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액 흔적 묻어있었다...사슴이빨 목걸이서 2만년전 여성 DNA 발견

고대 여성 DNA가 담긴 사슴 이빨 펜던트./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과학자들이 2만년 전 사슴 이빨 펜던트에서 고대 여성의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고대 유물을 훼손하지 않고 DNA를 식별한 것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연구진은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된 사슴 이빨 펜던트에서 당시 여성의 DNA를 추출했다”고 밝혔다.

동물의 뼈나 이빨은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땀이나 혈액 등 DNA가 들어 있는 체액이 들어갈 수 있다. 동물 뼈나 이빨로 만들어진 장신구를 사람이 착용하거나 만질 때 그 사람의 DNA가 보존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DNA를 추출하려면 유물을 파괴하는 것이 불가피해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펜던트를 착용한 고대 여성 상상도./네이처

연구진은 새로운 DNA 분석법을 개발했다. 최대 섭씨 90도 온도의 특수 혼합물에 고대 유물을 넣고 DNA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고대 유물을 위한 세탁기를 만든 셈”이라며 “펜던트에서 회수한 사람의 DNA량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DNA 분석 결과 펜던트는 1만9000~2만5000년 전 엘크의 일종인 와피티 이빨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펜던트에서 나온 사람의 DNA는 여성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여성은 같은 시기에 시베리아 동쪽에 살았던 북유라시안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물 파괴 없이도 착용자이거나 제작자가 누구인지 확인한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더 많은 선사 시대 유물에 이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샘플을 통해 우리는 고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조금 더 배우고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