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재구성] "돈 빼돌린다"며 살해해 놓고…"아내 없이는 못산다"

관리비·생활비 빠져나가자 돈 빼돌리는 것으로 의심
자녀들 말려도 소용 없어…"고령이어도 엄중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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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40년 동안 해로하던 60대 부부가 비극을 맞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천의 아파트에서 자녀들과 함께 살던 두 사람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해 어느 순간, 남편 A씨는 갑자기 아내가 자신 명의 통장에서 돈을 빼간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통장에서 나가는 돈은 관리비, 생활비였다.

뇌전증, 정신질환이 점점 심해지면서 아내에 대한 의심까지 깊어졌다. "10만원을 또 빼갔느냐" "내 돈을 마음대로 쓰지 마라"고 소리 질렀고 종종 아내를 폭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초에도 통장에서 돈을 빼간다며 주먹을 휘두르자 아내가 딸 집으로 피신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녀들이 직접 나서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따지다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

며칠 뒤 A씨는 "내가 잘못했으니 다시 돌아오라"고 사과했고 아내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그렇지만 A씨는 자녀들이 시켜 억지로 사과한데다 경찰 조사까지 받은 것이 내내 속상했다.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 그날 A씨는 "용돈을 올려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자 아내의 얼굴과 머리를 때리고 위험한 물건까지 휘둘렀다. 아내는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두부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아내 없이는 살 수 없고 당시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나도 뛰어내려 죽으려 했다"고 둘러댔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피고인의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무방비 상태에서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며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면서 "피고인이 고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씨와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도 1심이 옳다고 봤다.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