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에 두손 든 머스크, 합의금 1300만원 물어준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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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관종’ 일론 머스크의 기행과 요상한 발언으로 테크 업계의 근황을 알아보는 ‘주간 머스크와 아이들’이 또 돌아왔습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지난 주 저희의 두 번째 레터를 받아 보신 독자 분들은 머스크가 백악관 인근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무려 40분간 대화를 나눴던 것을 잘 아실거예요. 그 뒤에 머스크는 또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하는 트위터 영상에 “들어봐(hear! hear!)”라고 댓글을 달며 추천했지 뭐예요.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썩 나쁘지 않았나봐요.
우리의 천방지축 머스크는 이번 주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각종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트위터 계정을 뺏겠다며 공영방송을 상대로 협박을 하는가 하면, 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로부터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강한 펀치도 한 대 얻어맞았습니다. 머스크와 관련된 소식을 통해 짚어보는 한 주 간의 테크 업계 근황, 한번 살펴보러 가실까요?
◇머스크vs NPR 한판, 승자는?
“머스크가 우리 회사 트위터 계정을 다른 회사에 넘기겠다고 위협했다.”
3일(현지 시각) 미국 공영 라디오 NPR(National Public Radio)은 이같이 폭로 했습니다. 머스크가 이 방송 기자에게 “그래서 NPR은 트위터에 다시 게시물을 올릴 건가요, 아니면 우리가 @NPR을 다른 회사에 재할당해야 할까요?”라고 물으며 협박했다는 겁니다. NPR은 트위터 이용 약관을 근거로 “계정의 비활성 상태는 트윗 게시 여부가 아닌 로그인을 기준으로 하며, 최소 30일마다 로그인하면 영구 삭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궁금하긴 했나봐요. “NPR 트위터 계정을 다시 할당하면 누가 가져갈 가능성이 있냐”고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고 하네요.
“국가 ‘호박’ 라디오(National Pumpkin Radio)”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머스크와 NPR의 기싸움은 몇주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트위터는 지난달 NPR 계정에 ‘관영 매체’라는 수식어를 붙였습니다. 관영 매체는 중국 신화통신이나 러시아 RT처럼 정부가 관리하는 채널을 주로 말합니다. NPR 입장에선 당연히 열 받을 수밖에 없었겠죠. NPR이 반발하자 머스크는 “그래 내가 한번 봐준다”는 식으로 놀리기라도 하듯 NPR 계정을 ‘정부 출연 매체’로 바꿔줬습니다. 이에 NPR이 트위터의 의사 결정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면서 트위터 이용을 전면 중단하자 이번에 계정을 빼앗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겁니다.
머스크가 ‘꼬리표’로 문제를 일으킨 건 NPR뿐만이 아닙니다. 머스크는 영국 공영방송인 BBC, 캐나다 CBC 등에도 ‘정부 출연 매체’라는 표시를 달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다 BBC와 깜짝 인터뷰한 뒤 BBC 소개를 ‘대중 출연’(publicly funded)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각 매체의 정체성을 머스크가 자기 마음대로 입맛대로 붙여버리는 것이죠. 이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머스크는 ‘정부 출연 매체’라는 딱지를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딱지가 붙어야할 ‘관영 매체’ 딱지도 함께요.
◇”트위터서 기사 보면 비용 청구” 윈-윈! 이라는데?
지난 주 머스크의 최대 논란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트위터로 기사를 볼 때 돈을 내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5월부터 미디어 기업들이 트위터에서 기사 한 건에 대한 클릭마다 요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하겠다”고 썼어요. 트위터로 기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걸 사업화하겠다는 거예요.
자 보세요. 독자가 트위터에서 재미있는 기사 제목을 발견합니다. 전문(全文)을 읽기 위해 링크를 클릭하죠. 머스크는 이때 해당 기사에 대해 소액의 구독료를 청구하는 결제 창을 띄울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겁니다. 미국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월 구독료를 내고 기사를 읽는 모델인데, 매달 구독료를 내는 것보다 트위터에서 읽고 싶은 기사마다 건건이 결제를 하니까 ‘윈윈(win-win·모두 이기는 것!’이라는 게 머스크 설명이에요. 하지만 기사 건당 요금과 수익 배분, 대상 미디어 같은 건 밝히지 않았고요. 사람들은 이렇게 되면 트위터에서 ‘낚시성 기사’가 양산될 것이라고 벌써부터 혀를 차고 있죠.
