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욕 먹어도 할 일 하는 데 높은 점수...좀 더 유연했으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일이라도 윤석열정부가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을 시작했다는 것에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방향성은 굉장히 좋은데,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을 구하는 부분이 조금 아쉽습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구갑 당협위원장(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4일 서울 도봉구 당협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 the300과 만나 윤석열정부의 지난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의 최고 나쁜 점을 꼽자면 개혁 중독에 걸린 것처럼 언론개혁, 검찰개혁 노래를 부르면서도 막상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에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연금개혁 같은 경우 역대 모든 정부가 조금씩은 다 했는데 문재인정부 때는 전혀 안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정부는 개혁 중독에 걸렸던 문재인정부가 역설적으로 개혁에 가장 소홀했다는 점에 대해 성찰했다"며 "표가 안 되는 일이지만 착수하고 시작했다. 일단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리 정부에는 확실히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저는 여당 소속으로 정책을 깊이 들여다보니 (정부의) 진의를 알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조금 더 소통 의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지지자를 확보하고 (개혁 속도도) 조금 천천히 가도 될 것 같다"며 "연금개혁의 경우도 앞으로 고강도의 개혁이 필요할 텐데 고강도의 개혁을 하려면 결국 충분한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개혁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지지율이 하락하면 (설득을 통해) 또 채우면서 가야한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한국사회가) 너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히고 기득권이 공고해지고 여기에 끼지 못하는 사람이 계속 가난해지거나 살기 팍팍해지는 상황"이라며 "연금 문제는 노동 문제와 무관하지 않고 노동은 교육 문제와 무관하지 않으니, 완벽한 캠페인은 없더라도 여러가지 문제를 많이 풀 수 있는 킹핀(볼링핀 중 정 가운데 위치한 핀)을 찾아 우리 정부에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아쉬운 점으로는 다양성과 유연성의 부족을 꼽았다. 김 위원장은 "정부나 여당을 향한 쓴소리를 얼마나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며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전당대회 과정에서 누군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일 등을 보면 윤석열정부가 처음 시작했을 때 기대됐던 자유의 창발과 정의의 복원이 충분치는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이 미워도 국민들이 힘을 실어줬던 것은 이견을 건전하게 승화하는 과정이 (당내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게 보수의 가치이고 자유진영의 가치인데 당내에서 다양성이 사라지는 느낌이 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강했던 그 옛날의 모습, 치고 받지만 건전한 방식으로 당이란 테두리 안에서 승화했던 모습을 복원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풀지 못할 갈등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청년정치가 정치의 사각지대를 조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기성정치는 늙고, 청년정치는 젊다' 이런 게 아니라 기성세대가 겪었던 문제와 다른 문제를 포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며 "비대위원으로 활동할 때 방역조치에 따른 헬스장 영업정지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발언을 했는데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많은 응원 문자를 받아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 있는 300명 중 한 명도 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는 것은 애초에 (기성정치가) 생각하는 중요한 문제와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중요한 문제가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라며 "기후·환경문제만 하더라도 (젊은 세대가) 훨씬 예민하게 받아들이는데 보수정당은 무관심한 상황이고 민주당이라고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앞으로 김 위원장은 거주환경과 건강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도봉구에 신혼집을 구하며 느낀 것은 좋은 아파트를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재건축과 재개발에 소극적인 사이에 젊은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됐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위원장은 "치료예산의 3분의 1만 예방에 써도 국민건강이 크게 개선된다는 연구가 있다"며 "식생활에 대한 교육, 생활체육에 대한 투자 없이 현 보건정책을 유지하면 미래세대가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1987년생인 김 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창당에 참여했고, 미래통합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다. 김 위원장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체대 출신이 아님에도 럭비부에서 선수 활동을 했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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