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날릴까 노심초사"…경기도전세피해지원센터 가보니

기사내용 요약
5월2일 옛 경기도청사로 확대 정식 개소…인력↑
8개월차 직장인, 네 아이 엄마 등 시민 발길 이어져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옛 경기도청으로 이전한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전세 피해자의 어려움을 덜어 드릴 수 있도록 종합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5일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가 지난 2일 옛 경기도청사 열린민원실에 문을 열었다. 지난 3월 임시개소했던 전세피해센터 운영 인력을 6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해 정식 개소한 것이다.

전날 찾은 전세피해지원센터에는 전세 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부동산, 법률, 긴급금융지원, 주거지원 등 종합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열린민원실' 대신 '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로 간판이 바뀐 건물에 들어가자 피해 신청을 받는 넓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GH직원, 법무사, 변호사, 화성시·경기도 공무원이 상주하면서 상담을 제공한다.

8개월차 직장인 정모(24)씨는 최근 논란이 된 동탄 오피스텔 전세사기 의심 사건의 피해자다. 오피스텔 268채를 보유한 임대인은 지난달 임차인들에게 '전세금을 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주겠다'는 내용 문자를 보냈다.

지난 2월에 입주한 뒤 2달 만에 황당한 문자를 받은 정씨는 전세금을 날릴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씨는 "직장인이 된 뒤 처음으로 독립해서 얻은 집인데 이런 일이 생겨서 난감하다. 절차나 법적인 부분을 잘 몰라서 우선 상담이라도 받아보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30분가량 상담을 마치고 온 정씨의 표정은 한결 밝아졌다. 그는 "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은 뒤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계약기간이 한참 남았지만, 더 이상 이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전세금을 받아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네 아이 엄마인 유모(44)씨는 전세사기가 의심되는 일을 겪었다. 지난달 임대인이 구속돼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접한 것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임대인이 2번이나 바뀐 상태였다.

유씨는 "전세 계약 기간이 내년 1월까지로 아직 남았지만, 1억8000만 원이라는 전세금에 문제가 생길까봐 노심초사 하다가 광주에서 수원까지 왔다. 다행히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데, 친절하게 해결 방법을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경매로 넘어가는 등 다양한 전세 피해를 입은 분들이 찾아오신다. 그 중에서도 깡통전세 피해가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 피해를 당해 간절한 마음으로 오신 분들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와드릴 수 있는 범위에서 도민들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게 저희의 역할"이라고도 했다.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지만, 현재 제도상 구제 방안이 없어 발길을 돌린 시민도 있었다.

수원에 사는 이모(32·여)씨는 "2021년 전세사기 피해로 방어입찰을 받았는데 전세와 매매 대출 때문에 부담이 크다. 전세피해확인서를 받아 저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까 했는데 해당이 안 된다고 한다"라며 씁쓸해했다.

이씨는 "전세계약 당시 부동산에서 통해 계약을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 분야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며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다가 피해지원센터가 생겼다길래 기사 검색해보고 왔는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청접수를 하던 직원은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지원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난감하다. 특별법 제정 등 지침이 나와야 시민들께 더 많은 도움을 안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고, 뉴스를 보고 '우리집은 괜찮은가' 걱정으로 오시는 분도 많다. 확답을 듣고 싶은 마음에서 오시는 것"이라면서 "어려움이 많지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상담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점심시간 낮 12시~오후 1시 제외) 운영하며, 신분증·임대차계약서·등기부등본을 지참해 방문하면 된다.

지난 3월31일 전세피해지원센터가 개소한 뒤 지난 3일까지 상담을 받은 전세 피해자는 모두 212명이다. 지역별로는 화성 63건, 수원 31건, 안산 20건, 오산·용인 14건, 광주 10건, 성남 7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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