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이 던진 화두 ‘자유’에 자유주의 기본 더 채워야”
●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요구로 뽑힌 지도자
● ‘한미일 안보협력’ 재확인 제1 성과
● 기업 모래주머니 떼어준 건 잘한 일
● 李 억지 법안으로 尹에 ‘불통’ 프레임 씌워
● 국민의힘 과제는 ‘50년대생과 90년대생 통합’
● 자유주의 기본은 人本, 남은 4년 국민 중심으로
정확히 1년 3개월 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신동아'와 만난 윤희숙(53) 국민의힘 전 의원은 '대선후보 윤석열'이 지닌 의미를 이렇듯 선명하게 짚어냈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보수층에 만연했으나 국민의힘에는 대국민 지지를 이끌 후보가 부재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친정부 인사들의 비위 수사를 강행해 청와대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보수층의 기대가 높아졌다. 대선을 약 9개월 앞둔 2021년 6월, 윤 전 검찰총장은 출마를 선언했다. 일평생 검사로 일한 윤석열은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아니었다. 검사 시절 몸에 밴 관습이 대통령 당선 후 핸디캡으로 작용할 것이란 비판도 무시할 수만은 없었다.
윤희숙 전 의원 역시 당시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윤석열 후보는) 정책이나 발언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다. 이 사실은 국민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이를 옆에서 보완하기 위해 당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당이 나서서 후보의 부족분을 채웠다.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 아래 결집한 국민의힘은 '비정상의 정상화' 공약을 필두로 총공세를 펼쳤다. 윤 전 의원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해 그의 당선을 적극 도왔다.
한미일 안보협력·구조개혁·탈원전 폐기는 3大 성과
0.73%포인트라는 역대 최소 득표차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는 성공했다.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인사들은 1년 뒤 지금, 그때의 선택에 후회가 없을까.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던 윤희숙 전 의원을 4월 중순 만났다. 그는 적어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 않았다.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시대적 요구를 안고 탄생한 지도자라고 보는가.
"선거 당시 국내적으로 과거 60년 동안의 발전 궤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었다. 국외적으로는 판이 완전히 바뀌는 세계 질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두 가지 요구를 뛰어넘는 요구가 하나 더 있었다. 밖에서는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고 보지만 냉정하게 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선진국의 정의란 '국민 대다수에 혜택을 주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나라'다. 그러려면 국민 소통과 통합을 기반으로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점에서 믿음을 얻지 못했다. 대선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인물이 당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우리의 시대적 요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런 시대적 요구를 안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어느 대통령이든 집권 초반의 국정 수행 동력이 높다. 윤 대통령도 1년간 바빴다. 굵직한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수행해 나갔다. 그 과정에서 여론이 갈리기도 했다. 집권 초반 윤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정도 꼽을 수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권력을 잡는 순간 '우리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글로벌 경제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좁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인지했고,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책을 펼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격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공개적으로 벗어나 북한과 중국 쪽으로 옮겨가려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보수와 진보 정부가 공유했던 대한민국 외교의 축이자 흐름이었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다시금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로 지난 60년 동안의 성장 공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구조개혁이라는 이슈를 전면에 띄운 것이다. 국정 전면에 구조개혁 어젠다를 내세워 국민들로 하여금 '이대로는 안 된다'는 걸 느끼게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세 번째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에너지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않고는 무역을 할 수 없다. 이전 정부는 탈원전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지 않는데 충분한 논의도 없이 홍위병 같은 방식으로 탈원전을 추진했다. 부작용이 컸고 국민 반감도 늘었다. 이 세 가지는 지난 1년 윤석열 대통령의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윤 전 의원의 답변은 의외였다. '포퓰리즘 파이터' '시장경제 옹호론자'라는 수식어로 설명돼 온 그였다. 응당 윤 대통령이 각종 규제 개혁 및 세제 완화 등 민간주도형 경제정책을 펼친 것을 첫손에 꼽으리라고 짐작했다. 53년 인생에 정치인으로서의 시간보다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로서의 시간이 더 길었던 인물이기에 그랬다.
시장경제 정상화, 방향은 옳았다
그는 20년 가까이 경제학자로서 한길을 걸었다. 1993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2003년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13년간 일한 끝에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에 올랐다. 여성이 부장까지 오른 드문 사례로 꼽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 발탁됐다. 이듬해에는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으로 국가의 쓰임을 받았다. 이후로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교육부 규제심의 및 적극행정 지원위원회 위촉위원 등 굵직한 직함을 추가했다.2003년부터 15년간 윤 전 의원이 소득, 재정, 복지, 연금 등 경제 분야에서 써낸 연구 논문은 70여 건에 이른다. '여성' '경제전문가' '시장경제주의자'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던 그는 보수정당의 러브콜을 받기 충분했다. "정책을 모르고 국정을 논하는 정치판을 바꿔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치던 차였다. 2020년 2월 미래통합당 제21대 총선 인재로 영입돼 서울 서초구갑에 출마했다. 그해 5월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촉망받던 초선 국회의원으로서의 여정은 1년 3개월 만에 멈췄다.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졌다. 당에 사실관계를 소명하고 본인과 관계없는 일임을 인정받아 혐의를 벗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2021년 8월 그는 "비록 제 자신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에 보답하는 길"이라며 의원직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의 행보는 국민의힘 당원으로 윤석열 후보의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 것이다.
