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특집]"기자수업은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들어야 한다"

박재령 기자 2023. 5. 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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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특집 (02)]어린이기자 교육하는 열린순창 편집국장 인터뷰
군수, 군의회의장 인터뷰… "사회 문제 해결 일조 직접 느껴"
순창초 어린이기자단, 오마이뉴스 보도 통해 '유퀴즈' 출연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5월5일은 어린이날이다. 365일 중 364일이 어른의 날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은 사회에서 배제됐고 미디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린이날을 맞아 미디어오늘은 '어린이'라는 소외당한 새로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들을 담았다. 올해는 어린이 인권운동가 방정환이 만든 잡지 <어린이> 창간 100주년이다. 당시 방정환은 20세까지 어린이로 봤는데 미디어오늘은 그 취지를 살리고 현재 참정권 등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이기에 어린이·청소년 전반을 이번 기획기사의 주인공으로 삼으려 한다. - 편집자주

▲ 2021년 나온 순창초등학교신문 창간호. 학생들이 취재기자를, 최육상 국장이 지도강사를 맡았다.

2021년 기준, 전라북도 순창군은 인구증가율 4.2%로 '인구감소율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사람이 떠나고 있는 위기의 현실에서 아이들은 아랑곳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군과 교육지원청, 마을학교협동조합이 힘을 모아 '순창어린이신문'을 발행했고 지난해부터는 순창 지역신문 '열린순창'이 교육을 맡아 순창초등학교신문이 창간됐다. 이외에도 열린순창은 2021년부터 '미디어리터러시' 사업 일환으로 순창여중학생들을 교육하며 학교신문 발행을 돕고 있다. 학교신문으로 이어진 학생들의 끈끈한 연대는 순창에 누구 못지않은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는 열린순창 최육상 편집국장은 주1회 1시간 30분씩 20회에 걸쳐 아이들을 가르친다. 순창여중의 경우는 주2회 1시간씩 총 30회다. 일반 과목의 수업 시간과 비등한 수준이다. 교육계획서를 받아보니, 수습기자 교육보다 나은 체계성을 자랑했다. 뉴스가치에 대한 교육부터, 녹음기를 활용한 인터뷰 실습, 사진 촬영 요령까지 담겨 있었다. “교육하면서 항상 강조하는 게 있는데요, 기사는 누구를 죽이려고 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사건과 사고를 다루더라도 구조의 문제, 문제의 원인이 뭔지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대안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육상 편집국장)

▲ 2021년 10월 오마이뉴스 '기자 데뷔 앞둔 순창여중 학생들, 사연은 이렇습니다' 기사 갈무리.

최 국장은 언론에 대한 교육 이외에도 학교 수업에 다루지 않는 소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학생들에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2021년 10월 오마이뉴스 <기자 데뷔 앞둔 순창여중 학생들, 사연은 이렇습니다>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순창여중 동아리의 대답은 그 자체로 통통 튄다.

“저는 게으르지만 부지런한 사람입니다. 항상 쉬고 싶어 하고 자주 쉬지만 또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책 읽는 데 보냅니다. 숙제를 미루지만 제출 전까지는 수준 높게 끝냅니다.”

“중국드라마나 영국, 미국 드라마 보기. 10cm, 방탄, 마마무, 빌리아일리시, 라일리듬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책은 뭐든지 다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제) 자습을 끝내고 잘 준비를 끝내고, (새벽) 1시에 잤던 것을 다시 해 보고 싶다. 왜냐하면 오늘의 하루를 다시 시작하고 싶기 때문이다.”

▲ 순창여중 학교신문 '자갈자갈' 창간호 8면.
▲ 순창여중 학교신문 '자갈자갈' 창간호 3면.

형형색색의 답은 순창여중 학교신문 '자갈자갈'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21년 창간호에서 강유진 기자는 '기획'으로 민초(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학생들을 카카오톡으로 인터뷰했고, 학생들은 “치약이 민초맛을 따라한 것이다. 민초는 맛있다”, “모두의 생각을 존중하면 민초파와 반민초파 서로 다툴 일이 없다” 등의 답을 내놨다. 이외에도 MBTI 10줄 요약편과 함께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등 무게감 있는 인터뷰도 순천여중 학생들은 거뜬히 해냈다.

기자교육을 받던 순창초 어린이들은 언론보도로 '꿈'이 이뤄지는 경험을 맛봤다. 인터뷰 교육 중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유재석'을 외치면서부터다. 아이들은 종이학 1000마리를 접으며 도화지에 유재석을 만나고 싶은 이유를 빼곡히 적었다. 간절한 과정이 담긴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유퀴즈 온 더 블록' 제작팀이 학교에 연락을 취했고, 아이들은 지난해 12월 입을 틀어막은 채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났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잘 한 것 같습니당.”(공채경)

“기자쌤 덕에 유느님도 만났어용 감사합니당!”(정시향)

“기자 선생님 덕분에 서울도 가고 예능도 출연할 수 있었어요~!”(김다예)

“쌤 덕분이죠!. 저희 위해서 끝까지 노력해주셔서 감사합니다.”(박정민)

“기자쌤 덕분에 유퀴즈도 나가게 되고 가문의 영광이에요.”(김연후)

▲ 지난해 12월21일 방영된 유퀴즈 온 더 블록. 순창초 어린이 기자단이 출연했다. tvn 유튜브 갈무리.

“순창군수나 순창군의회 의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을 때도 학생들이 무척 신기해했습니다. 때로는 하기 어려운 질문도 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걸 직접 느끼는 학생들이 있었는데요. 지난해 교육을 받았던 몇몇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 '계속 기사를 쓸게요'라고 먼저 말하는 걸 듣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중학교에 간 뒤 기사를 써 보내주기도 했고요.” (최육상 편집국장)

실제로 기자교육을 받았던 학생 중 의지가 있으면 '학생기자'라는 이름으로 열린순창에 기사를 올릴 수도 있다. 순창초 기자단 교육을 받고 순창여중에 입학한 정시향 학생기자는 지난달 12일 순창여중 신입생을 인터뷰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다른 점> 기사를 냈다.

▲ 지난달 12일 열린순창에 게재된 정시향 학생기자 기사. 열린순창 갈무리.

“1년 교육을 마치고 그냥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제가 종종 학생들에게 쓰고 싶은 기사가 없냐고 묻곤 합니다. 교육을 마치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학생 기자들인데 대체로 학원 가느라 바빠 자주는 못 쓰지만 최대한 부담 주지 않는 선에서 기사를 작성하게 하고, 보내오면 신문 지면과 홈페이지에 학생기자 이름으로 보도합니다.” (최육상 편집국장)

순창여중 기자교육은 전북교육청의 '미디어리터러시' 사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신문을 만드는 과정은 단순 미디어리터러시의 의미를 넘어 공동체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전체 초중고생이 2100여명에 불과한 순창 지역에서 학생신문은 서로를 잇는 통로 역할을 했고 마냥 미숙한 존재로 그려졌던 '어린이'는 직접 발로 뛰고 신문을 만들고 여론을 형성해내는 역할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이 기사를 직접 작성하면서 학교 소식, 선생님 인터뷰뿐 아니라 인구소멸, 기후위기 등 쉽지 않은 문제를 본인의 삶과 연계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물로 전교생과 순창군민, 각 기관에서 학교 신문을 함께 보며 어느 정도 여론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삶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신문을 만들면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학원 등 순창군 어린이들도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기사를 쓰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 교육을 마치고 소감을 적으라 했더니, 기자수업은 모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들어야 한다고 한 말이 기억에 남네요.” (최육상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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