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감독·작가 “강아지 산책하다 ‘칸’ 수상, 깜짝..K-콘텐츠 관심, 심도깊어져”[인터뷰 종합]
[OSEN=김나연 기자] ‘몸값’ 전우성 감독, 최병윤·곽재민 작가가 ‘칸’ 수상의 순간을 되새겼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몸값’ 전우성 감독, 최병윤·곽재민 작가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몸값’은 서로의 몸값을 두고 흥정하던 세 사람이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갇힌 후, 각자 마지막 기회를 붙잡기 위해 위험한 거래를 시작하며 광기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이충현 감독의 동명의 단편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앞서 ‘몸값’은 지난달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각본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곽재민 작가는 “너무 영광이고, ‘칸 시리즈 어워즈’에서 최초로 각본상을 받아서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저희가 각본상 받긴 했지만 각본상이라는게 각본을 읽고 주는게 아니라 작품을 보고 나서 주는거다. 이 작품을 만든 모든 스태프, 좋은 연기 보여주신 배우와 함께 만든 상이다. 작품이 다 같이 받은 상이라 생각해서 만들어주신 분들한테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우성 감독은 “상을 받았을 때 얼떨떨하고 신기했다. 작업했던 배우, 스태프, 작가 모두 잘 해주셔서 이런 상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작가님 두 분이 같이 없었던게 아쉬움으로 남아있다”고 털어놨다. 최병윤 작가 역시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을정도로 정말 좋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더 잘해야겠다 좋은작품 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전우성 감독은 수상 결과가 나온 직후의 상황을 묻자 “아쉽게 배우 분들은 일정이 빡빡해서 먼저 돌아갔다. 저는 수상을 예상 못했다. 막상 이름 불리니 너무 놀라서 최대한 침착하는 게 가장 큰 미션이었다. 수상 직후에는 어떤 구체적인 얘기보다 서로 축하하는 얘기들을 많이 했었다. 배우분들도 수상한 걸 바로 아시고 카톡이나 문자로 너무 축하한다고 연락 주셨다. 감사했다”고 답했다.
반면 당시 시상식에 함께하지 못했던 곽재민 작가는 “그때 강아지 산책을 시키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병윤 작가 역시 “저는 라면먹다가 ‘뭐지?’ 싶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곽재민 작가는 “강아지 배변을 치우다가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너무 잘됐다 싶었다. 물론 현장에 갔다면 더 행복했겠지만, 어디있느냐가 중요하겠나. 어쨌든 좋은상을 받았으니까. 그리고 수상하실 때 저희 이름을 불러주셔서 그렇게 기사도 많이 났다. 그 자리에 함께있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트로피에 대해 최병윤 작가는 “감독님이 을지로에서 맞춰 주신다고 했다”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칸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 되면서 ‘몸값’은 뤼미예르 대극장에서 상영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전우성 감독은 “사실 부산국제 영화제에서도 기쁘고 감사했다. 극장 상영 자체가 쉽지 않은데 유명하고 유서깊은 뤼미예르 극장에 선 자체가 감사하고 벅찬 순간이었다. 글이나 기사에서 봤던 기립박수도 직접 마주하니 ‘정말 이런거구나’ 신기한 느낌이 있었다. 다만 그 이후에 더 파급되는 효과나 이야기에 대해 제가 구체적으로 들은바는 없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기분, 느낌 이정도가 남아있다”고 여운을 전했다.
‘칸’ 수상 직후 외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질문을 받았던 전우성 감독은 “구체적으로 한국인들이 돈에 집착을 하는가, 이런 질문도 있었다. 약간 외부자 시점으로 바라봐서 그런것 같다. 제가 답변 드린건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도 자본주의 얘기다. 대부분의 국가가 자본주의 사회에 속한다. 어떤 국가든 나라마다 고유한 문화 자본주의를 가지고, 한국만의 독특한 자본주의 문화도 있다고 생각한다. IMF와 같은 굴곡진 시간을 지나며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다만 개인적으로 느낀건 직접적으로 집착하거나 돈에 있어서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건 20년 전이라 생각하고, 지금은 양상이 다르다. 작품에 보여지는 양상은 대부분 장르물이고 어느정도 과장된 면이 있다고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상식에서 K콘텐츠를 향한 관심을 체감했냐는 질문에는 “애프터파티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다른 작품을 만든 팀에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제가 영어가 짧아서 깊은 얘기는 못나눴다”며 “K콘텐츠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은 많았다. 외신 인터뷰를 할 때도 그에 관한 질문이 종종 있었다. 90년대부터 한국 콘텐츠들이 외국에 보여지는 시기가 있었다. 예전에 바라봤던 시각이 남아있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에서는 이해도나 관심이 심도가 깊어졌다는 생각 했다”며 “기본적으로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있지 않나. 잔혹한 묘사들이 예전부터 한국영화에서 많이 나왔고 주목받은 부분도 있어서 그런 데에 는 비슷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다. 별개로 한국 사회 자체에 대해 미디어 시장, 환경에 대해 얘기하는 질문이 나왔을때는 1차원 적인 부분에 집중했던 예전에 비해 어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미디어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몸값’은 단편인 원작을 6부작 시리즈로 리메이크한 작품. 곽재민 작가는 이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을 묻자 “단편이 진짜 완결성 있는 작품이었다. 결말까지 완벽하고 시리즈에 있는 좋은 장점도 이미 많이 가진 완결성 있는 단편이라서 어떻게 재밌게 더 만들수 있을까, 처음엔 당연히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도 좋은 지점을 많이 가진 단편이었다. 제일 재밌는게 몸값을 흥정하던 둘의 관계가 뒤집어지면서 쾌감과 재미를 주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이걸 시리즈 내내 끌고가면 색다른 시도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몸값’ 자체가 주인공이 다 악인이다. 악인들만 나오는 시리즈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큰 도전이 될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우성 감독도 “몸값을 흥정하고 이런게 계속 이야기 내내 반복되면서 지속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별개로 작품을 만들때 주안점 둔 건 사람들이 시간가는줄 모르게 볼수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큰 목표였다”고 밝혔다.
