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이렇게 어른이 된 아이유…'이지금'을 만든 삶의 방향성

2023. 5. 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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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아이유를 보고 있으면 '잘 자란 어른'의 본보기처럼 여겨진다. 15살의 나이에 데뷔해 경쟁이 일상인 곳에서 가수 활동을 시작했고, 시청률과 관객 수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방송가와 영화계에서 배우로 활약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명과 암을 봤고, 직업인으로서 사회의 냉혹함도 체험했다.

연예계는 피고 지는 꽃처럼 무수한 스타들이 등장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아이유가 1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대중문화 아이콘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재능과 영민함을 가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 스타는 꺾이기도, 휘둘리기도 쉬운 이 세계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지켜왔다.

10대 소녀였던 아이유는 어느덧 16년 차의 가수이자 12년 차의 배우가 됐다. 2022년 서른의 문턱을 넘었던 아이유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특히 좋은 일이 많았던 한 해기도 했고요"라고 나이 앞자리가 가져온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화 '드림'(감독 이병헌)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아이유는 "제 첫 영화예요. 코로나19 여파로 촬영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던 터라 더 각별해요"라며 비로소 관객과 만나게 된 감격을 표했다.


아이유는 지난해 출연한 '브로커'로 칸영화제 초청을 받았다. 영화가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레드카펫을 밟았고 세계적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드림'은 '브로커'보다 앞서 찍은 영화다. 코로나19로 촬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무려 4년이란 시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그 사이 나중에 찍은 '브로커'가 먼저 완성돼 칸에 진출했고, 국내 관객과도 먼저 만났다. 그렇다고 해도 처음이 갖는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아이유는 '드림'에서 방송사 PD 소민으로 분했다. 홈리스 월드컵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만난 축구선수 홍대(박서준), 다양한 사연을 지닌 홈리스들과 우정을 나눈다. 스스로를 열정 없는 PD라고 하는 소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프로다.

소민에 대해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고 소개하며 "드라마에서 연달아 어둡고 사연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사연이 없고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을 때 만난 영화"라고 했다.

아이유는 데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며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이제는 아이유를 롤모델이라고 꼽은 후배들도 부쩍 늘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조언 남기기도 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에서 느꼈던 여러 감정을 털어놓으며 격려와 위로 그리고 용기의 말을 전했다.
 

가수 그리고 배우 아이유

아이유는 최근 활동명을 '아이유'로 통일하며 더 이상 가수와 배우 사이에서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가수일 땐 아이유, 배우일 땐 이지은으로 부르는 구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2008년 가수로 먼저 데뷔했지만 어린 시절 처음 가진 꿈은 '배우'였다고 말했다. 가수 연습생 시절에도 연기 수업을 꾸준히 받으며 배우로서의 미래를 준비했다고. 연기 데뷔작은 2012년 방송된 드라마 '드림하이'다.

아이유는 배우가 되고 난 후 실패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발표하는 노래마다 대중의 사랑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가수로서의 행보와 달리 배우 활동에 있어서는 부침도 적잖았다.


"가수를 먼저 시작했고, 배우 데뷔는 그다음이다 보니 불이 붙는 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기에는 두 가지의 시너지가 크다고 생각해요. 채우는 것과 비워내는 게 다르거든요. 가수로 유명해진 후에 배우를 시작한 거라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은 맞아요. 영화의 경우 첫 작품이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었고, 두 번째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였으니까요. 운이 좋았죠.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을 가지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해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가수로서의 성공이 넘어야 할 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배우로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요."

연기를 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헤맬 때가 있다고 말했다. '드림'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께서 제가 혼자 준비했던 것 이상으로 대사의 속도감을 요구하셨어요. 현장에서는 멘붕이 왔죠. 소민의 캐릭터 특성상 말을 빨리 하면서 잔동작까지 병행해야 했는데 그 과정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요구하는 디렉션도 있었는데 많이 헤맸어요. (박) 서준 씨는 같은 디렉션을 받아도 바로 캐치를 해서 오케이를 받아내더라고요. 그 순발력과 재치에 또 한 번 놀랐어요"라고 말했다.


"'드림'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웠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가 처음이기도 하고 이병헌 감독님의 개성과 특성이 뚜렷하잖아요. 촬영 호흡도 굉장히 빨랐고요. 영화 현장은 내 예상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준비한 것에만 너무 기대면 나만 혼자 느려지는구나를 느꼈어요. 사전에 준비를 열심히 하되 현장에서 과감하게 버리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유의 배우 도전은 성패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다. 대중의 무한한 지지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늘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담으로 다가올 때는 없는지 묻자 "열심히 한 사람은 기다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해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더라도 '한 번은 더 봐줘야지' 하는 마음이신 것 같아 감사하죠"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 전하는 조언 "일과 생활을 분리하세요"



인터뷰가 이뤄지기 전날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의 비보가 전해졌다. 아이유는 후배를 애도하는 마음으로 당일 기자들에게 인터뷰 엠바고를 요청하기도 했다. 가까이에서 친분을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일을 했던 후배의 비보가 전해졌을 때 받은 충격과 슬픔은 컸을 것이다. 

