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400억→8400억' 삼성 DX 공식에 덕본 중소기업 살펴보니

김민성, 김설아 2023. 5. 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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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0주년기획 [DX인사이트]
상생형 스마트공장사업, 협력사 대상 DX 솔루션 전수
스마트 모니터링, 업무효율↑…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그래픽=비즈워치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입니다"

[창원=김민성 김설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상생경영'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디지털전환(DX)도 삼성전자가 생각하는 상생경영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상생형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중소기업의 DX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제조업은 DX를 통해 높은 효율을 얻을 수 있는 분야로 꼽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 DX를 적용하면 생산 자동화를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데이터 전산 관리로 체계적인 생산이 가능해 높은 효용성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DX를 이룬 업체들은 어떤 모습일까.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을 적용한 업체 중 한 곳을 방문해봤다.

중기 현장서도 언제 어디서든 생산현황 한눈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3시간을 달렸다. 목적지는 경상남도 창원에 위치한 반도체 부품 업체 해성디에스다. 해성디에스는 서브스트레이트와 리드프레임 등 반도체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곳은 지난 2018년부터 작년까지 삼성전자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

해성디에스 곳곳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생산설비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면엔 생산 현황과 관련된 지표들이 출력된다. /사진=김설아 PD kimseola@

해성디에스의 반도체 부품 생산현장에 들어서니 작업 근로자는 드물게 보였다. 근로자의 개입 없이도 수많은 기계가 쉬지 않고 부품을 만들어 냈다. 분주히 작동 중인 기계들 위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전체 공정 현황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대형 모니터였다. 화면엔 반도체에 치명적인 불순물 수준부터 설비 가동률, 불량률까지 여러 생산지표가 표시됐다. 

대형 모니터는 생산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곳곳에 모니터를 설치한 덕분에 해성디에스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작업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업체 설명에 따르면 모니터에 출력되는 내용은 스마트공장 사업으로 도입한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의 결과물이었다.

해성디에스 곳곳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로 생산설비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면엔 생산 현황과 관련된 지표들이 출력된다. /사진=김설아 PD kimseola@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통해 마련됐다. 지난 2018년 스마트공장을 적용하기 전까지 해성디에스는 수율이나 불량률을 공정별로 집계해 각각 관리했다. 당시 각 공정의 개별 지표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전체 설비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던 탓에 체계적인 관리는 어려웠다.

반도체 업종은 불량이 발생했을 경우 공정을 멈추고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찾아야 한다. 생산을 멈춘다는 것은 생산량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온 삼성전자는 해성디에스 내 공정 현황과 수율을 어디서든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불량률을 사전에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면 생산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의 핵심, '맞춤형 솔루션'의 일부다.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 지원센터 관계자는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부품 업종 특성상 정말 많은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데 반도체 생산 설비들의 조건, 생산량, 품질 등 데이터들을 전부 시스템으로 통합했다"면서 "이 시스템을 통해 사전에 설비 오류를 예측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스스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해성디에스 내부 곳곳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운반하는 무인운반시스템(AGV) 모습 /사진=김설아 PD kimseola@

통합 생산 관리 시스템 외에도 DX가 적용된 모습을 더 찾아볼 수 있다. 해성디에스 공장에선 무인운반시스템(AGV·Autonomous Guided Vehicle)이 원자재나 제품을 운반하고 있었다. AGV는 할당된 업무를 마치면 자동으로 충전스테이션으로 돌아갔다. 단순 운반 업무를 자동화해 불필요한 인력 소모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해성디에스 관계자는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수율 향상, 리드타임 단축 등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2015년 2460억원 정도였던 매출이 지난해 8394억원으로 3배 이상 성장했다"면서 "디지털전환은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과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해성디에스의 DX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해성디에스의 전 공정에 인공지능(AI)를 도입하고, 창고와 물류 자동화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능형 공장'을 만드는 것이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의 최종 목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성디에스는 2018년부터 차근차근 관리 시스템부터 시작해 여러 분야에서 스마트공장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면서 "앞으로는 창고 관리와 같은 분야에서도 자동화를 추진하고, AI를 도입하는 등 최종적으로 지능형 공장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X상생경영, 3천개 중기 지원

제조업 분야에서 DX는 수익성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 AI 도입, 공정 자동화 등 DX를 통해 생산량과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사업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자체적으로 DX를 추진하기는 어렵다. 대기업에 비해 경험과 비용이 부족해서다.

김은하 KBIZ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내부 자원, 인력, 학습 역량 등이 대기업에 비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DX와 같은 혁신 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부추기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에 주목한 삼성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이 강조한 상생경영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중소기업의 DX 전환이 목표인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에 '진심'이다. 삼성전자에서 25년 이상 근무한 2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직접 출퇴근하며 각 업체에 맞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단순 현장 환경 개선부터 공정 자동화까지 모든 DX 영역에 걸쳐 삼성전자의 손길이 닿는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쌓은 DX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삼성전자는 이미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대부분 사업부에서 DX를 추진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신청한 중소기업의 수는 총 3000여곳 이상이다. 해성디에스와 같은 반도체 부품 제조부터 식품 제조, 도금 등 여러 분야의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DX를 이뤘다.

스마트공장 도입 효과는 뚜렷하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기업은 미도입 기업 대비 매출 23.7%, 고용률 26%, 연구개발(R&D) 투자액은 3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 협력사 여부와 무관하게 국내 제조업 중소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그동안 쌓아온 제조혁신 기술과 DX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접목해 제조경쟁력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중소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지방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스마트공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 지원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안전한 환경이나 에너지 절감, 친환경 등 ESG 경영과 관련된 지원을 스마트공장 사업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특히 인구소멸지역에 주목하고 해당 지역의 제조경쟁력을 향상시켜 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김민성 (mnsung@bizwatch.co.kr)
김설아 (kimseola@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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