윤 전 의원은 정책 전문가였다. 건너뛰고 넘어갈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이 민간주도형 경제정책을 펼치며 시장경제 정상화를 추진해 온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국제경제와 무역질서를 세팅하는 국가가 아니다. 다른 나라들은 정부와 기업이 발을 묶고 2인3각으로 뛰기 시작했다. 국제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대응이 매우 느렸다. 윤 대통령은 '우리 기업이 발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게 할 수는 없다'고까지 표현하며 규제 및 세제 완화 등으로 지원에 나섰다. 방향은 굉장히 바르게 설정했다. 다만 국가의 역량 및 지원이 특정 기업들에 집중되는 만큼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도 늘려야 한다. 그런 종합적인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조개혁 초반에 동력 잃어
윤 전 의원은 재차 "60년 성공의 공식을 다시 세팅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성장가도를 달리다 쇠퇴의 기로에 섰다. 다시 위로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 구조개혁이 필수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구조개혁을 국정 전면에 내세웠다.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은 이번 정부가 임기 내 마무리하기 어렵다. 마무리를 못 하더라도 신호탄은 쏴야 할 문제로 거론된다.윤 대통령은 먼저 노동개혁을 시작했다. 노동, 연금, 교육 3대 개혁 과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노동개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건 맞다. 추진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다. 빌드업이 되지 않은 채로 진행했다. 노동개혁 과제 1호가 주52시간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인데 대국민 설명과 소통이 부족해 역풍을 맞았다. 특히 보수여당이 노동개혁의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젊은 층으로부터 점수를 잃었다. 개혁의 동력을 잃은 셈이다. 노동개혁의 기본은 '기존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안정성을 떼서 아직 근로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구조개혁에서 뒷걸음질치면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마이너스다. 노동개혁이 예비시험이었다면, 연금 및 교육 개혁은 본시험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는데 구조개혁을 깎아내리고, 왜곡하는 악의에 찬 사람이 많다. 빌드업이 부족하면 약점을 보이게 된다. 같은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개혁 발표 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국민과 소통을 통해 믿음을 얻어야 한다."
무리하게 추진한 면이 있다고 보는가.
"임기 내 추진해야 하니까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약간 급한 면도 있는 것 같다. 지금 정부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잘못하면 나중에 퇴행의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른다. 천천히 가는 것도 괜찮다."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은 국정과제를 수행할 힘을 잃게 마련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국민들이 품었던 불만 가운데 하나도 일방적인 소통 방식이었다. 윤 대통령에게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윤석열 정부 내부적으로도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듯한 사태도 발생했다.
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을 교체해 뒷말이 무성했다. 선대위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사람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 보는가.
"지근거리는 아니었다. 선대위에서 도운 정도다. 그럼에도 한마디 하자면, 우리나라 외교와 안보를 책임지는 중요한 인물의 인사가 있을 때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교체 과정에서 뜬금없이 블랙핑크 얘기가 제일 먼저 나왔다. 통제되지 않은 상태로 매스컴에서 추측성 기사가 쏟아졌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나서서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국민 눈높이에서 소통해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병목이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한일관계 정상화 과정에서도 국민과의 소통 부족 문제가 불거졌다. 3월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놓고 '굴욕외교'라는 비판도 일었다.
"우리나라가 고래 사이의 새우가 되지 않으려면 한미일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이번 한일회담에서 양국이 '한중일 회담을 정기적으로 가져가야 한다'는 공통의 이해를 확인했다. 여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안보로 묶인 동맹관계를 유지하면서 경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공간을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쉬운 점은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 전 대통령이 징용 피해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이 없었다. 그게 어려웠다면 회담 후 전직 외교관 등 국내 정쟁에 휘말리지 않는 전문가 집단, 즉 스피커들의 해석이 뒤따랐어야 한다. 정부가 네트워크를 통한 스피커들을 활용했더라면 국민 공감을 살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이재명 '정치적 자살' 선택, 이미 끝난 사람
2년 전 의원직 사퇴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하다.
