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어중간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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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중립이 파멸을 부른다"는 사실을 최근 가장 예민하게 깨달은 사람들로 핀란드 국민을 들 수 있다.
핀란드는 미국 주도 나토(NATO) 동맹과 인접 강국 러시아 사이에서 70여 년간 외교·국방 줄타기를 하다 4월4일 나토에 가입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믿고 한편이 될 수 없기에 핀란드는 중립국을 고수했다.
이제 미국·유럽 30개국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러시아는 핀란드를 공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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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전영기 편집인)
"어중간한 중립이 파멸을 부른다"는 사실을 최근 가장 예민하게 깨달은 사람들로 핀란드 국민을 들 수 있다. 핀란드는 미국 주도 나토(NATO) 동맹과 인접 강국 러시아 사이에서 70여 년간 외교·국방 줄타기를 하다 4월4일 나토에 가입했다.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최상의 복지국가라 할 수 있지만 심리적·역사적으로 언제 러시아의 무력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왔다.
약소국 핀란드가 반세기 이상 중립국을 유지한 건 러시아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전쟁이 벌어질 경우 확실히 믿고 도와줄 강력한 이웃 나라가 딱히 없어서였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믿고 한편이 될 수 없기에 핀란드는 중립국을 고수했다. 특히 러시아의 침략 본성을 자극하지 않으려 정치·안보적으로 알아서 기는 다소 비굴한 유화주의를 실천해 왔다.
핀란드가 70여 년 중립을 포기하고 러시아를 등진 이유
그런데 지난해 2월 상황이 변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략전에 여지없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고 "다음 차례는 우리"라는 위기의식이 발동했다. 핀란드 국민과 의회, 정부는 하나로 뭉쳤다. 1년간 치밀하게 추진해 31번째 나토 동맹국 지위를 얻는 데 성공. 나토 헌장 5조는 '회원국이 적국의 침략을 받으면 다른 회원국들이 집단 대응한다'고 되어 있다. 이제 미국·유럽 30개국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러시아는 핀란드를 공격할 수 없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나고 10년쯤 평화가 온 후 불길한 징조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2020년부터는 완연한 열전의 문턱을 넘기 시작했다. 국제질서의 판이 바뀌고 있다. 실제 무력이 오가는 열전에서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것이 이도 저도 아닌 중립지대라는 점은 명료한 역사적 진실이다. 당장 그 사실을 우리는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보고 있다.
관념과 이론, 책임 없이 떠드는 평론의 세계에선 '균형, 중간자, 다자외교…' 같은 근사한 용어들이 날아다니지만 막상 열전 속의 교전 당사국이 되면 둘 중 하나일 뿐이다. 고립되든가 지원받든가. 고립되는 쪽은 대체로 이리저리 눈치 보면서 균형외교를 벌이던 나라다. 두 강대 세력의 충돌에서 관심이나 동정,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기에 첫 번째 먹잇감이 되기 일쑤다.
없는 동맹도 만드는 시대…한미 동맹 외연 확대해야
다른 나라 얘기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야말로 1950년 6·25 남침 때 고립무원이었다. 소련이 기획하고 중국이 지원해 북한 공산군이 기습적으로 쳐내려오고 있는데 한국 땅에 미군은 군사고문단 수백 명에 불과했다. 미국이 공산 세력과 맞서는 방어선에 일본까지만 포함시키고 한국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그때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과 소련 사이 중립지대에서 중간자 외교를 폈다면 우리나라는 없어졌을 것이다. 북한 공산주의 김일성 치하에 편입됐을 것이다.
운이 따르고 이승만의 비타협적인 반공·자유 호소가 미국 수뇌부에 먹히면서 미군은 한국을 총력 지원했다. 시늉만 한 게 아니라 3만7000명의 전사자를 낸 확실한 지원이었다. 한국은 일찌감치 세계 최강인 미국과 한편을 먹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취가 있었다. 동맹으로 나라를 전쟁에서 지켰고, 동맹의 기반 위에 경제성장을 이뤄 오늘의 번영에 이르렀다.
냉전이나 평화 시대에 강소국·중견국들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중립·비동맹의 길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 세계는 국지적으로 열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언제 또 여기저기서 터져 큰 전쟁으로 치달을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핀란드처럼 원래 없던 동맹도 새로 만드는 판에 한국은 기왕에 잘 작동하고 있는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외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 러시아 등이 감히 불장난할 엄두를 못 내도록 무력의 연대를 완비할 때다. 열전 시절에 평화를 지키는 법은 동맹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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