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신동' 한재민 "윤찬이형에게 좋은 자극 받아요"[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폭풍 같은 연주.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현이 끊어졌다. 두 번의 공연 중단 후 이번에는 현이 풀려버린다. 16세 첼리스트 한재민은 즉흥적으로 핑거링을 바꿨고, 아찔한 상황에도 더이상의 중단 없이 연주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2022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한재민(17)에게는 '천재', '신동', '최연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2006년생인 그는 5살에 첼로를 시작해 8살에 원주시립교향악단과 협연했고, 2017년 헝가리 다비드 포퍼 국제첼로콩쿠르, 2019년 독일 돗자우어 국제첼로콩쿠르에서 우승, 첼로 영재로 이름을 알렸다.
2020년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최연소 예술 영재로 입학했다. 2021년에는 루마니아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을 기록했다.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에도 3위로 입상했다. 지난해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을 차지, 스타 탄생을 공식화했다.
한재민은 최근 서울 서초구 빈체로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윤이상 콩쿠르의 아찔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현이 끊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어요. 연습하던 중에도 몇 번 끊어졌거든요. 처음 끊어졌을 때는 '그럴 수 있다' 생각했고, 두 번째는 사실 좀 실망했어요. 끝까지 들었을 때 희열감이 너무 큰 곡이라 흐름이 끊어져선 안 됐어요. 세번째는 더이상 연주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핑거링을 바꿔 연주를 이어갔습니다."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인 콩쿠르를 휩쓸다시피 한 그이지만 준비 과정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그는 "콩쿠르에 2021년부터 참여했고, 지금으로서는 콩쿠르에 더 도전할 생각은 없다"며 "음악적으로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라고 했다.
"콩쿠르라는 게 심사위원들 7, 8명 앞에서 연주하며 호불호 없이 모두의 마음에 들어야 좋은 성적을 받는 거거든요. 튀는 해석, 나만의 아이디어보다 스탠다드한 해석을 선택해야 해요. 음악 해석의 스트레스가 있었어요."
'천재', '신동'이라는 주변의 평가에 대해 언급하자 "아녜요, 아녜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천재는 진짜 아니에요. 물론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가 천재라면 2, 3시간만 연습해도 좋은 공연을 하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연습도, 노력도 많이 해야 해요."
한재민은 "연주마다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항상 잘 하고 싶고, 연주는 점점 많아지니까 해야 할 프로그램도, 연습량도 많아져요. 어떻게 해야 많은 연주를 최대한 좋은 퀄리티로 만들 지가 고민인거죠. 그렇지만 이런 부담감이 결국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는 매일같이 하루 5, 6시간을 연습한다. "오후 2, 3시에 연습을 시작해서 일찍 끝나면 9시, 10시. 많이 할 때는 새벽 2, 3시까지도 해요. 뭔가 파기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이거든요. 새벽 시간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평범한 10대들과는 많이 다른 삶이다. 하지만 한재민은 "아쉬운 건 없다"고 말한다. "제 또래 친구들이 느끼지 못하는 힘듦을 겪지만 그 친구들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도 느끼잖아요. 물론 제가 느끼지 못하는 또래들의 힘듦과 행복도 있을테고요. 저는 제 삶에 만족해요."
그는 지난해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기록하며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각별한 사이다. 2017년 한예종 산하 한국예술영재교육원(영재원)에, 2021년 한예종에 나란히 조기 입학한 동기다. "형은 어떤 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형에게서 자극을 받는 편이에요. 좋은 자극이죠. 형이 노력하는 모습,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게 많아요. 윤찬이형과 함께 연주를 했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축구도, 요리도, 책읽기도, 영화보기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게 많아요.축구는 보는 것도, 하는 것도 다 좋아하죠. 그래도 손가락을 다칠까 봐 음악하는 사람들과 축구를 하죠. 다들 몸을 사리거든요.(웃음)"
늘 무언가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그는 자택이 있는 강원 원주에서 한예종이 있는 서울 서초구로 이동하는 시간을 즐긴다. "오늘도 (인터뷰를 하러) 원주에서 버스로 왔어요. 터미널에서 2시간 정도, 왕복으로 치면 4시간이 걸리죠. (버스 안에서는) 해야 할 것도 없고,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음악도 듣고, 잠도 자는데 그 시간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한재민은 오는 5월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년만에 내한하는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 협연,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들려준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지휘자 구스타보 히메노가 지휘봉을 잡는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 제안을 받았는데, 지휘자의 이름을 듣고 거의 고민 없이 한다고 했어요. 곡도 제가 굉장히 애정하는 곡이에요. 올해 연주 중 가장 기대됩니다."
룩셈부르크 필하모닉과의 협연을 마친 후 그는 독일 유학길에 오른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전문연주자 과정에 입학, 볼프강 엠마누엘 슈미트의 사사를 받는다. 이 아카데미에는 비올리스트 박하양,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도 재학 중이다.
"10년 후 제 연주를 들으러 온 관객들이 '이 연주자는 진심으로 순수하게 음악을 생각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커리어에 대한 목표는 따로 없어요. 내면의 음악 탄탄하면 커리어는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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