아이유는 연예계 생활을 후배들에게 "요즘 친구들은 다 너무 잘하는 것 같아요. 미성년자라고 해서 덜 프로답고 그런 건 없어요. 저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데뷔해도 훨씬 프로다워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어딘가에서 힘들어하고 있을 후배들을 위한 따뜻한 격려와 응원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10대 때부터 이 일을 해서 동료들이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어떤 것에 마음이 다치고 움츠러드는지 직접 보고 느꼈어요. 올해로 데뷔 16년 차가 됐는데 생각해 보면 자기 생활과 직업이 어느 정도 분리돼야 마음이 덜 힘든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라는 것이에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개인의 공간과 업무 공간을 나누는 게 쉽지 않고, 매 순간 '일을 한다'라고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직장인들이 '퇴근했다'라고 느끼는 것처럼, 그런 분리가 쉽지 않아요. 어린 나이에 엄청난 강도의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아이돌은 특성상 더욱 그런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더더욱 분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유는 "어린 친구들의 경우 회사에서 분리하는 학습이 돼있다면 조금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라면서 "힘들 때 '힘들다', 아플 때 '아프다'라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러려고 노력해요. 또 너무 숨이 찰 정도로 연예인으로서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경험에 따른 조언이냐고 묻자 아이유는 "저의 경우는 그걸 따로 하지 않아도 잘 된 편이긴 해요. 거기에서 오는 힘든 점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함께 했던 친구들 특히 그룹 활동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런 애로사항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프로로서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자기가 자기 일 수 있는 시간은 꼭 가졌으면 좋겠어요"라고 거듭 당부했다.
 

"매일 일기를 써요… 금고에 보관한 일기장 15권"

아이유는 하루의 일과를 '일기 쓰기'로 마무리한다고 했다. 이 시간을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시간'으로 꼽으며 "집에 와 샤워를 하며 그날에 대해 총평을 하는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샤워를 하면서 생각했던 걸 일기장에 적어요. 오늘의 나, 어제의 나를 기록한 것을 보며 '그때 나 이렇게 생각했었네'라고 되새기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자' 하면서 방향을 틀 때도 있어요. 일기를 쓰는 게 자신을 객관화하고 돌아보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기록은 큰 자산이 됐다. 어쩌면 아이유가 쓴 여러 가사의 영감일지도 모른다. 아이유는 "집에 금고가 있는데 일기장이랑 편지를 모아놨어요. 일기장은 데뷔 후 1년에 한 권씩 써서 15권 정도 된다"며 "일기장은 나중에 태워버릴 거예요"라고 웃어 보였다.

오롯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지은이 아이유가 된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이유는 "솔로가수로 데뷔해서 홀로 활동했는데 저는 운이 좋게 처음부터 환경이 잘 설정돼 있었어요. 저희 회사도 그렇고, 옆에서 일해 주시는 분들도 제 생각이나 가고자 하는 방향을 꺾지 않았거든요. 좀 쉬고 싶다고 하면 쉴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셨고요. 어릴 때 데뷔 했고, 그래서 불안 요소도 있었겠지만, 좋은 어른들을 만나서 멀쩡한 30대로 잘 자랄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유의 이런 성숙함은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도 특별한 영감과 에너지를 준다. 동료들이 "아이유에게서 큰 자극을 받았다"라고 입을 모으는 건 어린 시절부터 '애어른'같은 면모를 보였기 때문이 아니라 나이를 넘어서는 내적 단단함 때문일 것이다.

주변의 이런 평가에 대해 아이유는 "오히려 제가 그분들의 도움을 더 많이 받았어요. 거울효과랄까요. '나보다 더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하는구나. 내가 힘들 때는 더 어른스럽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해요. 서로 주고받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라며 동료로부터 받은 긍정적 영향을 언급했다.
 

나의 슬럼프 극복법 "좋은 것도, 나쁜 것도 한 번에 털어요"

올해 아이유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라면 오랜 지인이었던 이종석과 공개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영화 인터뷰 자리에서 연인에 대한 질문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아이유는 이종석은 '남자친구'라 칭하며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연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그럼요.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당연히 연기 이야기를 나눠요. 촬영을 앞두고 정말 모르겠다 싶은 신이 있을 때는 남자친구에게 SOS를 치기도 해요"라고 답했다.

'드림'의 경우 과거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정석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극 초반 등장하는 대화 장면에서 리듬감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조정석에게 SOS를 쳤고, 조정석은 8가지 버전으로 대사를 읽은 음성 파일을 보내줬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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