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손 없는 레고, 다운증후군 바비…뜻 깊은데, 인기가 없다

김성진 기자 2023. 5. 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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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오텀이 출시될 때 조딘, 피오나도 함께 태어났다.

바비 인형 제조사 미국의 마텔은 지난달 다운증후군 바비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보청기나 의족을 쓰고 휠체어를 타는 바비 인형을 출시했다.

오텀과 조딘, 피오나를 출시하기 전 레고는 35개국 부모와 어린이 약 5만7000명을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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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 인형 몸매 '10만명 중 1명' 꼴..."나와 달라" 아이들도 느꼈다
백반증 앓는 레고, 의족 장착한 바비...장애인도 반긴다
인기 없어 완구업계 '고민'..."어린이도 본능적 美 기준 있다"
지난해 말 레고 프랜즈 캐릭터로 추가된 오텀(오른쪽). 한쪽 손 없이 태어났다는 설정이 있다./사진제공=레고 코리아.


#'레고 프렌즈 오텀의 집(Autumn's House)'을 사 블록 853 조각을 꿰맞추면 단풍나무 한 그루 딸린 2층짜리 집 하나가 완성된다. 이집 주인은 오텀. '집게 손'은 레고 캐릭터의 상징인데 오텀은 왼쪽 팔이 집게 손 없이 뭉툭하다. 완구업체 레고가 의도한 설정이다. 오텀은 한쪽 손 없이 태어났다.

지난해 11월 오텀이 출시될 때 조딘, 피오나도 함께 태어났다. 조딘은 백반증 환자다. 피부 이곳저곳에 흰색 반점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마이클 잭슨도 같은 병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오나에게는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다. 다른 캐릭터보다 눈꼬리, 입꼬리가 올라갔다.

장난감에 '다양성' 바람이 분다. 어딘가 몸이 불편하거나 전통적인 미녀·미남 상에 부합하지는 않는 장난감들이 나온다. 갖고 논다면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배운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건 한계다.

영국의 다운증후군 모델 엘리 골드스타인이 다운증후군 바비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마텔.


바비 인형 제조사 미국의 마텔은 지난달 다운증후군 바비를 출시했다. 보통 바비는 다리가 길고 얼굴이 갸름하다. 다운증후군 바비는 키가 작고 얼굴이 둥글다. 귀도 작고 콧대는 납작하다.

미녀 상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마텔은 이런 바비를 꾸준히 출시한다. 최근에는 보청기나 의족을 쓰고 휠체어를 타는 바비 인형을 출시했다.

소비자들 목소리를 듣고 출시한 인형들이다. 그동안 마탤은 전통적인 바비 인형이 실제 여성 모습과 크게 다르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어느 대학 연구진은 "여성이 실제 바비 인형의 체형을 가질 확률은 10만분의 1"이라는 연구 결과를 냈다. 마탤은 2016년부터 바비 인형의 체형 등을 다양화했다.

레고도 마찬가지다. 오텀과 조딘, 피오나를 출시하기 전 레고는 35개국 부모와 어린이 약 5만7000명을 조사했다. 어린이 73% 가 "장난감이 나와 다르게 생겼다", 80%는 "나와 비슷한 장난감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91%는 "누구도 차별받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모들도 장난감 생김새가 다양해지길 바랐다. 부모의 84%는 "자녀들이 다양성을 공부하는 데 장난감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오텀과 조딘, 피오나가 들어 있는 레고 상품들은 한국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휠체어 탄 강아지 피규어가 들은 '반려견 구조 센터', '반려견 구조 차량' 상품도 판매된다.

일각에서는 다양성 바람을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장애인들이 이런 변화를 눈여겨본다. 선천적 백색증에 시력 장애가 있는 최선호씨(40)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고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레고 프랜즈 오텀의 집. 전국 오프라인 매장과 레고 온라인 매장에서 판매된다. /사진제공=레고 코리아.


문제는 '인기'다. 다양성을 추구한 장난감들이 잘 팔리지는 않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트렌드가 바뀌기에 소비자들에게 이런 장난감이 친근하지는 않다"고 했다.

교육업계는 본능적인 면에 주목한다. 누가 가르치지 않아도 어린이들이 미녀·미남형 장난감에 끌린다는 것이다. 생후 6개월만 지나도 어린이들이 미녀·미남에 끌린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줄 것"이라 했다.

판매량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 상당수 완구 업체는 다양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손오공 관계자는 "(다양성에 관한) 제품은 없다"고 했다. 미미월드 관계자는 "관련 상품도 없고 개발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다양성이 장난감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레고 코리아 관계자는 "어린이들은 장난감으로 우정, 감정을 배운다"며 "레고가 포용적인 이야기 장이 되도록 꾸준히 제품과 이야기를 만들어 갈 것"이라 했다.

박남기 교수는 "어린이도 미(美)의 기준이 있지만 나무 하나로 숲이 될 수 없고 다양한 나무가 모여야 한다고 부모가 가르친다면 장난감도 다양성을 배울 훌륭한 교보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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