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와 로키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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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친형제인 이들은 올해 신작을 들고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토리와 로키타'가 해당 작품이다.
자국에서 학대를 당한 것이 인정돼 난민으로 벨기에에 머물고 있는 토리(파블로 실스 분)는 누나 로키타(졸리 음분두 분)가 하루빨리 체류증을 받아 정착하기를 기다린다.
다르덴 형제는 이전의 작품들에서 그랬듯 담담한 시선으로 토리와 로키타의 비극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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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장 피에르 다르덴(72)과 뤽 다르덴(69) 형제는 사회적 약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사실주의적 휴먼 드라마로 유명한 벨기에 출신 거장 감독 듀오다. 친형제인 이들은 올해 신작을 들고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토리와 로키타'가 해당 작품이다.
'토리와 로키타'의 주인공들은 난민 출신의 십대 소년과 소녀다. 자국에서 학대를 당한 것이 인정돼 난민으로 벨기에에 머물고 있는 토리(파블로 실스 분)는 누나 로키타(졸리 음분두 분)가 하루빨리 체류증을 받아 정착하기를 기다린다. 같은 쉼터에서 머무르는 토리와 로키타는 누구보다 서로를 위하는 애틋한 관계지만 친남매 사이는 아니다. 그러나 로키타가 체류증을 받기 위해서는 토리와 친남매 사이임을 증명해야 하고, 그 때문에 로키타는 정부 기관에서 받는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 토리가 얘기해주는 것들을 외우고 또 외운다.
로키타는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돈을 벌기 위해 애쓴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다섯 동생을 키우는 엄마가 돈을 보내달라며 매일 연락을 해오고, 그의 불법 입국을 도왔던 브로커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와 자신들에게 진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 아직까지는 신분이 불확실한 로키타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식당을 운영하는 베팀이 주는 몇몇 불법적인 일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식당을 운영하지만 실상은 거대 마약상인 베팀은 아직 십대에 불과한 로키타를 시켜 도시 곳곳에서 마약을 판매한다.
체류증 발급이 요원해진 가운데, 로키타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결국 로키타는 베팀이 제안하는 불법적인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가 소개한 남자를 따라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약 3개월간 외부와 소통이 완전히 차단된 근무지에서 숙식을 하면서 해야하는 그 일은 상상을 뛰어넘는 고통이 수반되는 일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난 후 로키타는 평소 앓았던 공황장애가 더욱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는 자신에게 유일하게 힘이 돼주는 존재인 토리와 매일 전화하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베팀에게 사정하지만 보안이 중요했던 베팀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다르덴 형제는 이전의 작품들에서 그랬듯 담담한 시선으로 토리와 로키타의 비극을 따라간다. 복지국가의 시스템 안에서 아이들은 분명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것은 최소한의 수준에서 행해지는 것일 뿐이다. 아이들에게 싼값으로 불법적인 일을 시키고 이익을 거두는 베팀이나 신발에 숨겨둔 돈까지 빼앗아가는 브로커들 말고는 이들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개입하는 어른들은 없다. 세상의 무관심 속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살아가는 토리와 로키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며 진짜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누군가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난민들일 뿐이었겠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족이자 세상의 전부였던 소중한 존재였다. 이는 그것이 누구든 인간의 가치와 삶의 무게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만든다.
영화는 아이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고자 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의 시스템적인 보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비극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무엇인가를 느끼게 만든다. 십대 난민 청소년들의 작은 이야기를 다뤘을 뿐인데도 최종 사건의 충격과 그로 인한 여운이 깊다. 두 감독들은 음악을 최대한 배제하는 연출 스타일을 고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로키타가 부르는 노래를 적극 활용해 이야기의 비극성을 고조시켰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이야기와 편집, 파국을 향해 치닫는 속도감 넘치는 연출이 과연 거장의 품격을 확인하게 만든다. 러닝타임 89분. 오는 10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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