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끝난 듯" 한숨 돌린 한은…3 5% 기준금리 유지할까

김혜지 기자 2023. 5.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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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역대 최대 금리 차에도 동결 전망 우세
경기·물가 둔화 때문…향후 환율 불안 땐 '고심'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1.75%포인트(p)까지 벌어지면서 오는 25일 기준금리를 결정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선택에 눈길이 모인다.

한미 금리 차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미국의 긴축 사이클이 종료에 가까워진 것으로 관측돼 한은의 '키 맞추기' 인상 부담을 덜고 있다. 여기에 국내 경기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까지 침체돼 있어 한은의 금리 인상 유인은 지난해보다 크게 축소된 상태다.

하지만 향후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환시장 불안이 초래된다면 한은은 다시 한 번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5일 한은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0.25%p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을 기준으로 1.75%p까지 확대됐다. 종전 역대 최대치인 1.50%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는 한국이 지금껏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이다.

통상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높아야 한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위험도 높은 한국에 투자하려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한미 금리 역전이 확대되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과 함께 외국계 자금이 국내 시장을 이탈할 우려가 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그럼에도 한은은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11일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향후 외환시장 불안으로 한은이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특정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외환시장 불안을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은은 최근 환율에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내비쳐 왔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언론 인터뷰에서 "원화가 지난 1월에 가장 양호한 통화였다는 점에 비췄을 때 매일 일어나는 환율 변화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면서 "4월의 경우 외국 투자자들에 대한 배당금 지급이 많아 (원화 절하) 압력을 받고 있으나 상황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 환율 흐름은 미국의 '4연속 자이언트 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 공포에 휩싸였던 지난해 하반기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대 금리 차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 종료 신호를 보내고 미국의 긴축이 '9회 말'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달러 가치 상승에 돈을 걸 투자자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유로·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지난 4월 중 0.6% 하락했다.

이 같은 약달러 현상 중 환율 상승은 대외 변수보다 무역수지 적자, 배당금 지급 등 대내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국내 요인만 보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선뜻 택하기에는 부담이 뒤따른다.

대표적으로 국내 경기가 문제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0.4% 역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0.3%에 그쳤다.

여기에 중국의 경제 반등이 국내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지연되면서 올 하반기 성장세는 예상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 1.6%를 오는 25일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사실상 예고한 상태다.

반면 금리 인상을 부르는 요인인 물가 오름세는 지난달 예상 경로를 따라 3%대로 둔화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다수 위원이 언급한 '향후 필요 시 금리 인상'을 '만일의 경우 인상'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했다.

또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서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단어인 △금융안정 △하방 △파급효과는 각각 17회, 16회, 16회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금융안정'과 '파급효과'는 인상 사이클 진입 이래 가장 많이 등장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불안, 경기 하방 리스크 증가는 한은의 추가 인상을 제한한다"면서 "다만 시장 금리 하락으로 인한 긴축 효과 반감 우려가 나왔고 총재도 시장의 완화 기대 차단에 노력하는 만큼 한은은 계속 매파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하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뉴스1

물론 환율이 앞으로 1350원 선을 뚫고 고공행진하는 때는 말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앞서 한은은 환율을 금리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도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경우에는 금리와 여타 정책 등으로 반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도 앞선 인터뷰에서 "(환율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큰 변동성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시장은 올 환율 상단을 1350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일종의 심리적 저항선이다. 게다가 한은은 지난해 말 환율 급등기에도 환율 1350원 선을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을 보여 왔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마저 1350원 선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최근 환율은 1320~1330원 수준으로 심리적 저항선과 비교해 결코 낮지 않다. 한은으로서는 이번 금리 차 경신이 원화 가치에 미칠 영향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록 수입 물가는 오른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차후 금리 인상을 논의할 여지가 있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 전망으로서 '3.75%(0.25%p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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