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칠세부동석’ 출입문도 구분했던 한옥성당, 문화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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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음성읍 용광로 15번길에 한옥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다.
김형래 충북도 문화재위원(전 강동대 건축학과 교수)은 "초기 성공회 성당은 토착화를 위해 한옥으로 지었다. 음성성당은 당시 한옥 성당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이용하 음성군 문화체육관광과 박물관건립팀장은 "음성성당은 100년 된 한옥 성당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빼어나지만 일부 공간을 개축·보수한 것 등을 이유로 문화재 등록이 무산됐다. 늦게나마 문화재 등록을 앞둬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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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음성읍 용광로 15번길에 한옥 한 채가 덩그러니 서 있다. 긴 쪽은 다섯칸, 짧은 쪽은 세칸이다. 규모는 164.7㎡(50평)로 여느 여염집보다 큰 편이지만, 단아한 자태다. 이 한옥은 올해 건축 100돌을 맞은 대한성공회 음성성당이다.
문을 열면 마룻바닥이 펼쳐진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보에 작은 십자가 문양과 함께 ‘주강생일천구백이십삼년시월칠일 상량’이란 한자가 있다. 1923년 10월7일 건축했다는 상량문이다. 김형래 충북도 문화재위원(전 강동대 건축학과 교수)은 “초기 성공회 성당은 토착화를 위해 한옥으로 지었다. 음성성당은 당시 한옥 성당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음성성당의 뿌리는 초가다. 한국인 최초 성공회 사제 서품을 받은 김희준(마가) 신부의 첫 부임지이기도 하다. 초가 예배를 이어오다 훨렛트(한국이름 유신덕) 신부 주도로 1923년 지금의 한옥 성당이 건축됐다. 1928년 아동 교육을 하는 ‘신명학원’이 운영됐고, 1944년 일제 탄압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만세운동이 일어나는 등 독립운동 거점이기도 했다.
이 한옥은 좀 특이하다. 한쪽은 팔작지붕, 다른 쪽은 맞배지붕 형태다. 맞배지붕 쪽은 붉은벽돌을 쌓았다. 뒤에 덧대 건축을 했다는 것이다. 내부는 기둥·보 등 전통 한옥 목조건축 양식 구조지만, 공간 배치는 초기 서양 성당이 채용했던 바실리카 식을 적용했다. 맞배지붕 쪽은 신도, 팔작지붕 쪽은 사제가 출입했다. 신도가 드나들었던 곳은 출입구가 두 개인데, 건축 초기엔 남녀를 구분했다.
제대가 벽에 설치돼 사제와 신도가 한 방향으로 기도했고,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 스테인드글라스도 있다. 박재원 음성교회 신부는 “대개 성당 안에 ‘로즈 창’이란 작은 창을 내는 데 음성성당은 한옥인데도 스테인드글라스가 설치돼 있다. 초기에는 ‘남녀칠세부동석’ 풍습에 따라 출입·기도 공간을 분리하기도 했다. 서양과 우리 전통을 적절히 조화를 이룬 게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음성성당은 곧 문화재가 된다. 음성군 등은 지난 2010년 문화재청에 국가 등록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난해 5월 최종 부결됐다. 이에 음성성당 쪽은 철거를 논의하기도 했다. 음성군이 말렸고, 성당은 신도회까지 열어 보존을 결정했다. 이용하 음성군 문화체육관광과 박물관건립팀장은 “음성성당은 100년 된 한옥 성당으로 문화재적 가치가 빼어나지만 일부 공간을 개축·보수한 것 등을 이유로 문화재 등록이 무산됐다. 늦게나마 문화재 등록을 앞둬 다행”이라고 말했다.
음성군은 지난 2월 충북도에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했고, 충북도는 지난 3월31일 등록 문화재 등록 예고 공고를 했다. 충북도는 오는 19일 문화재심의위원회를 거쳐 음성성당을 문화재로 등록할 참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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