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형→현장형' 변모한 이창양
[편집자주] 윤석열정부가 오는 5월10일 출범 1년을 맞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공급망 재편 등으로 대한민국이 복합위기로 휩싸인 1년이었다. 윤 대통령과 각 부처 장관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1년이었다고 자평한다. 머니투데이가 쉼없이 달려온 장관들의 365일을 되돌아보며 윤석열 정부 1년을 정리했다.
그럼에도 산업부 내에선 이 장관의 과장 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행정고시 17~25회 출신이 산업부 과장 보직을 맡고 있었던 당시 29회 출신인 이 장관이 '수석과장'으로 불리는 산업정책과장을 맡은 일화는 유명하다. 이후 학계와 민간을 두루 경험한 이 장관이 현 정부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를 거쳐 산업부로 금의환향하자 기존 OB 장관과는 다른 차원의 기대가 쏠렸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인 2022년 8월8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업종별 산업 대전환 전략맵' 수립 계획을 밝혔다. 취임 이후 3개월 가진 첫 정책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의 먹거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거시적 그림을 그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 한 달 전 발표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은 업종별 산업 대전환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자동차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분야에 대한 후속 전략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했다.
산업부는 이후 △글로벌 3강과 2030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2%를 목표로 한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 △2030년 세계시장 점유율 40%를 앞세운 세계 최강국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 △인력확충과 미래 선박시장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조선산업 초격차 확보전략' 등 우리 주력 산업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세계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산업별 전략을 잇달아 세우고 있다.
이와 더불어 경기 용인에 300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메가클러스터(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과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방안을 내놨다. 또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6대 첨단산업을 국가첨단기술로 지정해 지역별 집중육성 방안을 선보였다.
"탈(脫)원전 정책이 난방비나 전기 요금에 부담을 준다고 생각한다"
올해 2월초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이 장관의 말이다. 이 장관은 이번 난방비 폭탄의 원인으로 지난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했던 탈원전 정책으로 LNG(액화천연가스) 구입량이 늘어난 점, 2021년 이후 급등한 국제 원자재 가격을 민수용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점 등을 들었다.
에너지 원가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탓에 전기나 가스를 '팔면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에너지 가격 신호가 작동하지 않아 소비량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논리다.
'난방비 폭탄'의 학습효과였는지, 생각보다 춥지않은 겨울을 보내서였는지 한가지 원인으로 단언할 수 없지만 올해 2~3월 난방비 고지서는 1월의 그것보단 소폭 줄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여전히 난방비 폭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연초 공언했던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계획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앞서 정부는 올해부터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인상해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적자를 2026년까지 해소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연초 특히 여름철 에너지 수요가 커지기 전에 큰 폭으로 요금을 올리고 그에 따른 에너지 소비 감소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1월 성난 민심을 불러온 '난방비 폭탄'에 2분기 공공요금 인상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정부와 여당 모두 공공요금 인상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고통분담 방안을 가져오라"는 국민의힘 측 허들을 넘지 못한 결과다. 1월 난방비 폭탄으로 맛본 성난 민심을 재현하지 않겠다는 여당과 한전·가스공사의 경영정상화를 달성해야하는 산업부의 온도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두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기획재정부가 간담회에 앞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2023년도 수출이 2022년 대비 4.5%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던 상황에서 전년대비 수출 플러스 성장을 목표로 내걸은 것.
이 장관의 말대로 정부는 지난 2월 진행한 '제4차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올해 수출 목표를 지난해(6836억달러) 대비 14억달러(0.2%) 늘어난 6850억달러로 확정했다. 눈에 띄는 성장보다는 지난해의 역대급 수출 기록 행진을 이어가겠다는 방어적 성격이 짙지만 '플러스' 선언엔 강한 의지도 담겼다.
올해 4월까지의 성적표는 녹록지않다. 산업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4월 누적 수출액은 2012억달러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 적자는 4월 누적 251억 달러. 지난해 연간 무역수지 적자 472억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고 무역수지 적자는 14개월 연속이다. 수출 실적을 이끌던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실적이 반토막난 결과다.
이 장관은 열악한 조건 속 올해 수출 플러스 달성을 위한 답안지로 '현장'을 써냈다. 워낙 스마트한 업무스타일 탓인지 기존 장관들과 달리 현장보단 전략에 치우쳤다는 평가를 반성하는 듯한 뉘앙스다.
이 장관은 자신의 발언을 입증하듯 올해 1월5일 인천 계양구 소재 수출기업 '와이지-원' 서운공장을 방문하는 등 수출현장을 찾아 애로사항을 포함한 현장 목소리를 듣고 있다. 올해 복(復) 원전 기조를 앞세운 원전수출과 K-시리즈를 앞세운 방산, 신(新) 중동붐 조성 등 성과에 이 장관의 수출 성적표 명암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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