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돌파 '스즈메' 감독 "日애니, K팝처럼..장르로 사랑 받길" [★FULL인터뷰]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최근 영화 흥행을 기념해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 K팝이나 K드라마가 하나의 장르로서 힘을 가진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도 하나의 장르로 사랑 받아서 좋다"라고 말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최근 내한, 서울 용산구 노보텔 용산 호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이야기. 세상의 운명을 건 '스즈메'의 모험과 성장, 그리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따뜻한 용기의 메시지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은 오랜시간 한국 박스오피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지켰다. 하지만 올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1위를 내줬다가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스코어를 다시 제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느낌이 들었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다. '슬램덩크'를 이겼다고 들었을 때 물론 기뻤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스즈메'와 '슬램덩크'가 라이벌이다. 중국에서도 물론 라이벌이다"라며 "한국에서는 '슬램덩크'가 먼저 개봉하고 '스즈메'가 뒤에 개봉했는데 이런 개봉 순서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한국 관객이 '슬램덩크'를 먼저 보고 일본 애니가 재밌다고 생각할 때 '스즈메'가 개봉해서 더 재밌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국에서는 개봉순서가 반대라서 '슬램덩크'가 '스즈메'를 쫓아오고 있다. 지금 이런 상황이 저는 굉장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슬램덩크'든 '스즈메'든 '코난'이든 일본 애니메이션 전체를 많은 분이 보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행복한 상황이다. K팝이나 K드라마가 장르로서 인기나 힘을 가진 것처럼 일본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장르로 사랑 받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실사나 뮤지컬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스즈메의 문단속'이 실사화 된다면 어떤 배우에게 역할을 맡기고 싶은지 물었다.
이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부끄러운 일이긴한데, 한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저는 인간 배우에게 크게 흥미가 없다.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한 분 한 분 이름은 못 외운다. 그래서 바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라며 "제가 최근에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노래가 한국 걸그룹 아이브의 노래다. 특히 요즘에는 최신곡 '아이 엠'을 날마다 듣고 있는데 사실 그 멤버들의 이름은 단 한 명도 알지 못한다. 아이브 멤버들이 굉장히 예쁘고, 아름답고, 또 파워풀하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제가 만약에 실사 영화 감독이라면 항상 배우들에 관심을 갖고 다음 작품에 누구를 쓰면 좋을지 고민하겠지만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배우에 대해 그렇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배우가 없어도 제로 부터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애니메이션 감독이라 인간 배우에게 관심이 없지 않나 싶다"라며 "저는 실사영화 감독님들과 만나면 오디션 이야기나 배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특히 이와이 슌지 감독과 가까이 지내는데, 감독님의 영화에 나온 배우나 오디션을 본 배우를 소개해 주면 만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의 동일본 대지진을 소재로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재난 애니메이션 3부작을 만들었다. 신카이 감독은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이야기 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제가 지난 9년 간 재난 3부작을 만들었다. 일단은 제가 사는 곳, 제가 있는 장소를 그려내려고 했다"라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 속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큰 사건을 만난다. 저에게는 그게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제가 직접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제 속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12년 동안 그 재해를 생각해왔다. 그 3개 영화 모두 동일본 대지진 생각하며 그린 것이다. 저의 발밑을 바라보면서 작품을 만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저의 발 밑만 바라보고 만든 작품을 한국과 해외에서 많이 봐주는 것이 신기하다. 저는 결국 내 안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이 남을 바라보는 것과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국의 창작자들과 함께 협업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없고,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어서 현재까지는 예정에 없다"라며 "그런데 저랑 계속 같이 일하고 있는 한 프로듀서가, 봉준호 감독님과 같이 일하게 됐다고 자랑을 하더라.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를 만드시는지는 모르지만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관심을 보였다.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장르로서 힘을 갖는게 기쁘다고 제가 말했는데, 저는 더 나아가서 아시아 애니메이션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아시아에서 나오는 콘텐츠가 힘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아시아의 애니가 더 강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앞으로 한국에서 나올 애니메이션도 기대해 보겠다"라고 애정을 표했다.
김미화 기자 letme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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