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경찰이 잡아간다"...아이에게 거짓말 하면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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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간다"거나 "너 저기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토론토대 심리학자 레이첼 잭슨(Rachel Jackson)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렸을 때 양육자로부터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들었는지, 또한 학생들의 현재 인간관계, 불안, 우울, 반사회적 성향 등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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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안 따라오면 버리고 간다”거나 “너 저기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같은 말을 여러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한 번은 엄마가 고집부리는 동생을 버리고 간다고 해서 내가 울면서 동생을 끌고 왔다고 한다.
이밖에 "경찰 아저씨가 잡아간다”라거나 (내 동생은 한동안 경찰차만 보면 무서워서 숨었다) “돈 없어서 못 사줘” 등 아이들의 행동과 감정상태를 바꾸기 위해 양육자들은 크고 작은 거짓말 또는 속임수를 사용한다.
보통 잠깐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행동들이지만 이런 거짓말들이 생각보다 오래 아이들의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다.
토론토대 심리학자 레이첼 잭슨(Rachel Jackson)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렸을 때 양육자로부터 얼마나 자주 거짓말을 들었는지, 또한 학생들의 현재 인간관계, 불안, 우울, 반사회적 성향 등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그 결과 양육자로부터 비교적 많은 거짓말을 들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자신들도 양육자에게 더 많은 거짓말을 하고 불안, 우울, 반사회적 성향, 주변 사람들을 조종하고 통제하려는 경향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도 어렸을 때 양육자로부터 거짓말을 많이 들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커서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성장 과정에서 양육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이러한 요소 또한 이들의 불안과 우울에 일부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거짓말과 속임수를 사용하는 행위는 일면 아이들에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거짓말과 속임수를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연구자들은 양육은 끊임없는 “소통” 과정임을 강조한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양육자와 아이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은 양육 과정에서 많은 설득과 이해, 타협을 거쳤다고 한다. 서로의 주장이 부딪힐 때 아이와 양육자가 각각 자신들의 주장이 합리적인 이유를 대고, 더 합리적인 쪽으로 결정하자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을 때 무슨 소리냐며 빨리 학교나 가라고 윽박지르기보다 우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자신을 설득해 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렇게 서로 토론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적당한 이유가 있다면 아이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양육에 지름길이란 없는 모양이다.
Santos RM, Zanette S, Kwok SM, Heyman GD and Lee K (2017) Exposure to Parenting by Lying in Childhood: Associations with Negative Outcomes in Adulthood. Front. Psychol. 8:1240. doi: 10.3389/fpsyg.2017.0124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도록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 듀크대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박진영 심리학 칼럼니스트 parkjy02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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