또 그는 ‘몸값’이 한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비결을 묻자 “물론 원테이크나 컨셉이 이전에 없던 형식 아니지만 시리즈에서는 나름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라 생각한다. 새로운 부분이 분명 있었고, 해외에서 알아봐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부분에 있었던 이야기나 상황들, 구성들에 신선함을 느꼈다고 심사위원 분들도 말해줬다. 그런 부분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물론 저는 작품을 오락물로 만들는게 목표였지만, 나름 안에 넣어둔 느슨한 메타포를 해외에서도 봐준 것 같다. 자본주의나 거짓말, 돈, 이런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통용 될 거라 생각했다. 다만 해외에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이해하기 어려운건 말장난이었다. 한국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한국어는 번역 과정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런부분이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원테이크 촬영 비하인드도 전했다. 전우성 감독은 “원테이크는 단편에서도 정말 큰 장점중 하나였다. ‘몸값’을 함께 하기로 했을때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악인들이 위아래로 오르내리고 미로같은 층층을 헤쳐나가며 일어나는 일들을 원테이크로 담아내는 게 더 흥미롭겠다는 생각으로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각본 작업 과정에서 동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곽재민 작가는 “다른 영화는 컷을 끊고 다음 공간으로 넘어가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저희는 쓸 때부터 끊기지 않고 쭉 따라갈수있게 써야한다. 동선을 지정하고 공간을 설정하고 상황이 나오는 타이밍을 한 호흡에 해야하다보니 이다음에 어떻게 해야 더 말이되고 재밌을지, 원테이크로 봤을때도 어떻게 써야 더 괜찮고 이질감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우성 감독은 “작업하면서 인물들 주변을 카메라가 떠나지 않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의적으로 카메라가 이어가는 식의 움직임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감정과 동선을 따라가려고 했다. 대본단계에서부터 카메라가 따라가는 속도를 어느정도 상상해야해서 제한을 두고 아이디어 짜내며 작업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몸값’은 영화도 아니고, 장편 시리즈라고 하기에는 짧은 6부작 OTT 시리즈 작품이다. 전우성 감독은 “시장이 많이 변했다. 영화관이 많이 사그라들고 영화관에 있던 작품이나 TV에 있던 작품이 OTT로 넘어오는 경우 꽤 있다고 알고 있다. OTT라서 할수있는 새로운 것들 찾아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30분짜리 6~8부작도 많은걸로 알고있다. 러닝타임, 포맷적으로 새롭다기보단 OTT라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라 생각한다. 다만 제가 알기로 제작사와 OTT 사이에 계약할때 ‘60분짜리 몇부작’ 이런식으로 러닝타임을 정해 두는 걸로 알고있다. 그런데 큰 틀에 갇힌 이야기를 하면서 꼭 60분이라고 정해진게 아니라 에피소드마다 30분, 60분, 80분 이런식으로 러닝타임 낙차를 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많이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게 해보면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전우성 감독은 ‘몸값’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묻자 “오락적으로 받아드렸으면 하는 마음이 1순위였지만, 개인적으로 글을 쓰거나 작업하다 보면 은유적인 부분이나 메타포를 넣으며 작업하게 되더라. 주제 의식이라고 말하긴 어렵고 욕망에 대해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건물 자체가 악한 자본주의로 은유됐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몸값’이 거짓말, 돈에 대한 이야기지 않나.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에 살면서 본인들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도 갖고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정도의 바람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OTT 시리즈 최초로 ‘칸’ 각본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남긴 전우성 감독은 “작품 만들때 이후에 반응들에 대해서도 물론 상상하겠지만 작품 자체를 관객들이 오락물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사실 대중의 반응은 저조차 알수없다. 저는 최선 다할 뿐이다. 언제나 작품을 만들때 (성적은) 순리에 맡기고 받들인다. 저의 목표는 오로지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에 있었다”며 “이 상이 과분한 상일수 있겠지만 당연히 앞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상에 연연하지 않고, 항상 해왔듯 다음 작품을 만드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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