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재개해야"...'첫 돌' 尹대통령에 쏟아진 조언들

박소연 기자 2023. 5. 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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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윤석열정부 출범 1년-전문가 제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미군기지 반환부지에 조성된 용산어린이정원 인근에서 열린 개방행사에서 손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건국 이래 첫 검찰총장 출신의 대통령." 지난해 5월 기대와 희망 속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1주년을 맞았다. 지난 12개월은 '윤석열다움'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전문가들은 외교·안보와 경제 등 분야에서 한미동맹 복원과 시장경제 원칙 재건이라는 '방향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다만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공감과 설득의 정치를 완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주요 선거가 없는 올해 개혁의 '골든타임'을 맞아 3대 개혁 등 핵심 국정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선 국정운영 전략에 대한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시장경제·한미동맹 기조 복원…경제 '관리' 양호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세계적 복합위기에서 뚜렷한 경제적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민간과 기업, 시장 중심주의를 바로세우고 규제 개혁을 추진했으며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가치외교'를 복원하고 한미동맹의 기틀을 복원했단 점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장 큰 변화는 시장친화적으로 가려 한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에 비해 산업, 기업 성장과 시장에 가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잘 관리하고 있다"며 "에너지요금, 금리 등에서 일부 관치를 했지만 정부가 부담을 안으며 잘 컨트롤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문성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업체 대표, 이 회장, 윤 대통령, 김태흠 충남지사, 박경귀 아산시장,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뉴시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극좌파적 정책을 폈다"며 "윤 대통령은 뚜렷한 경제정책이 없지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잡아간단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국빈 방미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대의 보장을 얻어냈다고 본다.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하고 핵개발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당장의 해법은 도출되지 않았지만 향후 해결 가능성이 높다. 기술 중심의 미국 공급망에 편입됐기 때문에 향후 부가가치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빈 방미를 비판하는 민주당의 논리는 과거지향적이다. 전세계의 블록화 트렌드를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용산시대' 열었으나…'소통·공감·설득'의 정치 절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통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며 지지율 하락을 초래했다. 청와대를 박차고 나와 국민 속으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용산 시대'를 열었지만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은 각종 설화를 일으킨 끝에 지난해 11월 중단됐다. 신년 기자회견도 생략되는 등 언론과의 소통은 난맥상을 보였다. 그 결과 '주 69시간제' 논란 등 각종 정책이 공론화에 실패하며 혼선이 거듭됐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정례적 기자간담회라도 하며 국민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일관계만 해도 미래지향적 개선 방향에 동의하는 국민들이 많은데, 너무 설득의 과정 없이 무조건 따라오라는 식으로 보여 오만하게 비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도어스테핑을 재개해야 한다"며 "불통보다는 소통해서 욕먹는 게 낫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출입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시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반대 여론은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자주 하는 게 문제"라며 "나와 다른 의견을 지닌 국민이 절반 이상 있다는 걸 인지하고 설득, 공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책의 합리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명분을 주고, 지지자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통령실 대변인실과 안보실 등 내부적으로, 또 당정 간 소통이 잘 되지 않아 혼선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 과잉에 대한 반대급부로 선출됐지만 국정동력을 얻기 위해선 뺄셈정치를 버리고 공감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협치의 실패, 엇갈리는 책임론…집권 2년차, 개혁 '골든타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1일 서울 중구 유관순 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을 마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사진=뉴시스
협치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1년간 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으로 '입법 폭주'에 나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에게만 협치의 책임을 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소통은 우리편이 아닌 다른 편, 중도랑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야당이 싫어도 초대해 그쪽이 거절하는 상황을 만들든, 만나서 대통령이 더 낫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양극화된 정치 환경이란 조건을 뛰어넘어 국가수반으로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현재 협치의 주체는 민주당"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데 만나면 잘못된 시그널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월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노조 회계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집권 2년차인 올해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다.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의 골든타임이 올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노조' 개혁 이외의 아젠다 제시와 개혁 동력을 살려나가기 위한 국민의 지지 확보, 야당과의 협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엄 소장은 "3대 개혁은 출발은 창대했는데 지지부진한 느낌"이라며 "2년차에 개혁과제를 구체화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고 야당을 설득하고 대화 무대로 끌어내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 내년 총선에 이긴다 하더라도 180석 이상의 다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야당의 도움이 절대적"이라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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