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년, 大전략이 안 보인다...타협은 없고 검찰만 있어"
"인사와 외교, 경제까지 대전략이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공덕 인근에서 만난 이동학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간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뭔가 시끄러웠는데 딱히 목표는 안 보이고 되는 것도 없었던 1년"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야당의 젊은 정치인답게 그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를 국정협력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협력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터트렸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금은 여야 모두 상대방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데에만 집중할 뿐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후순위로 미루고만 있다"며 "타협은 온데간데 없고 모두 서로를 검찰 앞으로 데려가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 난맥상을 풀기 위해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진 정부·여당의 '결단'을 주문했다. 그는 "결국 (정부가) 야당과 만나야 한다"며 "(윤 대통령이)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으로 국민을 살리기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먼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나면 분명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를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뼈를 깎는 쇄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부·여당의 지지율 만큼이나 민주당 지지율도 답보 상태여서다. 이 전 최고위원은 특히 '돈 봉투 의혹'에 대해 "국민들은 민주당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이미 당 차원 대응이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당 자체 수사마저 한계가 있다고 눙친다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 신뢰는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도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검찰 칼날을 여기저기 들이댔다"며 "이 부분은 우리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적대적 정치에 골몰하느라 정치가 미래 세대를 위한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으로 초고령화, 지방소멸, 연금개혁 등이다. 그는 현재 우리 사회 대부분 정책이 인구가 늘고 경제가 성장할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는데 그 전제가 빠르게 깨지고 있다고 봤다. 파급력은 큰데 완충장치가 없다보니 여파를 국민들, 특히 미래 세대가 오롯이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각 지방 정부의 도시 발전계획들을 모아보면, 목표를 모두 달성할 경우 우리나라 인구가 2억 명이 된다는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온다"며 "정책 목표를 성장에 두다보니 곳곳에서 낭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민연금은 젊은 세대의 지불 능력은 떨어지는데 연금을 받을 대상자인 어르신들은 늘어나는 구조"라며 "이대로라면 세대 간 전쟁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세대 간 공존을 위해 더 많은 젊은 정치인들이 여의도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문성 갖춘 청년 정치인을 키우기 위해 각 정당도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여야 모두 보여주기식으로 외부에서 영입해오기에 급급하다보니 청년 정치인이 선거용 간판 구실을 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그는 "청년 정치인에게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애초에 외부에서 갑자기 영입돼 들어온 이들에게 당에 대한 어떤 정치적 책임과 전문성을 요구할 수 있겠느냐"며 "전문성 갖춘 인재를 당 내에서 체계적으로 길러낼 시스템과 토대를 만든다면 청년 정치는 물론 당 기반도 튼튼해질 것"이라고 했다.
1982년생인 이 전 최고위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을 시작으로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꾸준히 정치 활동을 해온 청년 정치인이다. 2021년에는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 전 세계 61개국 157개 도시를 돌며 환경과 쓰레기 문제를 보고 온 뒤 '쓰레기 책'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덕분에 '한국의 툰베리', '지구촌 촌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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