"정치인이 되는 학습 과정을 거쳤다. 1년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정책 전문가는 무엇이 바른 정책이고 미래지향적인지 답을 찾아야 한다. 정치인은 그것을 다양한 처지의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 설득하고 추진한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들은 메신저 역할도 한다.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국민 공론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 대선이 끝난 후 1년은 강연도 다니고, 유튜브 채널 '윤희숙TV'에 집중했다. 채널에서 정부 현안과 정책을 다루는 동시에 공론장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저격수'를 자처했다. 지금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저격수를) 자처한 적은 없다. 특정인의 저격수라고 불리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나는 누군가를 저격하는 역할에 한정되기 싫다. 스스로 훨씬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대선 과정에서 진보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는 사람이 너무나 틀린 얘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비판한 것뿐이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그때와 정치적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정치인은 자신을 자기 그릇보다 크게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나쁘게 보진 않는다. 정치활동을 하다보면 부풀린 그릇에 맞춰 성장하게 마련이니까.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면서 본인의 그릇이 얼마나 작은지 전 국민에 적나라하게 보였다. 2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기 전에 자발적으로 영장실질심사에 응했다면 정치적으로 부활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민주당은 당대표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당의 모든 리소스를 동원하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어처구니없는 법안을 계속 내놓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불통이고 독선'이라는 프레임을 씌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는 사법적 심판을 어떻게 받든지 상관없이 정치적 자살을 선택했다. 이미 끝났다고 본다. 지금 그를 유지해주는 것은 '당대표라는 자리'와 '개딸'밖에 없다. 그것은 오래가는 팩터가 아니다."
반세기 간극의 지지층 묶을 서사 필요
야당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은 여당에 반대급부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우호적 정치적 여건을 활용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대통령의 사당(私黨)화' '윤핵관 논란' 등 불협화음이 끊임없이 불거진 일이 이를 증명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검사 출신 후보 수십 명이 차출될 것이란 풍문도 국민의힘에 갈등 요소로 작용한다. 스스로를 보수 정치인이라고 규정하는 윤 전 의원의 정치적 뿌리도 국민의힘에 있다. 그가 지금의 국민의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지난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과정에서 '윤심'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퇴출 과정에서는 대통령의 사당화 논란도 있었다. 국민의힘이 가진 근본 문제는 무엇인가.
"진영 간에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니 지도부에 '단일대오'라는 강박이 생겼다. 심층적으로는 지지층의 문제로 이어진다. 민주당 지지층은 40·50대에 집중돼 있다. 국민의힘은 20대와 초고령층인 70·80대에 걸쳐 있다. 6·25전쟁 때 태어난 사람과 밀레니엄 목전에 태어난 사람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개념이 다르다. 어르신들에게 자유는 반공이지만, 젊은이들에게 자유란 듣기 싫은 소리를 참지 않고 자기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질적인 인구 그룹을 묶어서 끌고 가야 하는 것이 국민의힘이 가진 본질적 어려움이다. 이들을 묶는 스토리 서사와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도부는 '그냥 다 있었으면 좋겠어' 하며 각각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 국민의힘은 이 세대들을 묶을 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
내년 총선에 검사 출신 후보가 60명 나올 거란 말도 나온다.
"당이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자꾸 얘기한다. 특히 저쪽에서. 그 정도로 출마할 검사들이 있기나 한가. 근거 없고, 의미 없는 얘기다. 다만 국민의힘이 처한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수도권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총선이 어려워 보인다.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건 좋다. 이제는 그 범위를 넓혀야 할 때다."
모든 사람은 귀하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이르자 그는 수십 편의 논문을 써온 연구가로서의 본질적 의문이 생긴 듯했다. 대뜸 취임 1주년 기획 시리즈의 방향을 물었다. '윤석열과 나'라는 답변에 그는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없다. 어떡하나. 섭외 잘못했네"라며 선을 그었다. 두 사람이 연은 없어도 생각은 이어져 있다고 봤다. 그는 윤 대통령이 남은 4년의 임기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가길 바랐다."윤석열 대통령에게 호소하고 싶은 말이 있다. 취임하면서 '자유'라는 화두를 던진 대통령이다. 자유란 '강제하지 않고, 강제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250년 전 자유주의가 탄생했을 때 가장 밑바닥에는 '인본주의'가 있었다. 모든 사람이 귀하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사람은 모두가 그 나름의 판단을 한다. '내가 무조건 옳다는 보장이 없다'는 자각에서 자유주의가 출발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소통을 경시함으로써 사람을, 국민을 가벼이 여기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의 말은 2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귀에 쏙쏙 박혔다.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짚어내 간결하게 풀었다. 게다가 솔직했다. 그러니 말에 힘이 있었다. 연설에 강한 이유, 의원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다양한 통로로 그의 발언이 공유되는 이유를 확인한 시간이었다. 가장 궁금한 내년 총선 출마 관련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확장 공간이 넓어진 윤 전 의원의 다음 스텝은 어디로 향할까.
"정치인은 다음 행보에 대한 구상이 별로 없다. (당내에서) 개인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한다. 나는 보수 정치인이다. 자유를 신봉하고, 시장경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지향하는 사람이다. 시장경제의 순기능을 믿는 사람이다. 내가 복지와 재분배를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들어준다. 왜냐? 보수 정치인이 말하는 재분배니까. 내가 가진 영향력을 공익을 위해 쓰고자 한다. 그게 사회를 통합하는 길이고, 시장을 굴러가게 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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