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CFD과열 인지 했지만 제대로 통제 못했다”

이도형 2023. 5. 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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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터지자 대책 마련 나서
2019년 개인 자격 요건 대폭 완화
이후 등록 건수·거래량 크게 늘어
“불완전 판매로 투자자 피해 우려”
금감원 자체 보고서 경고도 간과
3월 기준 CFD 잔고액 2.8조원
뒤늦게 사전 공시 등 개선책 제시
“공매도로 주가폭락 가능성 낮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다른 상품보다 높은 수수료 등으로 CFD가 그동안 급증했지만 금융당국은 CFD 이상거래에 대해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번 사태 직전 주식을 매매한 것을 놓고 주가조작세력과의 연계의혹을 받아온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사진=뉴시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3일부터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사 CFD 검사에 착수했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CFD와 관련한 주요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 방침을 보고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개인 전문투자자 여건 및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와 고객 주문 정보의 이용, 내부 임직원 연루 여부 등을 검사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15년 처음으로 국내시장에 들어온 CFD는 2019년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이 낮아지면서 증권가에서 급속도로 거래량이 늘었다. CFD는 현물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로, 레버리지(차입) 활용이 가능한 만큼 위험성 때문에 개인전문투자자에 한해 거래가 가능하다.

2019년 말 금융당국은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 중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추는 등 요건을 완화했다. 금융투자 활성화 취지였다. 이후 CFD 거래가 급증했다. 2019년 3330건이었던 개인전문투자자 등록 건수는 2021년 2만4365건으로 늘었다. CFD 거래 규모도 2021년 70조1000억원으로 2020년의 30조9000억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CFD 거래를 늘렸다. CFD 수수료가 다른 위탁 매매 평균 수수료보다 높고, 레버리지 제공으로 이자 수익도 발생할 수 있어서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 무소속 양정숙 의원실에 보고한 자료에서 “지난 3월 기준 CFD 잔고는 2조8000억원이며 현재 CFD 거래의 96.5%가 개인 전문투자자”라며 “올해 들어 증시 반등 등으로 CFD 거래가 증가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CFD 과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대책 마련은 늦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2022년 펴낸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주가 변동성 확대 시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며 “전문투자자 전환에 따른 영향 등에 대한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불완전판매로 인한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정무위 비공개 간담회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상 거래를 사전 탐지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면서 모니터링 및 적발 체계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는 양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에서 “금번 주가폭락과 공매도의 상관관계, 즉 공매도가 주가폭락을 더욱 가속했을 가능성은 미비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논란의 중심에 계속 섰었던 김 회장은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사퇴의사 등을 밝혔다. 김 회장은 주가조작 의혹 핵심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거래명세서 공개 등 해명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됐다며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현 상황이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 여러분께 부담을 드리는 일”이라고 했는데 사태 후 계속 주가가 하락한 것도 결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다우키움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다우데이타는 전일 대비 2.09% 하락했고, 키움증권도 1.22% 떨어졌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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