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되나요'…노키즈존도 예스키즈존도 어린이엔 '울타리'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이율립 기자 = 어린이의 입장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이 논란이 된 이후 최근 이른바 '예스 키즈 존'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이들이 입장해도 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노 키즈 존의 정반대 성격인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추진하는 '서울 키즈 오케이존' 사업이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식당, 카페 등 349개의 영업장이 이 사업에 참여했고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4월 "온 세상 어린이 대환영"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예스 키즈 존' 마케팅을 펴기도 했다.
노 키즈 존으로 마음이 상했을 법한 아이를 둔 부모에겐 예스 키즈 존이 일단 반갑다는 반응이 많다.
네살, 두살 남매를 키우는 박두나(31)씨는 요즘 눈에 종종 띄는 예스 키즈 존에 대해 4일 "아이를 반겨주는 곳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며 "존중받고 대우받으며 자라난다면 아이들의 인격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스 키즈 존의 등장은 노 키즈 존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무렵 등장한 노 키즈 존은 이듬해 한 식당에서 화상을 입은 아이에게 식당 측이 일부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점점 늘기 시작했다.
어린이와 그 부모를 차별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여론은 노 키즈 존을 허용해야 한다는 옹호론이 대체로 우세하다.
한국리서치가 올해 2월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노 키즈 존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사업주의 자유이며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허용할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71%로 나타났다. 허용할 수 없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초등학교 5학년·고등학교 2학년 두 아들을 키우는 이모(46)씨도 "업주 입장에서는 부모가 애를 데리고 와서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된다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노키즈존이 영업장의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알면서도 어린 자녀를 둔 부모로선 '공식화'되다시피 한 노 키즈 존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어린이가 보호와 관심의 대상이 아닌 사고를 칠 가능성이 높은 '예비 과실범'으로 취급되는 기분이 드는 탓이다.
경기도 수원에서 다섯살 딸을 키우는 박모(38)씨는 "업주의 마음이 이해는 되지만, 일률적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게 불편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의 사회적 활동을 직접 제한하는 노 키즈 존뿐 아니라 예스 키즈 존 역시 아이들에겐 제약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동·청소년 유해 시설도 아닌 식당 같은 보통의 공간에서 어린이의 '입장 허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예스 키즈 존의 등장은 오히려 노 키즈 존을 인정하고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런 명칭 자체가 아이들의 공간을 매우 쉽게 제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노 키즈 존과 예스 키즈 존 모두 성인이 바라는 완벽한 아이가 아니라면 아이다움의 자유가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령이나 특성에 따라 어디는 되고 어디는 안 되는 식으로 구분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주변에 방해가 되면 부모가 책임지고 조처하는 등 자연스럽게 해결돼야 마땅한 일"이라며 "이는 또 하나의 차별"이라고 말했다.
각종 '키즈 존'을 바라보는 아이들도 썩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엄도현(11)군은 "어린이를 차별하는 것 같다"며 "아이들과 어른의 차이는 있지만 차별은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님과 강화도로 여행을 갔다가 노 키즈 존을 경험한 적이 있는 박찬웅(10)군은 "어른들은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느냐"며 "우리는 애들이어도 들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했다.
2yulri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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