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 막을 마지막 기회"…전문수사관의 절박한 호소
10년째 마약 수사 조승현 경위 "재범률 90%…예방이 가장 중요"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A 씨는 10대이던 2019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고등학교 시절 음악동아리 선후배들과 모여 수차례에 걸쳐 액상 대마를 흡입했다.
A 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대마 중독 상태가 심각해지자 아들을 직접 경찰서로 데리고 가 자수하도록 했고, A 씨가 함께 대마를 흡입했다고 진술한 선후배는 10명이 넘었다.
5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마약수사계 조승현 경위가 청소년 마약 실태를 묻자 심각한 수준이라며 든 사례이다.
조 경위는 2014년부터 10년째 마약 수사를 하는 전문수사관이다. 경찰은 연간 검거·송치 사건 수 등 특정 수사 분야에서 일정 기준 이상 경력과 능력을 갖춘 경찰관을 전문수사관으로 인증해 보직인사 등에서 우대한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와 그의 연인이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 씨의 마약 투약 사건을 비롯해 숱한 마약 사건을 수사한 조 경위는 지금도 마약사범을 쫓고 있다.
아울러 유튜브 제작, 외부 강의 등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에 관한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고 청소년 마약 사범의 재범을 막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는 조 경위의 마약 확산을 막는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9월 그에게 '마그미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가 청소년 마약 근절에 뛰어든 이유는 청소년 마약 실태가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해서다.
조 경위가 속한 경기남부청의 마약사범 검거 통계를 보면 10대 마약사범은 2018년 16명에서 2019년 41명, 2020년 69명, 2021년 44명, 2022년 45명으로 크게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8년 0.95%, 2019년 1.99%, 2020년 2.84%, 2021년 2.09%, 2022년 2.07% 등 2%를 넘어섰다.
검찰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지난해 481명으로 4년 새 3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이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율이 10배나 되는 셈이다.
이러한 급증세는 청소년들에게 친숙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익명성이 보장된 상황에서 마약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경위는 청소년 마약 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이러한 청소년 마약 실태를 피부로 느꼈다.
그는 "마약 수사를 처음 맡았던 30대 초중반 때에는 대부분의 피의자가 저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였지만 지금은 20대 초반이 가장 많고 10대도 많아졌다"며 "특히 청소년들의 마약이 위험한 이유는 마약으로 인한 뇌 손상 피해가 성인보다 크고 청소년들은 집단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의 경우 한 학년 선배가 "기분 좋아지는 약"이라며 권해 선배 무리와 함께 필로폰을 투약하고 중독됐다.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 중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중독 사례도 있다. 2020년 10대 남학생 4명이 함께 펜타닐에 중독됐고, 이 가운데 2명은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조 경위는 전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일부 중독성이 있는 다이어트약과 수면유도제이지만, 의존·중독성이 강해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분류되는 졸피뎀 중독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생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은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메가 ADHD'라고 적힌 병에 담아 학생들에게 건넨 것인데, 정상적인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치료제에 포함된 '메틸페니데이트' 성분도 향정신성의약품이지만 청소년 사이에서 '공부 잘하게 되는 약'으로 오남용되고 있다.
조 경위는 마약음료 사건 등으로 마약 근절에 대한 국민 관심이 큰 지금이 사실상 청소년 마약을 근절할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그는 "제가 수사한 마약사범이 열 명이라면 한두명 말고는 모두 재범했을 정도로 마약은 재범률이 높아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며 "초등학생 때 약물 오남용 방지 교육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단계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모를 비롯한 다른 가족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경위는 "일반적으로 자신이 중독된 사실을 숨기려 하기 때문에 다른 가족이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마약에 중독됐을 때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알아야 해서 마약에 대한 학부모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자녀가 마약을 한 사실을 알았을 경우에는 무조건 치료받게 해야 하는데 인천 참사랑병원, 국립부곡병원 등 마약류 중독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며 "이들 병원에서는 환자 신상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마약 사실이 알려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찰과 마약퇴치운동본부는 마약 퇴출 국민 의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NO EXIT' 릴레이 공동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출구 없는 미로, NO EXIT 마약 절대 시작하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알림판을 들고 인증사진을 촬영한 뒤 사진을 SNS에 게시하고 다음 주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3일 이 캠페인에 참여하며 자신의 SNS에 "청소년 마약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위협하는 절대 악으로 학교 현장만큼은 마약이 절대 침투할 수 없어야 한다"고 적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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