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대신 산업·수출 택한 '환경산업부' 수장 한화진

세종=김훈남 기자 2023. 5. 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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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1년, 한화진 장관의 365일]①'규제 철폐' '수출' 그리고 '그린 오션'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응원대회 및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환경부
'환경산업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취임한 이후 환경부에 붙은 새 별칭이다.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막는 규제를 철폐한다'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산업 현장에 적용해온 환경규제 해소에 나서면서 붙은 이름이다. 올해부터는 "전(全) 부처가 수출 부처처럼 뛰라"는 대통령 주문에 '녹색산업 20조원 수출'을 부처 연간 목표로 내걸었다.

규제 철폐와 수출 모두 환경부와는 거리가 먼 단어다. 과거의 환경부는 "부처의 힘이 규제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규제 부처의 성격이 짙었다. 긍적적·부정적 평가가 공존하지만 규제부처와 반대편에 있는 산업진흥 부처로서 변모하는 행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게 '환경산업부'라는 별칭이다. 한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환경산업부 수장으로서 조직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장관' 한화진의 첫 현장은? 이때부터 환경산업부 시작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7월6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간담회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 장관은 지난해 5월11일 윤석열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취임사에서 다른 분야와의 결합과 융합을 강조한 한 장관은 1주일 뒤 첫 현장 일정으로 인천 서구 소재 환경산업연구단지를 선택했다. 신성장 동력확보 수단으로서 녹색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행보였다. 대기와 수질, 자연생태 등 환경 보호와 폐기물·화학물 규제로 대표되는 환경부의 수장으로선 색다른 시작이었던 셈이다.

한 장관의 색다른 행보는 이어졌다. 지난해 7월 국내 산업계의 대표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최태원 회장을 직접 만나 탄소규제 합리화와 2050 탄소중립 이행방안을 직접 논의했다.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산업계의 협조가 무엇보다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또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주무 부처로서 환경부가 만들고 있는 2030 NDC(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산업부문 설정에 현장 목소리를 담기 위한 발걸음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장관은 세계 경제·사회 구조가 탄소중립을 기반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환경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핫라인'(직통회선) 운영을 제안하기도 했다.

기업 활동을 '환경의 적'으로 규정하고 그 반대편에서 환경보호를 외치던 과거의 환경운동 패러다임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기업의 노력을 인정하고 환경정책과의 공존을 택한 행보라는 평가가 산업계에서 나왔다.

동시에 환경보호에 비중을 두는 일부 환경단체는 한 장관의 행보를 두고 "환경부의 본래 설립 취지를 잊고 있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규제해소 나선 김에 '그린오션' 수출 확대까지…2년차 환경산업부 모습은
한화진 환경부장관이 1월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녹색산업 수출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녹색산업 협의체(얼라이언스)의 출범으로 정부, 기업, 수출금융기관이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녹색산업 기업의 해외 진출 여건에 맞춘 다각적인 지원에 나선다. /사진=뉴스1

환경부는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녹색산업 20조원 수출, 현 정부 임기 내 누적 100조원 수출을 부처 목표로 밝혔다. 수출이 먹거리인 한국경제호(號)가 지난해 10월부터 수출감소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전 부처의 수출부처화를 주문한 것에 대한 응답이다.

지난해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 이후 급부각된 중동지역 물산업 진출을 비롯해 탄소중립, 순환경제 분야별로 국가·지역 수요를 발굴해내겠다는 구상이다.

"블루오션의 시대에 이어 그린오션의 시대가 왔습니다"

한 장관은 올해 1월 녹색산업 수출 20조원 달성을 위한 '녹색산업 얼라이언스' 출범식에서 '그린오션' 시대를 강조했다. 그는 수출의존도가 70%를 넘는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해선 녹색산업을 집중육성할 시기임을 강조하며 올해를 녹색산업 성장과 수출의 원년으로 규정했다.

녹색산업 성장과 수출확대를 위한 '환경산업부'의 행보도 '진행형'이다. 환경부는 녹색산업 얼라이언스 출범 이후 '녹색산업 혁신성장 옴부즈만 간담회'를 열고 환경규제 분야의 애로사항을 접수했고 일부 규제해소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한 장관은 1월 출범식에 이어 지난 3월 녹색산업 얼라이언스의 '녹색산업 해외진출 간담회'를 직접 주재하는 등 녹색산업 수출을 위한 현장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반쪽도 안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케이블카·공항 환경영향평가 논란…4대강 복원 둘러싼 정치잡음 해법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광주·전남 지역의 심각한 가뭄과 관련해 영산강, 섬진강유역 물 이용 현황 및 중장기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지난 1년 환경부의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당초 환경부는 지난해 6월10일부터 일정 규모 이상 커피 프랜차이즈 등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일회용컵에 대해 300원씩 보증금을 부과하고 반납 시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기로 했지만 제도 시행 20여일을 앞두고 소상공인 경영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1일까지 시행을 유예했다.

"(2022년) 12월 일회용 컵 보증금제 반드시 시행" → "최소 1년 이후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대 검토"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당초 예정보다 반년여 연기된 이후 세종과 제주에서 겨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정부 말 잘듣는 사람 비중이 많은 '공무원의 도시' 세종과 이미 지난해 7월 '탈(脫) 플라스틱 섬'선언을 한 제주에서 시행해 본 뒤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예 당시 제도를 반드시 시행하겠다던 한 장관의 말도 "최소 1년은 지켜봐야한다"는 수준으로 물러났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의 안정적 실행을 핑계삼았지만 유독 낮은 집권 초기 정권 지지율과 소상공인 민심을 눈치봤다는 해석이 주를 이뤘다. 한 장관의 '환경산업부'가 환경부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 쏠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환경부가 매번 물러선다는 지적도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더불어 설악산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사업의 조건부 허가와 제주2공항·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윤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었고 가덕도 신공항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환경단체에서는 대규모 토목공사에 따른 환경영향을 분석하고 환경보호를 위한 판단을 해야하는 환경부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장관은 환경부의 정책 중 가장 정치적으로 치열한 논쟁거리인 '4대강'에 대해서도 "물그릇으로서의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광주·호남지방 가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 보의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대신 확보한 물은 생활·공업용수로 쓰겠다는 얘기다.

지난 문재인정부의 4대강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감 부처가 먼저 결론을 내놨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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