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무 "두리랜드 입장료 안 받으면 한 달도 못 버팁니다" [본캐부캐]
스타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놀이동산 두리랜드 CEO 임채무
35년간 운영하며 100억대 빚 생겼지만
"아이들 즐겁게 놀고 간다면 그걸로 만족"
"입장료 비난? 안 받으면 한 달만에 문 닫아"
어린이날 맞아 체험관 새로 오픈
"'21세기 방정환' 수식어 의식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세컨드 잡'을 꿈꾸는 시대입니다. 많은 이들이 '부캐(부캐릭터)'를 희망하며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꿉니다. 이럴 때 먼저 도전에 나선 이들의 경험담은 좋은 정보가 되곤 합니다. 본캐(본 캐릭터)와 부캐 두 마리 토끼를 잡았거나 본캐에서 벗어나 부캐로 변신에 성공한 스타들의 잡다(JOB多)한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의 한 한적한 도로. 굽은 길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서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린이에게 꿈과 동화의 세계를!'을 모토로 배우 임채무가 35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두리랜드 매표소 앞에 서자 그 소리는 더욱 커졌다.
어린이날 이틀 전인 지난 3일 방문한 두리랜드는 평일임에도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노란색 가방을 메고 줄지어 이동하는 유치원생들부터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재잘거리는 아이까지 모두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멜빵바지를 입은 '놀이동산 사장님' 임채무는 한 단체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을 수백 장 찍는 날도 있다. 촬영 요청은 다 들어준다. 오늘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예쁜지 모르겠다. 애들을 보면 세상만사 걱정이 싹 다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1990년에 문을 연 두리랜드는 2017년 휴장했다가 2020년 재개장해 현재까지 수많은 아이의 꿈과 낭만을 지키고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임채무의 '인생을 건 사업'이다. 그는 각종 방송을 통해 1989년 땅을 매입하고 사업을 시작할 당시 40억원 정도 대출받았고, IMF 외환위기 및 장마·태풍 피해 등을 겪으며 빚이 150억원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빚과의 전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임채무는 개의치 않는 듯 어린이날에 오픈하는 새 체험관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에 들어서자 현란한 거울 미로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공룡이 시선을 끌었다. 각종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트릭아트까지 세 가지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알짜 공간이다.
임채무는 "어린이날에 오픈하려고 3개월 동안 분주하게 작업했다. 방문 가족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하나 꼼꼼하게 체크하며 공을 들였다. 특히 공룡을 30마리나 샀다. 육식·채식 공룡 등 다양하다. 공룡이 움직이면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라며 뿌듯해했다.
특히 이번에는 해병대 전우들의 도움이 컸다고 강조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 제작에는 해병대 후임이 나섰고, '세계인형박물관'은 외교관으로 일한 변종규 대사 내외의 기증품과 각국에 있는 해병대 인연들이 수집한 인형들로 완성됐다. 임채무는 "군대에서의 3년이 오늘날의 임채무를 존재하게 했다"며 고마워했다.
1년 만에 두리랜드를 찾았다는 소속사 관계자는 "달라진 게 너무 많다"며 감탄했다. 어린이들의 새로운 경험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는 임채무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공룡거울미로아트체험관', '세계인형박물관' 등이 포함된 체험관 완성에 책정된 비용은 6~7억원이었다. 임채무는 "그래도 수십억대는 아니다"며 웃었다. 그는 "어제도 누가 내게 '왕채무 씨, 빚쟁이 오셨네'라고 하더라. 사업하는 사람치고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난 늘 죽을 때 빈손으로 갈 거라고 말한다. 두고 갈 수 있는 게 이것뿐이다. 두리랜드는 즐기는 사람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여기서 즐겁게 놀다 간다면 그걸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생각할 거나 일할 게 많다. 한 달에 쉬는 날이 이틀도 안 된다. 하루가 36시간이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임채무의 휴대전화 캘린더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정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매표소 인근 음료·인형 등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캐릭터 머리띠를 착용하고 있는 여성은 임채무의 아내였다. 부부는 집까지 팔고 두리랜드에서 숙식하며 일하고 있다. 아내는 "우린 집이 없다"며 웃어 보였다. 체험관에 있는 공룡들이 정말 멋있다는 기자의 말에도 "전부 빚"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임채무는 "겁이 있다면 못 하는 일이다. 이런 뚝심 덕분에 35년째 두리랜드를 운영할 수 있었다"면서 "사람들은 가보지도 않고 힘들다고 한다. 내가 가는 길이 더 들어가면 안 되는 굴인지, 빛을 볼 수 있는 터널인지 잠시만 생각해보면 된다. 그렇다면 세상은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들은 늘 따르기 마련이었다고 한다. 임채무에 따르면 현재 두리랜드에서는 30여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아이들 보는 건 철두철미하게 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운영 중이지만, 인건비 문제도 발목을 붙잡았다고 한다. 임채무는 "원래 식당에서도 사람이 일했는데 이제는 무인 기계로 라면, 자장면 등을 팔고 데워먹는 만두나 피자 등을 준비했다. 인건비 문제가 커서 인원을 많이 줄였다"고 고백했다.
무료로 개방됐던 두리랜드가 재개장하면서 입장료를 받기 시작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현재 대인(중학생 이상) 2만원, 소인 3만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24개월 미만의 영유아는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임채무는 "평생 돈을 빌려다 쓰고, 공연하고 CF 찍어서 메꾸며 살아왔다. 사실 이 시설을 운영하려면 입장료를 받는 건 당연하다. 한 달에 나오는 전기요금만 3000만원이다. 여기에 급료 7000만원, 이자 8000만원 등이 빠진다. 입장료를 받지 않으면 한 달도 못 버틸 수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은 놀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한 시간 동안 놀고 나서 별거 없다고 환불해달라는 사람도 있다. 안 된다고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고 한다. 그럴 때 제일 속상하다"고 했다.
기자가 본 두리랜드는 아이들에겐 천국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격렬하고 속도감 있는 어트랙션이 대부분인 타 놀이동산은 오히려 아이들이 즐길 거리가 적은 편이다. 두리랜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거대한 키즈카페를 옮겨 놓은 듯한 실내 플레이파크에 들어서면 규모감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비가 와도 쾌적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들은 대형 트램펄린에서 펄쩍펄쩍 뛰고, 머리를 맞댄 채 블록을 쌓고, 큰 정글짐을 탐험했다. 한 사람만 건널 수 있도록 만든 '양보의 다리' 앞에서는 배려의 마음을 배우기도 했다. 튜브 눈썰매를 타는 어른들도 눈에 띄었다.
어느덧 35살이 된 두리랜드.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두리랜드는 tvN '빈센조'의 촬영장으로 쓰인 적도 있는데, 임채무 측 관계자는 "작가님이 아이들이 어렸을 때 '두리랜드'를 왔던 적이 있다더라.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두리랜드에서의 촬영을 제안하셨다"고 전했다.
임채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행복한 추억이 되는 곳이었으면 한다"고 했다. '21세기 방정환'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엔 "의식하지 않는다. 내가 원한 것도 아니고, 다른 분들이 그렇게 불러주면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며 웃었다.
"하루하루 아이들을 보는 순간이 보람차요. 앞으로의 계획이요? 그냥 아이들과 재밌게 노는 거, 전 그걸로 끝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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