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인근 차단 “집회자유 침해”…화물 업무개시명령 “결사자유 침해”

방준호 2023. 5.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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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바깥에서 대통령에게 '법치'의 대상으로 불린 시민들이 기댈 곳 또한 법이다.

시민의 요청에 법원과 국제기구는 국가나 시장 권력 앞에서 '시민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 법치가 향해야 할 곳을 판결문, 개입 공문, 권고문 등에서 풀이했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제87·98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등) 협약을 비준해 이들 협약이 법적 효력을 지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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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창간 기획] 윤석열 정부 1년
(2) 기울어진 자유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5월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들머리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대회 행진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자유’의 바깥에서 대통령에게 ‘법치’의 대상으로 불린 시민들이 기댈 곳 또한 법이다. 시민의 요청에 법원과 국제기구는 국가나 시장 권력 앞에서 ‘시민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 법치가 향해야 할 곳을 판결문, 개입 공문, 권고문 등에서 풀이했다.

2022년 5월14일 대통령실 앞으로 “우리의 싸움이 혐오를 끝낸다”고 적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펼침막이 지나갔다.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며 얻은 의외의 효과다.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청와대와 달리 집무실과 관저가 분리된 용산 대통령실에 적용될 수 없었다. 다만 경찰은 집회 금지를 통고했다. 이날 행진은 이에 대해 법원이 집회 금지 처분 집행정지(가처분)를 일부 인용하며 무사히 치러졌다. 이후에도 경찰의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 통고와 법원의 가처분 인용이 반복됐다.

지난 3월30일 무지개행동 집회 금지 통고에 대한 1심 본안 판결에서 재판부는 무지개행동의 손을 들며 집회의 자유를 설명했다. “집회의 자유는 국민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보호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다.” 이어 대통령과 시민의 관계를 적었다. “국민의 의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에 임하는 것은 대통령이 일과 중에 집무실에서 수행하여야 할 주요 업무로 볼 수 있”다. 애초 대통령 관저 인근을 집회금지 장소로 정한 법 조항 또한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로 결정됐다.

국제노동기구(ILO) 감독기구는 지난해 12월 결사의 자유를 또다시 짚었다. 정부에 보낸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에 관한 긴급개입 공문에서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한다”고 했다. 안전운임제 법제화를 요구하며 나선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정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 복귀 의무를 불이행하면 행정처분뿐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처벌까지 받게 된다”고 발표한 지 사흘 만이다. 국제노동기구는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운전자가 결사의 자유를 누려야 할 노동자라고 강조해왔다. 정부는 여전히 이들을 포함한 특고노동자의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규정하고 조사한다. 한국은 국제노동기구 제87·98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등) 협약을 비준해 이들 협약이 법적 효력을 지닌 나라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년 전(2021년 12월6일) 시위를 진압하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의 전동 휠체어를 넘어트린 경찰에 신체의 자유를 강조하며 권고했다. “장애인의 집회·시위 등은 사고 발생 시 부상 위험이 커지는 등 신체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으므로 공권력 사용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사건은 이전 정부에서 벌어졌다. 장애인 시위에 대한 경찰의 태도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강경하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해 6월 취임하며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시위 등을 사례로 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선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박경석 대표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았다. 지난 1일 서울시 또한 박 대표에게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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