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은 입안으로 불청객 찾아왔다…요즘 급증한 '이 병'
코로나19가 국내 상륙한 이후 '꾹 막혔던' 입이 3년 만에 열렸다. 지난달 20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가 해제되면서다. 감염 취약 시설, 의료기관 등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답답했던 마스크에서 해방됐지만, 역설적으로 마스크로 인해 억제됐던 각종 전염병이 마스크를 벗고 난 후 나돌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호흡기'와 관련해 주의해야 할 질환이 적잖다. 이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이채영 교수의 도움말로, 마스크를 벗었을 때 주의해야 할 호흡기 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감기는 코·목 등 상기도에 발생하는 가벼운 바이러스 감염이다. 200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발열과 기침·콧물·인후통·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 초기엔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 코 증상이 주로 나타나지만 2~3일이 지나면 인후통, 인후 이물감, 기침으로 진행하는 게 특징이다.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 없이 1주 이내에 저절로 호전된다.
독감(인플루엔자)은 인플루엔자(influenza)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한다. 이채영 교수는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달리 콧물, 기침, 인후통 등의 국소 부위 호흡기 증상보다 발열·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더 뚜렷하다"며 "주로 날씨가 춥고 건조한 10월부터 그다음 해 5월까지 독감 발생률이 높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만 막아내므로 감기를 막지 못한다.
독감의 증상은 일반적인 감기보다 심하다. 피로감이 동반된 고열이 생기고, 심한 두통과 오한·근육통을 호소한다. 전신 증상과 함께 인후통·기침·콧물 증상이 동반된다. 어린아이의 경우 침을 많이 흘리고, 잘 먹지 못하며, 심하게 보채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오심·구토·설사·복통 등 위장관 증상이 흔하고, 열성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독감 증상은 7~10일간 이어진다.
감기 예방의 첫걸음은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 습관이다. 잠을 불규칙적으로 자거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즐기는 습관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건조한 환경은 호흡기에 감기 유발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어 실내에 적정 습도(50~60%)를 유지한다.
독감을 치유하려면 충분한 휴식과 수면 등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큰 고위험군 환자는 가능하면 빨리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 자나미비르(zanamivir) 등을 투여받는 게 도움 된다.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합병증이 생겼거나 심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조기에 항바이러스를 투여한다.
세균·바이러스로 인해 폐 조직에 염증이 발생하는 폐렴도 유의해야 한다. 폐렴은 건강한 사람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만 65세 이상 노인, 흡연자와 알코올 중독자, 천식 등의 호흡기 환자,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서 발생하기 쉽다. 이 교수는 "감기와 달리 폐렴은 2~3일 이후에도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고름 같은 진한 노란색의 화농성 가래가 지속하며 가슴 통증, 호흡 곤란을 보일 수도 있다"며 "고령층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 대신 식욕 부진, 기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은 유해한 입자, 가스를 흡입해 유발된 기도와 폐포에 이상이 생겨 지속적 기류 제한과 호흡기계 증상이 발생하는 질병이다. 대부분 40대 이후에 발병하며 만성적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 특징이 있다.
이채영 교수는 "호흡곤란이 만성 폐쇄성 폐 질환의 가장 중요한 증상이며, 서둘러 걷거나 비탈길을 오를 때 심하고, 평상시에 이 증상이 덜한 것이 특징"이라며 "기침이 첫 증상일 수 있지만 흡연 때문이라고 무시하기 쉽다"고 언급했다.
기관지천식은 외부 자극으로 인한 기관지의 반응이 증가하는 기도 질환이다. 기관지의 알레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점액 분비가 많아지고, 기도 벽이 부어오르며, 자극 물질 때문에 기도가 경련을 일으켜 좁아진다.
천식 발작의 가장 큰 원인은 감기이지만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동물 털, 배설물, 곰팡이, 대기오염, 자극적 냄새, 담배 연기, 식품첨가제, 황사 등도 영향을 준다. 천식의 대표적인 증상은 밤·새벽에 갑자기 나타나는 호흡곤란, 쌕쌕거림, 기침 등이다.
간질성 폐 질환은 직업성 폐 질환, 환경적으로 접촉되는 여러 가지 유기물질에 대한 과민성 폐렴, 약제에 의한 폐 질환, 유전성 질환, 류머티즘성 관절염이나 전신경화증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해제됐지만 만 65세 이상 고령자, 면역저하자, 만성 호흡기 질환자는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며 "마스크는 모두가 함께 쓸 때 바이러스 감염 예방 효과가 크지만, 혼자 착용할 때도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봄철에는 공기가 건조해 미세먼지나 분진이 대기에 많이 떠다니고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해 만성 호흡기 질환자의 증상이 악화하기 쉽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도 마스크 착용이 도움 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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