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시승기] “조용한 모범생의 숨겨진 질주 본능"···렉서스 ES 300h F SPORT
모드 셀렉터 조작으로 한순간 스포츠 카로 돌변
하이브리드의 답답했던 가속력 뛰어 넘는 쾌감
고속주행 염두한 모델···안전성도 한층 더 진화
ES 300h는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간판 세단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한 주행질감에 연비가 좋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매력까지 더해져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매월 집계하는 수입 승용차 등록 통계에서 렉서스의 ES 300h는 베스트셀링카(트림) 부문과 하이브리드 부문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일 감정이 확산되며 일본 차량에 대한 불매 운동이 벌어졌을 때도 ES 300h는 꾸준한 판매고를 올렸다.
렉서스 ES 300h F SPORT는 ES 300h의 감성에 스포카의 주행 성능을 더한 변주 모델이다. ES 300h 특유의 얌전하면서도 중후한 멋은 그대로이지만 스티어링 휠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 모드로 돌리는 순간 폭발적인 가속을 할 수 있는 스포츠카로 돌변한다. SPORT 트림엔 전자제어 가변 서스펜션(AVS)가 적용돼 있는데 주행 조작과 도로 조건에 따라 쇼크 업소버 댐핑을 650단계로 나눠 정교하게 감쇠력을 제어하고, 드라이브 모드에 맞는 탁월한 조향 반응성을 제공한다.
AVS와 연동된 드라이브 모드는 △Normal △Eco △Custom △SPORT S △SPORT S+ 등 네 가지로 구성됐다. 막대 모양의 셀렉터를 위아래로 돌리면 드라이브 모드가 전환되면서 계기판 색깔도 바뀐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성상 급가속시 답답함이 느껴지지만 SPORT 트림은 SPORT S나 SPORT 모드에서 엑셀패달을 밟으면 시원하게 치고 나간다. 평소에 말수가 별로 없던 조용한 모범생의 숨겨진 질주 본능이 셀렉터 조작 한번으로 깨어나는 느낌이다. 정숙함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좋아하는 ES 300h 오너들 가운데서 가끔 한번쯤은 ‘부웅~’ 하는 엔진 소리와 함께 날쌘 스포츠카의 질주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ES 300h F SPORT가 제격이다.
ES 300h F SPORT의 내부는 일반 트림과 비교할 때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인간 중심의 인테리어 철학 ‘시트 인 컨트롤’에 기반해 디자인된 점은 동일하나 시트의 착좌감은 스포츠카의 특성을 강조해서인지 좀더 딱딱하다. 다만 고속주행이나 와인딩 주행을 감안한듯 시트는 몸을 감싸듯 안정적으로 지지해준다.운전 시의 피로도를 덜기 위해 골반의 각도까지 세밀하게 고려했다. 허리를 지지하는 시트 설계로 허리 근육의 부담을 최소화시키고 착좌면 부위의 소재는 부드럽게 그 이외에는 단단하게 제작해 골반에 집중되기 쉬운 압력을 분산시켰다.
시트의 색깔은 블랙과 레드 2가지가 섞여 있는데 ‘우린 ES 300h 일반 트림과 다르다'는 걸 시각적으로도 보여준다. 과거 ES 300h 오너들의 가장 큰 불만이었던 터치패드가 사라졌고, 12.3인치의 내비게이션을 이제는 터치로 조작할 수 있게 됐다. 내비게이션은 국내 기업 맵퍼스의 아틀란이 탑재돼 있는데 스마트폰 내비처럼 실시간 길 안내가 가능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인터페이스는 기존의 티맵 또는 카카오 내비의 그래픽에 익숙해서인지 이질감이 든다.
스포츠카의 고속주행을 염두에 두고 나온 모델인 만큼 안전성도 한층 강화됐다. 렉서스만의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는 사고 예방에 초점을 뒀다.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PCS)은 전방의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운전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줄여준다. 이번 모델엔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ITA)와 긴급 조향 어시스트(ESA)가 추가됐다.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은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센서로 전방의 차량을 감지하여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설정한 차량 속도와 앞 차량과의 상대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시켜 준다. 앞선 차량이 감지되면 선행차량의 속도에 맞춰 주행 속도를 조절하고 선행차량이 정지하면 따라서 정차한다. 앞선 차량이 출발하면 최초에 설정한 주행 속도에 맞춰 다시 정속주행을 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피로도를 크게 줄여준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는 아스팔트나 연석의 경계선도 인식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안전한 운전을 돕는다. 정체 구간처럼 차선 감지가 어려울 때는 선행 차량 위치를 모니터링해 앞차의 경로를 따라가는 기능도 지원한다.
ES 300h F SPORT는 기존 렉서스 브랜드 특유의 정숙함도 그대로 유지했다. 스포츠 드라이브 모드로 전환하면 야수로 돌변하지만 Normal 또는 Eco 모드로 주행시엔 ES 300h 일반 트림과 큰 차이가 없다. 세 겹의 차음시트를 사용한 하이브리드 어쿠스틱 기술로 소음 스트레스 없다. 플로어 사일렌서를 통해 노면 및 엔진 소음 유입을 최대한 억제하고 서스펜션 타워 사일렌서는 엔진룸 소음을 흡수해 준다. 또한 마이크로 소음을 감지해 스피커를 통해 소음을 상쇄시켜 주는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술도 적용됐다.
ES 300h F SPORT 차량 내부엔 미국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인 마크 레빈슨 스피커가 17개 탑재돼 있다. 앰프 명가 브랜드 답게 ‘딴딴한’ 사운드 음질을 제공한다. 다만 렉서스 차량이 워낙 정숙하다보니 오디오를 틀고 주행할 시 외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렉서스 ES 300h F SPORT의 가격은 7310만원이다. ES 300h 일반 트림의 상위 모델인 이그제큐티브(7060만원)보다 250만원 비싸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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