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오합지졸 히어로, 마블의 구원자로…'가오갤3', 후회 없을 150분

김지혜 2023. 5. 5. 09: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단, 1초의 낭비도 없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3')를 끝으로 마블을 떠나는 제임스 건 감독은 영화 공개를 앞두고 단언했다. 3편은 시리즈 중 가장 긴 영화(150분)지만 "1초의 낭비도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감독의 자신감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최근 실망만 안겼던 마블 영화들 사이에서 가장 빛난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케일과 볼거리 그리고 흥미로운 세계관까지 보여주며 상업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마블 영화의 재미를 오랜만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오갤3'는 '가모라'(조 샐다나)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크리스 프랫)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아 최강의 적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야기는 현상금 사냥꾼 로켓(브래들리 쿠퍼)의 과거로부터 출발한다. 심혈을 기울인 오프닝부터 시선을 모은다. 로켓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시퀀스가 등장할 때 라디오 헤드의 'Creep'이 흐른다.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에 집중해 들어보면 로켓의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탁월한 선택임을 알 수 있다.

'말하는 너구리, 분노에 찬 아웃사이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라는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하는 영화는 의외로 드라마적 정서가 짙다.이 과정에서 동물학대 혹은 동물권이라는 소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늘 그러했듯 이 괴짜들은 상황과 관계없이 시도 때도 없이 유머라는 잽을 날린다.

3편은 결국 로켓이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가디언즈의 캡틴으로 거듭나는 이야기인 동시에 집을 떠나왔던 퀼이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 히어로 영화에 있어 특별할 것 없는 서사지만 개성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들이 이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든다.

동물(로켓, 코스모)과 식물(그루트), 인간(퀼, 가모라, 드랙스, 네뷸라, 멘티스, 크래글린)이 한데 어우러진 가디언즈 군단은 '어벤저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캐릭터들 간 앙상블이 가장 돋보인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품격 넘치는 여타 영웅들과 결이 달랐던 이들은 이상하게 연민과 응원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의 평범한 존재들과는 거리가 있지만, 특별하고 사랑스럽다.

이들은 대부분 결핍과 상실이라는 상처가 있고,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는 버려지거나 떠나와야 했던 아픔이 있다. 함께 할 때 누구보다 강해지는 이들은 조화와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또 한 번 웃기고 찡한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사랑과 우정을 관통하는 단순하지만 우직한 서사는 캐릭터들의 매력, 화려한 볼거리와 어우러져 '놀이공원'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시리즈 전체를 되돌아본다면 1편은 놀라웠고, 2편은 실망스러웠지만, 돌아온 3편은 알던 맛을 다시 맛보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10년의 여정을 함께한 관객은 캐릭터와 영화에 정이 들어버렸다. 성공한 시리즈물은 영화를 보는 관객이 캐릭터와 함께 모든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로켓의 서사에 끝내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타노스' 이후 모든 MCU 영화의 숙제가 돼버린 매력적인 빌런의 부재를 '가오갤3'도 해결하지는 못한다. '완벽한 사회'를 만든다는 이유로 생체 실험을 감행하는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이우지)가 등장하지만, 캐릭터의 평면적 설계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쿠디 이우지의 빼어난 연기로 인해 서사의 한축이 꽤 무게감 있게 유지되는 모양새다.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시리즈의 흥행에 큰 공헌을 했던 OST의 매력은 여전하다. 3편에서는 1970~90년대 올드팝 명곡들이 등장해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 SF소설의 하위 장르로 미래의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과 전쟁을 그린 영화)에 장단을 맞춘다. 음악이 세상을 구원할 수는 없지만 영화를 빛내는 것만은 확실하다. '가오갤3' 역시 음악의 황홀경을 선사한다. 그저 음악이 영상의 백그라운드가 아닌 캐릭터의 영혼을 위로하는 친구로 활약하며 극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가오갤'의 여정에 있어 제임스 건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시리즈의 출발부터 대미까지 함께 했던 건은 B급 유머에 복고감성, 끝내주는 OST로 매력적인 히어로 영화를 탄생시켰고 전 세계에서 16억 3,710만 달러(약 2조 1,614억 원)를 벌어들였다. 그리고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는 3편에서 관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들의 성장과 진화를 보여주며 10년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하다는 말처럼 오합지졸 히어로는 위기에 빠진 마블의 구원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페이즈4부터 무리한 세계관 확장과 PC주의에 몰두했던 마블 영화들은 관객의 비판과 외면을 받았다. 이 가운데 돌아온 '가오갤3'는 시리즈 고유의 재미를 내세워 졸작에 지친 관객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는 하지만, 영원한 안녕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쿠키 영상은 '가오갤'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재결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ebada@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