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일관하는 이재명…물타기?

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2023. 5. 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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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유독 '2021년 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만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결국 이 대표가 상대당 태 최고위원의 논란을 직접 언급하며 돈 봉투 의혹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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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최근 민감한 '돈봉투' 질문에 "김현아, 박순자, 태영호는?"
정치자금 관련 수사 받는 여권 인사들 연일 언급하며 '물타기' 지적
당내서도 "발언, 정말 놀랐다", "당대표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 비판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재명, 돈봉투 의혹으로 리스크 분산 영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유독 '2021년 민주당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질문에만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당내에서도 당대표로서 품격에 맞지 않는 언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돈봉투 질문에 "김현아, 박순자, 태영호는?"

돈 봉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탈당한 지난 3일. 자연스럽게 이재명 대표에게 취재진들의 관련 질의가 쏟아지자 이 대표는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된다고 하나"라며 난데없이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을 언급했다.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의혹' 논란을 일으킨 녹취 파문에 이어, 지난 지방선거 당시 '쪼개기 후원금 수수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 이 대표가 상대당 태 최고위원의 논란을 직접 언급하며 돈 봉투 의혹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물타기'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동문서답' 행보는 최근 들어 자주 관측된다. 그는 지난달 24일에도 돈 봉투 의혹에 대해 묻는 취재진들에게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다음날인 25일에도 돈 봉투 관련 질문에 "우리 (국민의힘) 박순자 (전) 의원 수사는 어떻게 돼 가느냐.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네, 감사합니다"라고 웃어 넘겼다.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민감한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정치자금 관련 수사를 받는 여권 인사들을 연일 언급한 것이다.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이후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는 자신의 사법리스크 우려 속에서 설 익은 답변이 괜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돈봉투'로 이목 분산 영향?…"이재명 발언, 정말 놀랐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어린이 안전 현장 선포식이 열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앉아있다. 윤창원 기자

그러나 당내에서도 제1야당 대표가 물타기 식으로 '툭툭' 내뱉는 언행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대표로서 품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의 한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정말 놀랐다"라며 "당대표가 기본적으로 당장 쏟아 붓는 성급한 면모가 있긴 하지만, 이미 최고위원도 언급했던 사안을 한 줄씩 다시 내뱉는 걸 보고 이 대표 스스로가 돈 봉투 의혹에 정말 조급한 상황이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현아 전 의원의 금품 수수 의혹을 언급하며 '되치기'를 먼저 시도한 것은 서영교 최고위원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의원과 관련해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가 오갔다는 내용이 1년 전부터 있었는데 이 녹취는 언론 보도가 안 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김 전 의원을 다시 언급하며 동문서답식으로 반문한 건 아쉽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던 이 대표가 돈 봉투 의혹을 기점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돈 봉투 의혹으로 이 대표를 수사하던 인력이 대거 송영길 전 대표 쪽으로 갔다. 결과론적으로 이 대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셈이고 대표도 한 숨 돌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 대표 스스로가 자신에게만 쏠렸던 사법리스크의 짐을 덜게 되면서 그동안의 침묵 일변도에서 벗어나 물타기 발언도 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는 해석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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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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