머스크 속내는요? 일단 돈 벌어보겠다 이겁니다. AFP통신 등 외신은 “논란이 계속되는 트위터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나온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머스크는 최근 들어 유료화 모델을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시작한 월 7.99달러짜리 구독 모델인 ‘파란 딱지’는 벌써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어요. 영향력이 큰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달아주던 인증 마크인 ‘블루 체크’를 돈을 주고 팔기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데 ‘찐’ 인플루언서들은 이 딱지를 거절하면서 트위터를 떠나고 있고요. 대신 돈을 주고 인증을 산 계정들이 일부 기업이나 유명인을 사칭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죠. 월트디즈니는 ‘디즈니 주니어 UK’를 사칭한 가짜 계정이 체크 마크를 받은 것을 확인하고 이 계정을 정지시켰다고 했어요.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앤 코는 공식 계정을 사칭한 트위터 사용자가 “인슐린이 공짜”라는 글을 올린 후 주가가 4% 이상 폭락해 회사가 나서서 사과해야 했답니다.
이처럼 돈을 주고 인증 마크를 팔아버리니까 정부 기관과 기업들은 발 빠르게 트위터를 손절하고 있어요. 뉴욕 메트로폴리판 교통국(MTA)는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더는 트위터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어 서비스 알림 및 정보 트윗을 중단한다”고 했어요. AT&T와 폭스바겐은 트위터 광고를 일시 중단했고 아직까지 광고를 재개하지 않은 상태고요.
◇원! 투! 펀치 얻어맞은 머스크
자신만만하기만 한 머스크. 이번주에는 두 방의 묵직한 펀치를 얻어 맞았습니다. 첫 번째 강펀치를 날린 건 잭 도시 전 트위터 CEO. 그는 자기가 새롭게 창업한 소셜미디어 블루스카이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하지 말았어야 했다. 머스크는 트위터의 이상적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적었습니다.
1년 만에 입장이 싹 돌변한 것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사실 잭 도시는 작년 4월까지만 해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를 지지했었거든요. 당시 그는 “머스크는 내가 신뢰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었죠.
머스크의 유난스런 변덕 때문일까요. 워싱턴포스트는 “잭의 발언은 머스크의 변덕스러운 리더십이 한때 친구이자 강력한 우군을 어떻게 실망시켰는지를 보여준다”고 일갈해 머스크의 상처에 한번 더 소금을 뿌렸습니다.
두 번째 펀치는 테슬라 저격수로 불리던 평범한 대학원생 랜딥 호티입니다. 머스크가 자신과 말싸움을 벌이던 호티에게 무려 합의금 1만 달러(약 1300만원)을 물어주게 된 거예요. 테슬라에 비판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유명해진 호티가 머스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머스크가 두 손 두 발 들고 합의에 나선 겁니다.
두 사람의 악연은 5년 전 시작됩니다. 호티는 테슬라 공장에 드론을 띄워 생산량을 직접 감시한 뒤 테슬라가 모델3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수차례 트윗을 올리며 유명세를 탔습니다. 머스크 입장에선 눈엣가시였겠죠. 그를 ‘거짓말쟁이’ ‘살인자’ ‘테러리스트’ 같은 표현으로 맹비난했습니다. 결국 호티는 2020년 그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합니다. 머스크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소 기각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결국 호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머스크는 호티와 합의하고 배상금을 물어주고 재판을 끝내기로 한 것이죠. 머스크가 꼬리를 내릴 때도 있나 봅니다.
오늘 레터 재밌게 보셨나요? 다음주에도 저희는 ‘관종’ 머스크의 유별난 소식을 한아름 들고 찾아오겠습니다. 연휴 잘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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