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공존…‘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추모공원을 오고 가는 사람들을 위해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수원특례시 영통구 수원시연화장에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가 주최한 ‘수원시연화장 메모리얼 효(孝) 전시회’가 지난 1일부터 개최됐다.
수원시연화장 장례식장 1층 로비와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야외 길목 양쪽으로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소속의 회원 노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 500여점이 내걸렸다.
장례식장 건물로 향하는 야외 길목에 걸린 작품에는 노인들이 살아가면서 보고 느꼈던 소소한 기억을 담은 시골 마을 풍경과 보름달 아래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들을 그린 그림들이 주로 걸렸다. 작품을 보다 보면 두 번 놀란다. 전문가 못지않은 섬세함과 미적 감각에 한번 놀라고, 작품 하단에 기재된 나이에 또 한 번 놀란다.
장례식장 1층 로비는 특별한 방식으로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전시실 벽면을 주로 활용하는 기존의 전시회와 다르게, 이곳의 작품들은 관람객을 로비 바닥에서 맞이한다. 노인의 그림들이 건물의 바닥에서 흙과 맞닿은 채 관람객과 소통한다. 이 같은 작품의 배치는 삶의 끝에 다다랐을 때 결국 우리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는 암시를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바닥에 놓인 작품들의 테두리 색도 다르다. 검정색 테두리로 둘러싸인 작품은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노인 가운데 세상을 떠난 노인들의 그림들이다. 그중 ‘무궁화와 나’ 작품은 치매에 걸린 노인이 무궁화를 그리다가 자식의 얼굴이 떠올라 무궁화 안에 자식의 얼굴을 그려 넣었다는 사연이 있어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이밖에도 어르신들이 어린 시절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서 걷던 기억을 그려낸 그림과 옛날 집 마당에 항아리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 독도, 여성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그리움과 옛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또 1층 전시장의 한쪽 벽면에는 회원들이 대한민국청춘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10점도 함께 전시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이곳에 와 작품 한 점을 보면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장례식으로 오셨겠지만, 장례식에 슬픔만 갖지 말고 슬픔 속에서 와닿는 작품을 마주하고 잠시나마 치유와 안정이 됐으면 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1일까지.
서강준 기자 seo9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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