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은' 공사장 소음에…앵무새 떼죽음 당했다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인근 사육장의 앵무새 수백마리가 폐사했다며 건설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항소기각한 원심의 판결을 뒤집고 2심 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지난달 13일 건물의 신축공사로 발생한 소음이 앵무새 폐사에 기여한 정도가 상당하고,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

원고는 2012년부터 안양시의 한 건물에서 앵무새 판매장을 운영해왔는데, 2017년 1월부터 판매장 건물 바로 옆 부지에 지하4층, 지상15층 규모의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됐다.

원고는 공사기간 중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사육하는 앵무새가 이상증세를 보이다 폐사해 피해를 입었다며 3억4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공사장 소음과 진동이 앵무새를 폐사시켰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사건을 기각했다.

2심에선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판매장이 위치한 상업지역의 생활소음·진동규제기준을 측정한 결과 기준 이하였고, 피고도 방음벽 설치와 장비출력 저감 등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했다는 점 등을 인정해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소음·진동으로 인한 피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정도를 넘는 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생활소음규제기준은 공사현장 소음이 참을 한도를 넘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해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 사건은 소음 때문에 앵무새가 폐사하고, 산란율이 저하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장소음은 인정기준에 도달했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며, 공사현장 소음이 원고의 앵무새 폐사 피해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가 흡음형 방음벽을 설치한 것도 "이 사건 건물 신축공사가 시작되고 6~7개월 후에 이뤄진 조치여서 일반적으로 공사초기에 소음피해가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방지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 재판부는 환경소송에서 참을 한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