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무력해진 '도덕성'…주가 급등하자 회장님만 '돈방석'

강은성 기자 2023. 5. 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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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사태]다우·서울가스 임원도 줄줄이 '고점'에 팔았다
605억 챙긴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결국 물러나
김익래 다우키움그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현금화한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2023.5.4/뉴스1 ⓒ News1 공준호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주가조작으로 비화돼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해당 종목 오너일가나 경영진은 주가 이상급등 시점에 보유지분을 매각해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moral hazard)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한가 사태 직전 주식을 매도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도시가스(017390) 회장은 금융당국 수사선상에 오를 전망이다. 김익래 회장은 결국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다우데이타(032190) 회장과 키움증권(039490) 이사회 의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김 회장은 "높은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기업인으로서, 한 그룹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고 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익래 회장은 지난달 20일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로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주당 4만3245원으로 현금 605억원을 확보했다.

김영민 회장은 김익래 회장보다 3일 앞선 지난달 17일, 같은 블록딜 방식으로 서울가스 주식 10만주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했다. 이번 매도로 김 회장은 456억9500만원을 현금화했다. 여기에 또 다른 하한가 종목 중 하나이자 '형제 회사'인 대성홀딩스(016710)도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주식을 매도해 총 1600억원을 현금화한 것이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회사에 특별한 호재 없이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것과 차익결제거래(CFD)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상황을 '회장님'이 보고받고 파악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는 의혹이 팽배하다.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하는 등 부정적인 방법으로 '폭락'을 미리 감지하고 하한가 직전에 일부를 현금화 한 것 아니냐는 눈초리도 이 때문에 나온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회장님들만 팔아치운 것이 아니다. 해당 종목 임원들도 주가가 급등하자 꾸준히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도시가스 임원 7명은 주가가 급등한 지난해부터 총 14차례에 걸쳐 주식을 장내 매도했다. 매도 규모는 13억8000만원이다.

서울도시가스는 주가조작 세력이 겨냥한 종목 중 하나로 의심을 받고 있다. 이 종목은 지난 2021년부터 주가가 꾸준히 오르며 폭락 직전인 4월21일까지 주가는 무려 416.6% 상승했다. 10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50만4000원까지 폭등했다. 반면 24일 폭락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주가는 79%나 급락해 다시 10만4300원(4일 종가 기준)까지 미끄러졌다. 그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한 셈이다.

임원들은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서자 본격 매도를 시작했고, 올해만 3명의 임원이 잇달아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김진철 부사장은 올해 3월 주당 48만501원에 1015주를 매도하면서 4억8000만원을 현금화했다.

선광(003100)에서도 지난해 주가 상승 시기에 임원들이 주식을 매도가 이어졌다. 창업주 동생이자 전 국회의원인 심정구 명예회장은 지난해 6월~8월에 거쳐 보유 주식 4만8000여주를 주당 9만원 수준에서 매도해 43억원이 넘는 돈을 현금화했다. 최대주주의 친인척인 심중식 씨도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꾸준히 총 5만주를 매도했다. 현재 선광의 주가는 3만원대다.

시장에서는 임직원이 소속 회사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건 스스로 회사의 주가가 '고점'이라 자인한 것이라고 인지한다. 주가조작 세력과 결탁을 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해당 기업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는 이유다.

주가조작 세력과 무관하고, 매도는 '공교로운 시점일 뿐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결국 여론의 뭇매 끝에 지난 4일 저녁 전격 사퇴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한 기업의 회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고개숙여 사과한다"며 다우데이타 회장과 키움증권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한가 직전 지분 매도로 챙긴 605억원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의 조사 인력이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했다.

합동수사팀은 주가 폭락 직전 지분을 대거 처분해 이익을 본 김익래 회장, 김영민 회장을 포함해 하한가를 맞은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030210)·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004690)·서울가스·선광·세방(004360)·하림지주(003380)) 기업의 회장과 임직원 등을 수사선상에 올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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