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다배출 이미지 벗자" 친환경 집중 철강·석화… 실효성은 '글쎄'

김동욱 기자 2023. 5. 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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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ESG 대전환의 명암] ② 기술개발 가능성 미지수… 수익성 문제도

[편집자주]기업들이 환경보호 및 사회공헌 활동을 늘리고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글로벌 트렌드가 된 영향이다. 일부 업계가 펼치고 있는 친환경 사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 난이도가 높고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쉽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수일가 중심으로 경영권이 대물림되고 소액주주 권익 보호에는 관심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지금,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점검했다.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사진은 친환경소재 포럼 2022에 참석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
▶기사 게재 순서
①바뀌기 시작한 기업, 환경보호·사회공헌에 힘주는 이유
②"탄소 다배출 이미지 벗자" 친환경 집중 철강·석화… 실효성은 '글쎄'
③쏙 빠진 지배구조 개선 논의… 환경·사회에만 집중하는 기업
탄소 다배출 업종인 철강 및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별 주요 기업들은 각 사 상황에 맞춰 친환경 기술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미지수다. 기술개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거나 수익성이 떨어져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철강업계,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집중… 효과는 의문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한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하고 철(Fe)만 남기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이뤄지는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꿈의 기술'로 불리지만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 시험설비를 오는 2026년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하고 2030년까지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2050년까지 포항·광양 제철소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전기로 사용을 통해 탄소 배출을 감축한다. 전기로는 전기를 이용해 열을 일으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만큼 철강 생산 과정에서 철강사가 배출하는 탄소량이 적다. 원료로 철광석 대신 철스크랩을 이용하는 것도 탄소 저감에 도움을 준다. 철스크랩은 폐차, 건축물 등에서 나오는 고철과 철강 가공과정에서 나오는 선철 등을 의미한다. 이미 사용된 부산물과 비슷해 철스크랩 사용은 재활용 개념에 속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34.8% 정도가 전기로 사업에서 나온 바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자의 방식으로 친환경 사업에 집중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여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공정 난이도가 높고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온의 수소가 필요한데 폭발성이 높은 수소를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다루는 것은 쉽지 않다. 화석연료와 달리 수소를 이용한 열에너지는 수렴형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에너지 투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문제다. 수소 생산 기술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수소 수급 문제와 에너지 비용 부담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집중하고 있는 전기로의 경우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기로 사용으로 철강 생산 과정에서 현대제철의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 몰라도 전기로를 돌리기 위해 발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전사의 탄소 배출은 늘기 때문이다. 국내 발전사들은 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를 이용해 발전한다. 발전량이 늘어날수록 화석연료 사용량과 함께 탄소 배출이 증가한다. 현대제철은 당진 현대그린파워를 통해 일부 자체발전하고 있으나 사용 전기 대부분은 한국전력 등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재활용 사업 늘리는 석화업계… 핵심은 '수익성'


LG화학 당진공장 착공식. /사진=LG화학
석유화학업계는 재활용을 중심으로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은 CJ대한통운과 물류센터 포장용 랩 재활용을, 넷스파와는 해양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진행 중이다. 포장용 랩을 재활용해 40% 수준에 불과한 국내 폴리에틸렌(PE) 재활용률을 높이고 해양생태계 보호 및 탄소 배출 저감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은 삼성전자로지텍과 포장재 자원순환 확대, 현대오일뱅크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 나프타 활용에 나섰다. 버려지는 폐비닐·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의도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앞다퉈 재활용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수익성 확보는 지지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활용 사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이 이유 때문이다. 폐플라스틱 등 버려진 쓰레기를 재활용해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기존 공정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일각에선 최근 유가 상승 및 중국발 수요 부진 영향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이 꺾인 점을 고려해 재활용 사업이 위축될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LG화학의 충남 당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 착공, 롯데케미칼의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설비 구축 등 석유화학업체들이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재활용 시설을 짓고 있으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업체가 폐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짓지만 해당 공장이 완공돼도 수익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수익성 확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확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활용 사업은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지금 당장 손해를 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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