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선악 이분법에 정치실종...도어스테핑 중단 아쉬워"
"선과 악의 구조로만 상대를 대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정치가 실종됐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전 의원은 "보통 1년 차 때 가장 힘있게 추진해야 할 과제들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지난 1년을 대표할만한 성과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역대 정부와 다르게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집권 초기부터 떨어지는 이유라고 본다"고 했다.
전 의원은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라고 했다. 그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치란 얼마나 양보할지 미리 생각하고 만나서 합의점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배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해오던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지난해 11월 중단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 의원은 "도어스테핑을 계속하고 소통했다면 이렇게 진심으로 행동하는 대통령이 있겠냐고 국민들이 반응을 해줬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반응이) 올라오려는 시기에 (도어스테핑을) 그만두는 바람에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승자의 여유'를 갖고 야권에 손을 내미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고, 지방선거에서도 이기지 않았느냐"며 "승자의 여유가 (정치 실종을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야권에) 이야기를 들어줄 테니 당신들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정도의 제스쳐만이라도 보여준다면 정치가 사라지는 현재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역시 기존의 정치들을 깨고 혁신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 견제 여론이 비등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반(反)정부 여론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하단 얘기다. 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이 잘 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면 100% 착각"이라고 했다.
전 의원은 이어 "동일지역 3선 연임을 제한하거나, 민주화 운동 관련 전과를 제외한 범죄에 대해서는 컷오프(공천배제)하는 등의 결단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정도 수준으로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민주당도)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정말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정치가 여야를 막론하고 '실용 노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의 대표적 청년 정치인인 전 의원이 갖는 철학이기도 하다. 전 의원은 2017년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의 경선캠프에 대학생 운동본부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민주당에서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전 의원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에 사로잡혀서 여야가 대화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서로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것이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더 필요한 것인지를 논의하는 실용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정보의 불공정성이 해소되면서 국민들은 이미 정책, 법안에 입각해 정치를 바라보고 있는데 이를 정치권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구제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전 의원은 "전세사기 사태를 보면 분명히 정부·여당과 야당이 같이 협의해 풀어나갈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 진영싸움에 입각해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선(先) 보상 후(後) 구상권 청구 방안'에 대해 정부가 진영 논리에만 입각해서 반대하는 것을 보고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자신을 비롯한 청년 정치인들부터 실용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대와 20대 청년들은 이념에서 벗어나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정확히 볼 줄 아는 시각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민주당 내에서 많은 청년 정치인들이 이 부분에 대해 스터디하고 배우고 있는데, 4~5년 안에 큰 역할을 할 청년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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