에 방영된 채널A <반짝이는프리채널3>, TV조선 <반지의비밀일기3(재)>·<궁금한건못참는주니토니이야기>·<엉뚱발랄콩순이와친구들7(재)>·<스페이스동의보감(재)>, JTBC <꼬마버스타요6(재)>의 4-9세 시청률은 0%였다. 주 시청자들이 아예 방송을 보지 않은 셈이다.
방송사들이 어린이 프로그램 방송시간대를 다양화하지 않는 이유는 시청률 상승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28일 열린 JTBC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선임센터장은 “수요일, 목요일 아침 7시에 사실 아이들 잘 안 일어난다. 시청률이 가장 안 나올 것 같은 시간에 어린이프로를 편성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JTBC 측은 “어린이 프로그램은 어느 시간대 어떤 방송사에 갖다 놓더라도 시청률이 0%”라면서 “안 본다는 얘기다. 뭘 해야 될까가 항상 큰 고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냥 어린이를 타깃한다기보다는 전 연령층에서 대중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드는 게 답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JTBC가 예로 든 프로그램은 <아는 형님>, <최강야구> 등 일반 예능 프로그램이다.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 TV 프로그램 수요는 꾸준하다. 언론재단이 어린이가 시청한 TV 프로그램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 콘텐츠'(74.5%)와 '애니메이션'(63.5%)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예능·쇼·오락'이라는 응답은 22.1%에 불과했다. 2020년 기준 어린이의 하루 평균 TV 시청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스마트폰(1시간 21분), 태블릿PC(48분)보다 많았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편성 등에 변화를 준다면 주 시청자인 어린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가 방송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는 편성 가산점을 주는 시간대가 오전 7시~9시, 17시~20시로 양극화돼 아동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오후 시간대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이 편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방송평가에서 07시~22시 사이 편성된 전체 방송시간 중 어린이 프로그램, 교육·정보제공 프로그램이 얼마나 편성됐는지만 확인한다. 시간대별 편성 가산점을 다양화한다면 아동의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유니세프 아동권리위원회가 2001년 발표한 논평에 따르면 정부는 대중매체가 아동에게 사회적 및 문화적으로 유익한 정보와 자료를 보급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60억원 코인 거래 김남국에 조선일보 “국민이 우습나” 한겨레 “비판 받아들여라” - 미디어오
- 윤 대통령 “과거사 인식, 일방이 요구할 문제 아냐” 또 발언 파문 - 미디어오늘
- 대구MBC “홍준표 취재 모두 거부중… 위험한 언론관” - 미디어오늘
- 댓글조작 보도에 윤영찬 “거짓 법적대응” TV조선 “다 맞는 보도” - 미디어오늘
- 정부 늑장대응보다 ‘임창정’ ‘라덕연’ 개인탓 몰아간 SG주가조작 보도 - 미디어오늘
- 태영호 녹취록 유출 직원 고발 “비겁…손바닥으로 하늘 가려” - 미디어오늘
- [아침신문 솎아보기] 김남국 수십억 가상자산 논란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 포함해야” - 미디어
- 윤 정부 ‘가짜뉴스 때리기’ 행정력 과잉 집행 지적해야 - 미디어오늘
- 대중 기만으로서의 넷플릭스 - 미디어오늘
- 미국 극동전략 핵심-정전협정,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